Part 1.
배경은 19세기 중엽의 유럽 같은 세계.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사라져버린 아내를 그리워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던 미스터 로빈슨. 소녀 취향이 심한 아들을 위해 쇼핑을 나섰다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형사에게서 두 인형의 구입을 권유받고는, 하얀 머리칼에 파란 눈을 가진 공주 인형과 녹색머리칼에 붉은 눈을 가진 소년 검사 인형 사이에서 고민하다 공주 인형을 구입하게 됩니다. 아들에게 그 인형은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지요. 그 역시 아들에게 둘도 없는 친구인 인형에게는 더 없이 자상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마치 딸이나 며느리라도 되는양 말이죠.
"아빠, 하그가 또 이랬어."
"응. 그랬니. 참 잘했구나. 고맙다. 하그나스."
아들은 자신의 인형에게 너무 친절하게 접근하는 아버지 로빈슨에게 미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인형 '하그나스(...)'가 어디까지나 아들의 것이라는 걸 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늘 그녀를 위한 옷을 부지런히 주문하며, 아름다운 이브닝 드레스를 차려입은 그녀에게는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신청하는 퍼포먼스까지 할 정도였지만 말이죠. 하지만 하그나스와 춤을 춘 것은 물론 그의 아들이었습니다.
부유했던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꽤 많았는데, 그는 단호히 모든 청혼을 거절하기로 소문나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늘 같이 술을 마시는 친구들이 오히려 더 소중했으니까요. 두 주에 한번씩 모여서 서민들처럼 거칠게 맥주를 1000ml 잔으로 들이부으며 피와 영광이 가득했던 군 복무 시절을 회상하다 아침이 올때쯤엔 토사물과 안주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뻗어버리는 그런 광란에 가까운 파티를 벌이는 남자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은 평소엔 모두 말쑥한 젠틀맨들이었지만요.
어느날 그렇게 뻗어있다가, 그는 아들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아들과 연인처럼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건 그 소녀 인형이었어요. 너무나 놀란 그는 술기운으로 헛것을 보나 하고 당분간 술을 끊기로 합니다. 거기에 도움을 준 건 로이디안 미망인. 그녀는 사라진 아내를 생각나게 할 만큼 따스하고 부드러운 성품이었고, 로빈슨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고 대해주었지만 인형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믿어버릴 만큼 조금 지나치게 바보같은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를 따라 가게 된 어느 강연에서 로빈슨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연설자가 그때의 그 인형사였기 때문이에요. 그는 사람의 혼을 인형에 담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의 성공작을 하나 선보입니다. 그건 아내의 인형. 누가 보아도 오래전에 잃어버린 아내를 꼭 빼닮은 그런 인형이었습니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주드, 나와 같이 영원히 살아요."
그는 이렇게 단호히 답하고 맙니다.
"거절하겠어. 당신은 더 이상 내 아내가 아냐. 인형일 뿐이지. 인형이 되어 영생하느니, 200리터의 흑맥주 속에 빠져 죽겠어."
인형이 된 그녀를 단호히 뿌리치고 나온 로빈슨을 친구들은 엄청난 환영으로 맞으며 또 다시 광란의 파티로 인도합니다. 진짜로 200리터의 흑맥주를 그를 위해 준비한 거죠. 그야말로 난장판. 삶을 긍정하는 환희의 찬가와 함께 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쭉 뻗어버립니다.
깨어났을때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은 로이디안 미망인.
"미스터 로빈슨. 제가 당신 아내의 대신이 될 순 없는 건가요. 전 살아있는 사람인데.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 돈이 아니라, 이렇게 술조차 이기지 못하는 여린 당신 마음을 사랑하는데. 지켜주고 싶은데."
"당신은 좋은 여자요. 내겐 너무 과분해. 이런 엉망진창인 내겐, 차라리 저 인형 하그나스가 더 어울리는 짝일 지도 모르겠소. 그래서 내 아내도 인형이 되고 만 거요. 모두 내 책임이오. 날 떠나시오. 두번다시 나타나지 마시오. 당신은 훌륭한 여자요. 더 좋은 상대가 있을 거요."
그 때 하그나스의 눈동자가 그의 아들을 향해 잠시 돌아갔다는 것은 아마 그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분노에 찬 로이디안 미망인은 그가 집에 없는 틈에 하인들 몰래 들어와 그의 아들이 안고 자고 있는 하그나스를 빼앗아듭니다. 칼을 들어 거칠게 목을 잘라버리려 하자 하그나스는 미약하나마 온 힘을 다해 저항하며 비명을 지르고, 아들은 연습용 레이피어를 집어들고 미망인을 공격하지만 어린 소년의 힘으로는 미친 여자의 거친 손길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하그나스의 머리는 잘려나가 정원 연못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너 없인 더 살수가 없어! 난 오직 너 뿐이야!"
절규와 함께 아들은 연습용 레이피어의 끝으로 자기 눈을 찔러 자살하고, 로이디안 미망인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2층 발코니에서 목을 매고 맙니다. 그녀가 죽자마자 허술하게 묶인 줄은 곧 떨어지고, 시신은 연못에 빠집니다. 슬프게 웃고 있는 하그나스의 머리가 미망인의 뒤틀려 꺾여버린 목 위에 둥둥 떠올라, 사람의 얼굴인 것처럼 그렇게 흘러 낙옆이 가득한 연못 구석으로 밀려갑니다.
Part 2.
걸핏하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누나에게 기습 키스를 하는 등 장난이 심한 남동생을 둔 로이디안 공국의 공주 이난나는 어느날 남매를 태운 마차가 고장나버려 잠시 길거리에 내려섰다가, 자신들의 마차가 지나가던 인형사를 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말발굽과 마차바퀴에 처참히 짓밟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녹색 머리칼에 붉은 눈을 가진 소년 검사 인형만이 그 곁에 똑바로 앉아 있었습니다. 이난나는 그 인형을 가지고 궁으로 돌아옵니다.
밤이 되자 인형은 깨어나서 자기 검을 뽑아들고 이난나의 앞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말하고 움직이는 인형 때문에 너무 놀란 공주 이난나는 처음엔 두려워했지만, 곧 그의 순수함과 바보같은 단순함에 조금씩 마음을 풀게 됩니다.
"이름이 뭐야?"
"사이버트."
"좋아. 나의 기사 사이버트. 넌 앞으로 날 지켜줘. 보답으로 내가 줄 건 최고의 명예."
"감사합니다. 이 몸이 부서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잠든 그녀의 침대 곁에 늘 칼을 들고 서서 밤을 지새우는 사이버트. 궁 안의 사람들은 그저 공주가 겨우 여자애다운 취미를 붙인게 하필 기사 인형이냐면서 몰래 비웃곤 했는데, 그건 이난나 공주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 검술 훈련을 하고 승마와 사냥에 몰두했기 때문이에요. 시와 음악을 좋아하는 남동생에 비하면 훨씬 강단이 있는 공주님이었지요.
남동생 리시스는 처음에는 누나의 인형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정략결혼한 나이 많은 아내에게는 처음부터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의 눈에는 어릴때부터 함께 있던 누나만이 가득했지요. 그 옆에 있는 인형은 그저 새로 생긴 장식품이겠거니 할 뿐이었습니다. 외국 사절과 만나는 자리에서 누나에게 기습 키스를 해버리는 바람에 냅다 뺨을 맞아버린 그 날까지도.
"이게 무슨 창피야! 넌 왕족으로서의 자각도 없어? 우린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야. 이런 짓거리 한번 더 했다간 정말로 내쫒겠어. 아니, 죽여버릴 거야. 리시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못하고, 누나에 대한 마음만 불사르던 리시스는 결국 밤에 몰래 누나의 침실에 숨어들었습니다. 마취약을 들고 말이죠. 인형 사이버트가 붉은 눈을 빛내며 서 있는 것이 굉장히 거슬렸지만, 그 시선이 닿지 않게 돌아가 누나를 덮치고 마취약이 묻은 수건을 입에 덮어버릴 때까진 좋았습니다.(대체 뭐가)
"리시스! 으읍!"
"포기해. 누나, 아니 이난나.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누난 결국 날 사랑하게 돼. 왜냐고? 내가 누나를 사랑하거든. 오늘 밤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게 될거야."
"으으읍!"
마취약 기운으로 몸에 힘을 잃은 그녀의 옷을 벗기려다, 목에 서늘한 기운을 느낀 리시스는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댄 사이버트와 눈을 마주칩니다.
"감히 인형 주제에!"
분노한 리시스는 곁에 있던 누나의 검을 집어들고 그 인형을 내리칩니다. 하지만 인형은 가볍게 그 검을 막고는 나직하게 중얼거립니다.
"공주님을 해치는 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인형 사이버트는 날카롭게 날이 선 자신의 검을 휘둘러 단 일격에 리시스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사이버트?"
간신히 약기운이 풀린 이난나는 자신의 몸 위에 떨어진 리시스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어째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동생의 피로 온몸이 젖은 그녀는 사이버트를 다시 바라봅니다.
"무슨 짓이야!"
"공주님을 지켰습니다."
"인형 주제에 이 나라 왕위 계승자를 죽였어!"
"공주님을 해쳤을 겁니다."
"닥쳐! 앞으로 움직이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곧 사람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인형이 그랬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어요. 사이버트는 여느 인형처럼,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거든요. 공주는 혈육을 죽인 죄로 체포되었고, 리시스의 아내였고 대제국의 귀족 출신인 로이디안 부인(이제 미망인)의 분노를 살까 두려웠던 공국의 사법부에선 결국 무기 징역을 내렸습니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단 하나만을 가지고 갈 수 있었는데, 공주님은 사이버트를 선택했습니다. 거긴 아무도 탈옥할 수 없지만, 대신 아무도 그 안을 통제하지 않는 곳이었지요. 여자가 들어온 것은 아마 처음이었을 겁니다.
"자, 여기서나 날 지켜줘."
하지만 사이버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십년동안 여자를 본 적이 없던 죄수들은 공주를 향해 탐욕스런 눈빛을 빛내며 다가왔고, 이난나 공주는 온 힘을 다해 그들에게 저항했지만 몇 놈을 때려눕힌 뒤에 결국 그들에게 철저하게 짓밟힌 그녀를 사이버트는 여전히 붉은 눈을 빛내며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대체 왜 아무 짓도 안했어? 대답해."
"공주님이 원하신 겁니다.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것. 저는 오직, 공주님의 명령을 따르고 싶었습니다."
이난나는 사이버트를 안은 채 감옥 경계 밖으로 달려갑니다. 거길 통과하면 반드시 살해하게 되어있는 그 선을 넘어서자 모든 간수들의 총구가 그녀를 향했고, 그녀는 그렇게 인형과 함께 산산조각나 감옥 밖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그의 마지막 목소리는 지극히 냉정했고, 이난나의 피와 살점으로 뒤덮인 인형은 폐기물로 간주되어 버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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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군에게는 미안. 근데 진짜 이런 꿈 꿔버렸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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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26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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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19 인간성 바톤(Ver. 2.0.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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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12 잊혀져 가는 것들 : 게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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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12 잊혀져 가는 것들 : 우체통
1973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1년 뒤 시카고 시어즈 타워의 건설로 2위가 되는 비운의 마천루.
2001년 9월 11일 붕괴
전쟁 도발을 위한 부시 정권의 음모인지, 정말로 테러범의 소행인지는 아직도 이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그날 비행기와 건물 안에 있던 모든 이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던 모든 이들을 위해 잠시 묵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 22세
(이곳)
서울 윤하대학교 체육교육과 2학년
대한 검도 3단. 취미는
고교시절부터 '검도왕 대회' 여자부 2회 연속 우승
(저곳)
드래곤의 딸.
들고 있는 검 '칼도르'는 본디 드래곤의 이빨.
*신한준 - 대 마법사 베르크 (우)
남, 16세
(이곳)
서울 신영 고등학교 1학년
학업 성적은 저조. 취미는 판타지
판타지 동호회 '아날리스터' 운영자. 닉네임 베르크
(저곳)
레무리아 역사상 두번째 대마법사.
들고있는 완드는 최초의 대마법사 '랑'의 유품. 400년 묵은 왕가의 보물.
남, 26세
(이곳)
서울 윤하대학교 체육교육과 4학년
대한 검도 3단. 취미는 피아노 연주
국가 대표 유망주. '검도왕 대회' 대학부 3회 연속 우승
(저곳)
약관 20세에 레무리아를 하나로 통합한 전설적인 소드 마스터.
400년동안 그 이름은 전설이 되어 전해짐.
*이시현 - 랑(우)
여, 40세
(이곳)
사립 신영학원 이사장
지병인 천식으로 계속 투병중.
거의 혼자 힘으로 15년 가까이 학교를 운영한 여걸
(저곳)
레무리아 최초의 대마법사.
레무리아 제국을 건국한 여황제.
드래곤의 신부.
이 지구의 동식물들 중에서 '미루는 것'을 발명한 것은 인간 뿐이다. 어떤 나무도, 동물도 미루지 않는다. 인간만이 미룬다.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中
*츠뮤님의 츠메카린 이야기 팬픽, 그 두번째.
"스승님. 이건 좀,"
"입 다물어. 실전이다."
"그러니까 그 실전이 문제라고. 츠키는 이제 막,"
"난 저 나이에 이미 사람을 수십이나 베었어. 내 동생도 그랬고. 잔소리 마라."
"그러니까 스승님하고 츠키는 경우가 조금,"
검은 옷을 입은 조그만 꼬마와 몸에 딱 붙은 검은 갑주를 두른 마른 여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소년 츠키에테는 조심스레 몸을 숙이며 검을 꽉 움켜쥐었다.
"닥치고 따라오는 거야. 넌 뭐 안 그랬니?"
"나야 본능으로 어찌어찌 되지만 쟤는 좀,"
"너, 쟤 사랑하니?"
"아, 아아니?"
"나도 사랑하거든? 열라 사랑하니까 존내 괴롭히는거야. 알았니?"
"니니엘님! 전투 준비됐습니다!"
풀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병사가 면갑을 들어올리며 보고를 하는 통에 거의 이길뻔한 설전을 중단하게 된 마른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니니엘. 유학생 신분으로 이 나라 왕립 검술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몸매와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클레이모어를 휘둘러대는 전설적인 여자 용병. 그 실력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개인 용병대를 거느리지 않고 소수의 제자만 데리고 늘 가장 앞장 서 적진을 돌파하는 무자비한 여자. 그건 이미 여자가 아니라 전투기계라는 소리까지 듣지만 본인은 그다지 그런 소문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나라 영주가 자기 군대를 맡긴 이 전투에서 그녀의 관심은 오직 출생이 불운한 자기 나라 왕자님에게 쏠려 있었다. 츠메카린 츠키에테. 지켜주세요 광선을 촉촉하게 발사하는 금빛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유혹적인 소년. 저녁 햇살에 옷깃이 녹아드는게 지금까지 손에 쥐어본 어떤 클레이모어의 검광보다도 예쁘게 보이는건 결국 자신도 여자라는 건지. 니니엘은 전혀 전투기계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파피엘. 언니에게 어쩌다 저런 걸 안겨준 거냐.
"잘들어요. 왕자님. 저 마을 한가운데 마수가 침략했어요. 땅 속에서 솟아나는데, 모체만 베면 추가 전력이 막히니 그게 집중 목표예요. 우린 중앙으로 돌파할 겁니다. 지금까지 배운걸 잊지만 않으면, 돌아가서 저녁 훈련 생략하고 맛있는거 먹고 일찍 잘 거예요. 이해했죠?"
소년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손을 벌벌 떨면서 몇번이고 손등에 라이트닝 볼트를 차지해 띄웠다가 흩어버리는 모습이 많이 불안한 것같다.
"나중에. 나중에. 지금 벌써 힘을 다 쓰면 곤란해요. 알았어요? 자, 1분대 서쪽, 2분대 동쪽, 신호하면 돌입해라. 혹시라도 내가 걱정돼서 개인행동하는 녀석이 있으면 살아남은 경우에 한해서 죽도록 패주겠다. 알았나!"
"예!"
"이동!"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니니엘은 등에서 클레이모어를 뽑아들며, 자신을 따르는 두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반항적인 붉은 눈동자의 소년과 순진한 금빛 눈동자의 소년. 붉은 눈동자의 소년이 금빛 눈동자의 소년에게 한 팔을 뻗어 어깨를 두른다.
"야. 츠키. 안무서워? 지금이라도 말해. 네가 말 하면 스승님은 굳이 같이 안 데려가."
"아냐. 괜찮아."
"괜찮긴 뭐가! 손은 떨고 있으면서."
"레바엔. 할말 더 있냐?"
"아니아니?"
"그럼 간다."
두말없이 검을 빼들고 마을 한복판을 향해 돌진하는 여자. 저 좁은 등을 보며 따라 달린게 몇번째인지 기억도 안난다. 오늘은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군. 하는 생각을 하며 레바엔은 츠키를 일으켰다.
"정말 괜찮아?"
"응. 아무리, 아무리 무서워도, 누님을 생각하면,"
"네 누님이 무슨 어딘가에 있다는 그 여신님이냐? 아니면 죽은 자를 살려준다는 그 신비의 여인이라도 되냐. 네가 말하는 누님이란 꼭 전설속에나 나올 법한 그런 여자같아. 실제로는 주근깨 투성이에 입을 샐쭉 내밀고 다과가 늦는다고 투정하는 아주 평범한 공주님 아닐까? 못만난지도 한참인데 그걸 어떻게 알아."
금빛 눈동자가 생긋 웃는다.
"그럴리가 없어. 우리 누님은 그런 공주님이 아니야. 무서운 얼음공주라고. 가자."
첫 실전인데 먼저 달려나가는 츠키에테. 라이트닝 볼트를 차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레바엔은 츠키에테를 향해 달려가다가 살기를 느끼고 엎드렸다.
"아이스볼트! 엎드려!"
건물 옆으로 츠키를 끌어당겨 숨자마자 벽을 향해 아이스볼트가 두어 개 날아와 꽂힌다. 이미 니니엘의 뒷모습은 저 안쪽으로 사라지고 없다.
"가고일이야. 최상급 마수인데."
"으으으, 어딘지 보여 레비? 스승님은 어디 가신거야!"
"잠만 보자."
츠키의 등을 타고 올라가 살짝 머리를 내미는 레바엔을 향해 날카로운 아이스볼트가 또 날아와 꽂힌다. 간발의 차이로 머리를 뒤로 뺀 레바엔은 츠키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른쪽 앞 건물 2층이야. 해결하고 지나가자."
"스, 스승님이 돌아보고 와서 구해주지 않을까?"
"우리가 스승님을 구할 일은 있어도 절대로 스승님이 우릴 구해주진 않아. 그 '건' 늘 그렇거든. 잘들어. 내가 지그재그로 달릴 테니까, 넌 라이트닝 볼트를 날려. 한번에 맞춰야돼.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내가 죽는다. 알았지?"
"알았어! 그런데 무겁다."
"뭐가 무겁냐. 간다!"
츠키의 머리를 툭 치고 튀어오르듯 일어난 레비는 두개의 검을 뽑아들고 날듯이 부서지고 불탄 건물들 사이를 달려나갔다. 파악. 팍. 아이스볼트가 내리꽂힌다. 둘씩. 가고일이 두마리잖아! 츠키는 신중하게 숨을 쉬며 라이트닝 볼트를 손에 모았다. 하나. 둘. 셋. 팍! 파박! 레바엔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앗, 다리가 얼었나! 비틀거리는 순간 츠키는 더 주저하지 못하고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지금이 아냐!"
이미 늦었다. 손을 벗어난 전격이 가고일을 강타했고, 가고일 두 마리가 동시에 뒤로 날려가 넘어졌다. 레바엔은 벌떡 일어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그 녀석들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길었다. 전격에 온몸이 구워지고도 그것들은 이미 일어나 이쪽을 보고 커다란 검을 빼들며 달려든다.
"레비!"
퍼억!
츠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녀석이 자신의 실수로 지금 네 조각으로 갈라지는 판에 도저히 그걸 볼 수가 없었다.
"레, 레비이..."
심장이 크게 뛴다. 눈을 떠야 해.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 눈을 떠야 해. 겁내면 안돼. 조심스레 눈을 뜨자 거기엔,
누군가의 좁은 등이 보였다.
설마 누님인가.
항상 온 힘을 다해 지켜주던 그 작은 등이 어린 눈에도 무척 애처로웠던.
하지만 비례가 다 틀렸다. 검은 너무 길었고 키도 무척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붉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
"스승님!"
츠키는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피냄새가 가득하다. 마수의 피로 범벅을 하고 바닥에 벌렁 누워 있던 레바엔이 일어나 앉는다.
"어우 죽는 줄 알았네. 아, 츠키! 네 탓 하는건 아냐. 결국은 안 죽었잖아. 그런데 어쩐 일로 구해주러 온 거야. 스승님?"
"어쩐 일이라니. 지금까진 구할 필요가 없어서 안 구해준거다. 일어나. 내 소중한 제자라는 녀석아."
발로 레비를 툭 차고 다시 앞서가는 그녀. 그쪽 골목에 산산조각난 마수의 시체가 잔뜩 널려 있어서 츠키는 잠시 눈을 돌리며 입을 막았다. 니니엘의 목소리가 들릴때까지.
"왕자님. 제가 첫 시간에 가르쳐준거 기억나요?"
"예? 아 예, 눈을 감지 말라고,"
"왜 감았죠?"
측면 공격에 대비해 셋이 삼각으로 서서 걸어가면서도 니니엘은 계속 묻는다.
"그, 레비가 죽을까봐, 어떻게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그랬..."
"전장에서 누가 죽는건 당연해요. 맞으면 죽는 겁니다."
"스승님한테 맞으면."
키득거리는 레바엔의 머리를 향해 건틀릿을 끼운 손이 무자비하게 내리꽃히는 것과 별도로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왕자님의 그 누님을 위해서 이 고행을 나서는 거죠?"
"네."
"그럼 방해자는 모조리 처치해도 괜찮은 겁니다. 그 댓가로 설령 나나, 레비가 죽더라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는 없어요."
말을 끝내며 니니엘은 클레이모어를 들어올렸다. 어느새 마을 한가운데, 광장을 부수고 지면위로 올라온 커다란 마수의 모체를 보았다. 거대한 굼벵이같다. 저 입으로 마수가 튀어나오는 건가. 츠키는 보기만 해도 몸이 벌벌 떨리는데 레바엔은 히죽히죽 웃고 있다.
"너무 그렇게 떨지마. 내가 지켜줄게."
등 뒤로 그동안 감히 공격하지 못하고 뒤따르던 마수들이 다 모여들었다. 완전히 포위되어 도망칠 곳도 없다. 츠키는 한 손으로 검을 꽉 움켜쥐며 다시 가장 자신있는 마법 라이트닝 볼트를 다른 손으로 차지했다. 레바엔이 그런 그의 손을 붙잡는다.
"검을 꽉 쥐면 안된다고 스승님이 그러잖아."
니니엘은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 마수를 토해내는 그 길쭉한 입을 향해 클레이모어를 똑바로 들었다. 이미 주변의 마수들은 관심밖이다. 레바엔은 결국 그게 다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섭니? 떨 것 없어. 아프지 않게 한 번으로 끝내줄게."
검과 한몸이 되어 일직선으로 몸을 날리는 니니엘의 뒤로 레바엔은 츠키와 등을 맞대며 두 개의 검을 높이 들었다.
"다 덤벼!"
"스승님 그만요! 배가 터질 것 같애요."
"많이 먹어요. 제가 직접 요리한건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앞치마를 두르고 식칼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심히 안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츠키는 다시금 방금 앞에 놓아진 양파볶음에 손을 뻗었다. 맛은 분명히 좋긴 하다. 얻어온 재료가 마수들이 훔쳐간 걸 다시 들고온 것이라는 점이 좀 모모하지만.
"츠키. 입가에 다 붙었다."
레바엔은 냅킨을 뻗어 츠키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겉으로야 동갑내기 같아도, 마족의 피가 흐르는 레바엔의 나이는 츠키보다는 꽤 많다. 형 처럼 다독여주는 모습이 보기엔 참 흐뭇하다.
"레바엔. 너도 얼른 먹어. 다 그냥 있네."
"난 됐어 스승님. 항상 말하지만 니니엘 표 요리라는 이유 만으로 맛이 없, 악!"
빠악. 전투에 나갔다만 오면 언제나처럼 일어나는 순번이다. 지금까지는 늘 관찰자였지만, 츠키는 저런 반응들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것 같다. 순수하게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이에서나 오가는 악의없는 험담들. 악의없는 손찌검. 그 많은 피와 뼈의 산을 헤치고 온 둘 사이에만 가능한 일들. 이제 자신도 거기 끼어 있다.
누님을 다시 만나면, 저렇게 지내게 될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왠지 흥에 겨워져 한쪽에 놓인 술잔에도 손을 뻗어보는 츠키였다.
"앗! 츠키! 그거 무지 쎈 술이야!"
아쉽게도 이미 몇모금이 목을 넘어갔고, 쿵 소리까지 내며 식탁에 쓰러진 츠키를 업어들고 방에 데려간건 레바엔이었을 거다 아마. 니니엘이 직접 데려다 줬다간 멍하니 맛이 간 그 얼굴에다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거든.
1.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2. 2차방정식의 근과 계수와의 관계
,
10년전 아버지에게 수학을 배울때 아버지는 위 공식을 잊어서 몇번이고 수학의 정석을 다시 뒤적거리셨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정석을 뒤적거리지는 않을 겁니다.
네, 수금지화 목토천해명은 이제 잊어도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항상 기억해둘 가치가 있습니다.
4천만 밖에 안되는 인구에서 관객 천만명이 드는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과연 위에서 보듯 미국인들 생활속의 <스타워즈> 만큼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고 문화의 한 부분이 된 영화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대답은 아니오밖에 나오지 않지요. <괴물>이 최단기간 1000만 달성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연 그 '괴물'의 실제 크기 모형이 한국 프로야구 시구를 던질 수 있는가 말이에요.
"<스타워즈> 그거 착한편 나쁜편 편갈라서 칭칭츙츙 광선갖고 싸우고 완전 애들 영화잖아. 미국애들이 덜떨어졌으니 겨우 그런거나 좋아하는거야." 이러는 분들, 과연 우린 왜 그 '애들 영화'보다도 못한 문화적 영향력밖에 없는 영화에 천만명씩 몰려드는 거죠? 천만이면 전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의 4분의1이 본건데 어째서 우리 생활에는 "May the Force be with you!" 이상 가는 영화대사가 언급되지 않는 걸까요.
강제규니 강우석이니 하는 한국의 대표 흥행감독들, 이들이 해온 영화를 되집어볼까요? <투캅스> 3부작 지금 다시보면 얼마나 유치합니까. 10분도 이어볼수 없어요. 너무 유치해서. <쉬리>? 대단했죠. 지금 다시 보면 폭발장면이고 총격전이고 웃기기만 해요. 70년대 헐리우드 액션영화만도 못하거든요. 그런 걸 떠나, 과연 투캅스의 메인 캐릭터들 이름이나 기억합니까? 저도 기억안나요. 안성기 박중훈 김보성 권민중이라는 배우 이름만 생각날 뿐이죠. 리얼리티 버라이어티 쇼도 아니고 영화인데 '그때 안성기가 딱 일어나가지고 총을 빵 쏘는거야'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우리에겐 우리만의 문화적 배경을 만들어줄 아무 캐릭터도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괴물>에 대한 수많은 인터넷 덧글들을 보세요. '박강두'는 사라지고 송강호만 남아있죠. 배두나도 박해일도. '현서' 정도가 겨우 캐릭터 형성에 성공했다고 해야 하나요. 아무리 대중문화라지만 이래서야 1회용이잖아요. 1회용 영화가지고 세계 시장과 싸우고 한국 영화 성장했다고 자랑할 셈인가요?
우리에게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던질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근데 코믹 행사장에서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에게 주저없이 미친 일빠색휘들이라 손가락질 하는 사회에서 과연 그런 캐릭터가 태어날 수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마 영화산업만의 문제가 아닐 거예요.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아무런 문화저변도 없는 허공에 세워진 사회. 풍자도 유머도 위트도 어떤 문화적 밑바탕이 있어야 가능하죠. 그게 없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원색적이고 즉각적인 단어사용밖에 할 수 없는 겁니다. '~펌', '붐업!' 아니면 욕설. 그나마 조금 발전이 있다고 생각되는 건 '오 포스가 느껴진다!' 정도? 무슨 뜻인지 알기는 하겠죠 설마.
언제까지 이렇게 맨바닥만 긁으며 살아야 하는지. 뭐 조금씩이야 달라지겠죠. 지금까지 달라져 오기도 했고. 드라마 쪽에선 오히려 서서히 캐릭터가 태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주몽과 소서노와 영포 등을 보면 말예요. <반지의 제왕>과 비견된다는 드라마 태왕사신기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까 기대해야 할지도요. 근데 암만 저변이 부족하다고 해도 남의 캐릭터 훔치진 말아야지. 개새끼들아.
-가이우스 헬렌 모히암 대모, <듄의 아이들> 中
네가 틀렸다면 화낼 자격이 없다.
- 간디
※<나니아 연대기 : 사자와 마녀와 옷장> 와 <게드 전기> 에 대한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언제부턴가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들 중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가 무척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볼 수가 있어요. 리메이크작이든 소설, 연극 등의 영화화든 말이죠. 원작이 있는 경우엔 원작 팬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길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흥행이 보장된다는 안전장치가 되기도 하지만, 못만든 경우에는 영화가 엉망이라는 평에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까지 덤태기로 씌워지죠. 앤드류 아담슨 감독의 <나니아 연대기>는 세계 3대 판타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원작의 후광도 없을 거예요. 영어권 독자들 중에 이 아름다운 동화 7편중 한편이라도 못읽어본 독자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어른들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자기 아이들을 극장으로 데려갈것이고, 아이들은 또 책으로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눈으로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테지요. 그리고 영화는 그들에게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화면을 선사해주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는 7편이나 되는 대작이죠. 이걸 모두 영화화하는 건 시간상으로도 무리에요. 배우의 나이도 한계가 있고. 그래서 감독은 5편만 추리기로 하고 과감히 1편 <마법사의 조카>는 건너뛰고 출간 연도가 가장 앞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부터 만들었습니다. 다음 영화는 3편 <말과 소년>이 아니라 4편 <캐스피언 왕자>라고 합니다. 3편을 건너뛰는 이유는 다른 이야기들과 가장 관련이 적기 때문이죠. 시리즈 영화다운 선택입니다. '우리 세계의 아이들이 나니아로 가 모험을 한다'는 메인 줄거리에 충실해서, 그 '우리세계의 아이들' 캐릭터에 집중하는 겁니다. 이야기 하나에 영화 하나. 메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단일한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영화와 동화는 구성이 유사하죠. 원작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한 겁니다.
물론 감독 앤드류 아담슨도 수많은 독자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영화는 그의 시점에서 보는 <나니아 연대기>만을 담아냅니다. 사실 원작의 주인공은 루시라서, 피터의 전투는 모든 일이 끝난 뒤 피터의 설명으로만 원작에 드러납니다.그러나 감독은 피터의 전투가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오프닝에서 그는 작가 루이스는 한줄짜리 나레이션으로 넘겼던 런던 대공습과, 군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잠깐이지만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그려냅니다. 그때 폭격에 시달렸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니아의 전장에 서서 새들을 지휘해 나니아의 적들을 폭격하지요. 어떤 관객들은 그리핀과 새들이 모여 돌로 폭격하는 그 장면이 무척 즐거웠겠지만, 어떤 관객들은 그 장면은 신경쓰지 않다가 루시가 착한 거인 럼블버핀과 만나는 장면이 날아간 것만 아쉬워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연대기는 이렇게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누가보아도 페번시가 네 남매 역에 꼭 들어맞는 네 명의 신인 아역배우들이 너무 커버리기 전에, 서둘러 다음 영화가 나오고 또 다음 영화가 나와야겠지요. 감독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든, 이 아이들의 캐릭터야말로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니까요.
진실한 이름에 얽힌 마법에 대한 설정과 자신의 그림자와 싸워나가야 하는 모험, 그리고 어둠의 존재들에게 바쳐졌다 구원된 소녀의 삶,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열어 세계를 잠식하는 자에게 대항하는 싸움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계의 균형을 가져오는 것은 힘만 가진 남자가 아닌 삶을 소중히 여기는 한 여자라는 것까지. 긴 소설은 주인공 '새매(일본어로는 하이타카)'의 삶을 관통하며 그의 여정과 모험을 침착하게 늘어놓지만 2시간 안팍의 애니메이션에선 그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관객도 그런 여유는 없고요.
물론 미야자키 고로 감독도 캐릭터의 중요함은 알고 있기에,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네 캐릭터를 뽑아내 애니메이션에 배치합니다. 대현자 새매와 아렌, 테나와 테루. 하지만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망망한 어스시의 바다도, 고통스런 모험과 마법의 어려움, '진실한 이름'의 위험성도 설명할 기회 없이 이 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며, 원작에서 했던 대사를 서로 바꿔 맥락없이 읊조릴 뿐입니다. '새매'가 젊은 시절 겪었던 그림자와의 싸움은 매우 불완전하게 아렌의 몫으로 옮겨가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장애인이었던 테루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였던 테나의 과거는 그저 대사 한마디로 일축되죠. 그래서 <어스시의 전설>이란 제목이 아닌 <게드 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요. 문제는 <게드 전기>라는 제목조차 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질 않는다는 겁니다. 대현자 새매의 진실한 이름인 '게드'를 제목에 붙였지만 그 이름은 러닝타임 내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으니 아마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대체 왜 <게드전기>인지도 이해 못했을 겁니다.
원작은 항상 양날의 검입니다. 잘 되어도 원작 덕, 못되어도 원작 탓이죠. <게드 전기>는 물론 그 자체만으로 보자면 그다지 나쁘진 않습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색감 좋은 화면에 '테루의 노래' 까지. 썩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에요. 그러나 원작 덕분에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관객들은 원작에 맞지 않는 부분들을 보면서 원작이 표현한 이야기의 10분의 1도 드러나지 못한 이 애니메이션을 비난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독립된 작품으로 봐달라'는 건 엄살입니다. 그런 비난은 당연해요. 심지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추억되는 <반지의 제왕> 세 편도 원작 지상주의자들에게 한없는 비난을 받았는걸요.
영화가 원작에 기대고 있는 한, 제작진은 자신들이 원작을 본 수많은 독자중의 하나라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물론 관객들도 그 점은 생각하고 영화를 봐줘야겠죠. 무조건 자신이 읽은 내용과 다르면 비난부터 하는 관객들도 잘못은 있는 겁니다. 세상은 넓고 같은 텍스트도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읽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비난할 수 있는 경우는, 아무리 봐도 원작을 '잘못' 읽었거나 '성의 없게' 읽은 것이 드러나는 경우 뿐이죠.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성의없는 쪽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 혹은 선생님이 분장한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받곤 하던 연필깎이. 손으로 바이스를 잡아 앞으로 당겨 연필을 넣어 수평으로 고정한뒤 후방의 레버를 돌려주면 부드럽게 연필이 깎이고, 아래 상자에 담겨 나중에 꽉차면 버리게 되어 있는 깎인 가루는 무척 고와서 미술 시간에 공예 소재로 써먹은 적도 있지요. 나무와 흑연가루가 섞여 있는 부드러운 냄새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디자인은 정말 다양해서 증기기관차 컨셉부터 집모양, 인형 모양에 나중에는 총 모양도 있었습니다. 연필심이 부러지거나 닳아서 뭉툭해지면 여기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었지요.
요즘 아이들은 샤프를 더 많이 사용하는 듯 싶습니다. 손으로 딸깍딸깍 눌러주면 샤프심이 나오지요. 샤프도 모자라 볼펜을 비롯해 색색의 염료가 담긴 다양한 종류의 펜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지우개 대신 화이트마커가 있어서 그 모든 것으로 예쁘게 노트필기를 하지요.
하지만 손으로 레버를 돌리며 드르륵드르륵 연필을 깎는 순간의 그 흥분된 기다림은 어디로 갔을까요.
덧>표준어 맞춤법상 '연필깍기'는 틀리고 '연필깎이'가 맞는 표현입니다. 네이버 자동 검색어 완성 시스템에선 연필깍기가 우선으로 나오더군요.
곤도르는 굉장히 오래된 나라입니다. 건국 자체가 몇천년이 넘었고,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누메노르 왕조가 수천년이 이어졌었죠. 이쯤되면 곤도르 인들에겐 곤도르는 나라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예요. 그들은 조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누메노르의 전통에 따라 시신을 부패하지 않게 보존합니다. 왕이 없지만 누구도 왕을 참칭하지 않고, 정당한 왕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이가 나타날때까지 섭정가가 통치하죠. 끝까지 섭정으로 남아서. 밖에서 보기엔 엄청나게 아름답고 화려해보이는 고대의 유적인 미나스 티리스와는 달리 그들은 검소한 민족이고, 호빗들에겐 간식거리도 안될만한 식사 앞에서 잠시 서쪽을 향해 서서 엄숙히 묵념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손님과 주인에 대한 예의, 주군과 신하의 예의, 친구간의 예의가 수없이 언급되지요. 뭐 생각나는 것 없으세요?
네. 현실 세계에선 바로 중국, 한국, 일본인들이 그렇잖아요. 수천년간 중국은 스스로 세계를 자처하며 살아왔죠. 조상신부터 시작해서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을 비롯해 온갖 미신이 횡행하지만 이 '세계'의 지배자들, 왕과 황제들은 어디까지나 유교적 질서에 따라 나라의 틀을 유지해왔습니다. 그 질서는 바로 '예의'죠. 한국은 동방 예의지국이라고 불렸어요. 부자간의 예의, 군신간의 예의에 대해서는 거의 남녀간의 사랑만큼이나 애절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지요. 일본의 천황은 신하된 입장에서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국가의 상징을 넘어서서 일종의 신성마저 부여되어 있고요. 그 전통은 천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곤도르인들은 이런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에요. 미나스티리스 도성에 엄청난 수의 적군이 쏟아져들어오는데도 절망을 말하는 이는 있을 지언정 구원을 바라는 이는 없습니다. 섭정부터 말단 병사까지 임무에 충실하며 혹 상급자가 그러지 못한 면모를 보인다 해도 자신은 상관없이 임무 수행에 충실합니다. 그 때문에 섭정이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다 해도 도성 수비대는 위치를 이탈해 그들을 말릴 수가 없었던 거지요. 자리를 지키는 것이 임무니까요. 자신의 자리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시작이죠.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또 눈여겨볼 건 곤도르라는 지명이에요. Gon은 돌, ~dor는 ~의 땅이란 뜻입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지명과 비슷한 방식이죠? 石地라고 번역해도 돼요. 물론 요정어를 그대로 쓰는 것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요정어의 어휘 생성법은 중국어와 비슷합니다. 같은 의미를 가진 어간이 별다른 어형변화 없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발음이나 의미의 연결이 달라지죠. 일상어는 아니지만, 인명 지명등에 많이 쓰이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인이 한자를 자주 쓰는 것과도 또 유사합니다.
자, 이제 방향을 바꿔서 모르도르를 볼까요. 마이아 사우론의 권세가 일구어낸 어둠과 암흑, 먼지와 재와 유독한 대기의 땅. 더러운 오크들이 자신들의 온갖 악행을 서로에게 거듭하며 수없이 번식하고, 사우론의 꾀임에 넘어가거나 힘으로 정복당한 어둠의 인간들이 모여드는 곳. 정복지에서 납치한 노예들이 광활한 평야를 일구고 눈꺼풀 없는 붉고 거대한 외눈에 대해 맹목적으로 복종하도록 강요당하는 곳.
모르도르가 단일한 국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우론과 그 종복들의 술수는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었던 겁니다.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이 남왕조와 북왕조의 왕들을 차례차례 제거한 것도 반지전쟁으로부터 천년 전이지요. 동쪽으로는 룬, 남쪽으로는 하라드, 서쪽으로는 움바르를 차례차례 복속시키고 국력을 모으는 데만도 몇백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마이아인 사루만을 끌어들이기까지 했지요. 이렇게 끌어모은 거대한 연합군이 인간세계의 마지막 자유왕국 곤도르를 친 겁니다. 곤도르를 침과 동시에 또 한무리의 오크 군단은 북방 난쟁이 왕 다인의 영지와 그 인근 인간 마을을 공격했고, 다른 무리는 요정이 사는 로스 로리엔과 리벤델을 향해 공격해들어갔지요. 거의 가운데땅 전체를 향해 모든 병력을 동시에 내리친 겁니다. 이 어마어마한 군단이 섬기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룬과 하라드와 던랜드의 인간들이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단일한 전략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눈꺼풀 없는 눈의 공포였지요. 실체조차 없는 이 존재가 자신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눈의 직속 부하들인 나즈굴이 섬뜩한 공포를 소리내어 퍼트리죠.
우리세계에서 이와 가장 비슷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네. 바로 "복수의 하나님 여호와" 께서 계십니다.
신이 두렵지 않느냐고 말하는 우리 세계의 인간들처럼, 오크들은 끊임없이 '루그부르즈'(원작에서 수없이 언급된 이것.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교회당과 같은 일종의 장소나 조직인지, 아니면 사우론과 만날 수 있는 오크 대 족장인지) 와 그 뒤에 버티고 선 커다란 눈동자를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합니다. 서로의 배에 칼을 쑤시는 것이 당연한 사이끼리도 그 말만 나오면 어느정도 수긍하고 말지요. 사루만의 우루크하이들과 모리아의 오크들이 싸우는 걸 보면, 자신들이 누굴 섬기는지, 그리고 그들 중 누가 더 위대한지를 겨룹니다. 꼭 자신의 믿음을 설파하려는 광신도들처럼 말이죠.
실체가 없는 눈꺼풀 없는 눈동자라는 존재, 아무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심지어 가장 의로운 자 모세조차도 보고나서 눈이 멀었던 그 실체없는 하나님을 생각나게 합니다. 자신이 유일자이며 자신에게 선택받은 종족들에게 선민의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도 비슷해요. 결코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며 구체적인 행위는 나즈굴을 시키는 것도, 천사를 보내고 성령으로 역사하는 하나님과 비슷하죠?
서로 참호를 파고 들어앉아 아침이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자살돌격을 하고, 저녁이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살돌격을 해야 했던 1차 세계대전 때, 그들은 양쪽 모두 같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갔습니다. J.R.R. 톨킨이 몸소 겪었던 전쟁이었죠. 그는 평생 독실한 신자인 것처럼 살아왔지만, 사실은 이런 방식으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이미 사라졌음을 소심하게 드러낸 걸지도 모릅니다.
덧 : 그럼 이(↓) 남자는 우리 세계의 마술사왕인 셈인가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송된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의 배경이 된 키타 고교는 니시노미야 시에 실재하는 학교입니다. 니시노미야기타 고등학교는 원작자인 타니가와 나가루씨의 모교이기도 하대요. 교토 애니메이션의 제작진에서는 이 애니의 제작을 위해 학교측에 연락하여 수백장의 사진을 찍어갔다고 하는데 그 중 몇 가지가 아래 부분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야기에 있어서 완전한 허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존재한 적도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대상을 지칭하는 언어가 없을 테니까요. 상상속의 존재라 해도 그 일면들은 실재하는 대상들의 다양한 기의와 기표들을 재조립할때 비로소 하나의 존재가 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허구의 이야기도 그럴진대,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저도 이야기를 쓴다고 하는 녀석이라, 한 장면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됩니다. 등장인물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동물인 '와이번'의 행동이나 습성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와이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만든 하늘을 나는 탈것인 1,2차대전 당시의 1인~2인승 전투기와 더불어 실제로 그정도 크기에 하늘을 날았던 생물인 익룡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야 했지요.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보르네오, 수마트라, 아마존에 대한 책을 구해 봐야 했고, 민중 항쟁에 대한 자료조사가 선행되지 않고는 시가전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3권 분량을 써 내려간 '에이린 이야기'를 위해 읽은 책은 대략 30권 정도, 영상물도 족히 40시간 분량은 되네요. 하지만 14화짜리 애니메이션을 위해 수백장의 사진을 '구도를 맞추어' 찍어간 교토애니메이션 제작팀의 노력에 비하면 이것도 결국 취미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말 아쉬운 것은, 글쓰신다는 많은 분들이, 특히 아직 중고생인 분들이 이런 점을 망각한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일본의 어느 원로 작가분이 '요즘 젊은 작가들은 만화만 읽고서는 만화를 그린다.' 고 하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수십~수백권의 판타지 소설과 만화와 수십편의 영화가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기에 부족한 자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2차 자료의 단점은, 패스트푸드처럼 섭취는 쉬운데 균형적이지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가공되어버린 소재를 가지고는 원래의 더 많은 매력을 끌어낼 방법이 없기 마련이지요.
'하루히'의 경우처럼, 세상은 그 자체로 위대한 자료 수집의 장입니다. 항상 다이제스트판에 가까운 책과 DVD서플 등 '다른 사람이 수집해 놓은 자료'에 의존하던 저도, 조금 더 적극적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中
혁명가의 관심사는 혁명뿐.
자기만의 감정도, 애착도, 재산도 없다.
이름조차 없다.
사회질서, 교양세계와 단절했으며 그 세계의 법, 규범, 도덕, 관습과 손을 끊었다.
그가 아는 과학은 오직 파괴.
혁명을 돕는게 도덕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부도덕이며 범죄다.
그는 고문을 견딜 수 있도록 늘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그의 동지는 혁명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우정은 혁명에의 쓸모로 결정된다.
동지와 논의는 함께하되 실행은 혼자 한다.
그는 가처분 부하 여럿을 두어야 한다.
동지의 구출도 손익을 따져서 한다.
혁명가는 공적인, 신분질서의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그곳에 침투한다.
이때 다른 사람으로 위장한다.
처단 대상자 명단을 만들어 순위대로 제거한다.
일순위는 혁명에 해가되는 사람.
짐승같은 놈은 그 해악이 인민 반란이 일어나도록까지 살려둔다.
이용가치 있는 고위직은 노예로 만들어야 한다.
입만 산 동료는 머리가 빠개지도록 일을 시켜야 한다.
-세르게이 겐나디예비치 네차예프 (1847~1882) , <혁명가의 교리문답>中
평범한 일본의 여고생인 주인공 앞에 갑자기 나타난 똑같은 얼굴의 소녀. 전국시대 사무라이마냥 칼을 차고 선 그녀는 주인공의 반 친구들과 똑같은 얼굴을 한 동료들을 데리고는, '네가 위험해' 라며 다른 시간대로 도망치길 종용합니다. 무엇때문에 위험한지, 누가 자신을 쫒는지는 언급하지 않으며 그저 붙잡고 달릴 뿐인데, 어찌저찌 해서 간신히 벗어나 집에 돌아가니 엄마가 전화를 받다 말고 식칼을 들고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도망쳐서 나와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대학생인 남자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던 중, 남자친구도 휴대전화를 받고나서는 갑자기 눈빛이 변해서 자신을 덮쳐 목을 졸라댑니다. 백주 대낮에 거리 한가운데서 벌어진 공포의 현장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역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소녀. 주저없이 남자친구를 두동강내고는, 피에 젖어 벌벌 떨고있는 주인공을 일으켜 세웁니다.
"널 쫒는 건 미래의 컴퓨터야. 네가 그 컴퓨터를 정지시킬 거거든. 나 또한 쫒기고 있어."
"시간은 직선이 아니야. 무한대의 복층으로 이루어진 서로 다른 평면이 계속 반복되는 거야."
"우리는 모두 같지만 또 달라. 과거의 나. 현재의 너. 그리고 미래의 또 누군가가 있어. 환생 비슷한 거지. 우리 셋은 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미래의 그녀는 이미 죽었어. 남은건 우리 둘 뿐이야."
"난 지금까지 많은 이들과 함께 수많은 시간대를 뛰어넘으며 도망쳐 왔고, 너도 그래야 해."
계속 도망만 쳐야 하느냐는 질문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는게, 그녀는 곧바로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이상한 눈빛의 야쿠자들을 한낮의 시부야 거리에서도 아무 주저없이 베어버리고 해서 주인공 둘은 경찰에도 쫒기는 몸이 되고 맙니다. 달아난 곳에는 비슷한 이유로 시간을 뛰어넘어 온 김구와 안중근(대체 왜!), 히데요리와 또 다른 인물들이 있습니다. 전화와 인터넷 등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는 21세기 초반이라는 시공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고 아주 전국시대로 돌아가려 하자, 주인공은 과거의 자신인 소녀 검사를 붙잡아 말립니다.
"차라리 그 컴퓨터를 박살내러 가."
미래의 자신이 주었다는 타임 슬립을 작동해 출발한 시간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무슨 오작동인지 80년도의 한국, 광주로 이동해버린 일행. 계엄군과 시민군이 대치하는 그곳.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산으로 달아나 숨으려 하는 동안에 타임슬립도 잃어버립니다. 컴퓨터가 보낸 기계들이 그들을 추적해 오고, 다른 일행과 떨어져버린 두 소녀는...
에서 깼음. orz
*츠메카린 이야기에 바침*
-지키는 것의 의미-
"네가 츠뮤니?"
알수없는 귀기와 위압감 정도는, 나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사람을 닮아있다. 하지만 이쪽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 대신 단단한 갑주로 얇은 몸을 감싼 이 여자는 좀더, 좀더 훨씬...
"아, 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동생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다. 잘해보자."
파피 언니의 사정이 있어 오늘 하루 검 수행을 대신 해주러 온 여자. 그녀는 그 말만 하고는 짧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투구를 쓴다.
"뭐해. 얼른 따라와."
"네? 여, 여기서 하는게 아닌가요?"
"응."
"어, 어디로?"
"이봐요 귀하신 몸."
한 손으로는 들 수도 없을 것 같은 긴 검날이 어느새 목에 와 닿아 있다. 반응도 하지 못한채 나는 굳어버렸다.
"난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아. 나한테 검을 배우고싶어? 따라 와. 싫으면, 집에 가세요."
뭐,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하지만 난 검을 배워야 해. 이런 수모같은건 저 잘난 왕궁이란 곳에서 당하는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휘적휘적 어깨에 검을 둘러매고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짧은 다리로 줄달음쳐 그녀에게 달려갔다.
"한심하긴."
여자의 말에 무어라 반박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숨이 턱에 닿는다. 이렇게 험악한 마수들이 길길이 날뛰는 계곡으로 데려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날개달린 마수들이 주위를 맴돌며 커다란 칼을 휘두르지만,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우리 둘을 다 갈갈이 찢어버릴 것 같은 이 상황에서 저 여자는 초연히 서서 내가 싸우는 걸 구경하고 있을 뿐이다. 암살일까? 후계자를 베기 위해서 보내진 여자 아닐까? 그럼 대체 누가? 어머니가 이런 여자의 존재를 묵과할리는 없을 텐데, 혹 나를 유인해 놓고 그 사이에 츠키를? 그런 식으로 쉽게 처리할 리가 없는데, '그녀'는 절대 그렇게 일을 쉽게 진행하지 않아.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을 때까지 아무리 느려도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다.
그게 내가 어머니라 불러야 하는 그녀의 방식이야.
하지만 이 여자는 달라.
대체 이 곳에 날 데려와서 어쩌겠다는 거지? 역겨움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이스 볼트 정도의 마법으로는 어떻게 막아낼 수가 없는 적들은 검으로 베어야 했고, 그 선뜩한 느낌이 날 미치게 만들만큼 계속해서 와 닿았다. 주위의 풍경은, 내가 만든 시체의 벌판은 도저히 구토를 참을 수가 없을 만큼 끔찍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 여자는 긴 검을 어깨에 걸친 채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다.
"벌써 지쳤어?"
"당신! 도대체 내게 뭘 바라고!"
"가르쳐주는 거야."
"대체 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잖아!"
"지금은 아직 가르침을 줘도 소용 없어. 넌 아직 준비가 안됐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딴 살육행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더 외칠 기운이 없어 마수의 피가 흐르는 그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그녀가 다가와 긴 검 끝으로 내 턱을 들어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잘 들어요. 공주님. '그딴 살육행위'에 인생을 걸고 있는 여자도 있어. 우습게 생각하면, 애초에 배우려 들지를 마."
말과 동시에, 우리들을 향해 달려드는 커다란 마수들이 보였다. 나는 엉겁결에 눈을 감으려 했지만, 여자가 크게 외쳤다.
"똑바로 눈 뜨고 봐!"
그리고, 뿌득, 강하게 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그 긴 검이 내 머리 위로 완전한 원을 그리며 한바퀴 휘둘러졌다.
아름다운 곡선이다. 긴 궤적을 따라 피와 뼈와 살이 흩날리는데도, 열 몇마리 마수들이 순식간에 갈라진 고깃덩이가 되어 날아가는 데도 그 한순간의 동작의 아름다움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자는 다시 검을 어깨에 둘러맨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 있었고, 그 한번의 일격으로 우리 주위에 살아남은 마수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검은 이렇게 쓰는거야."
단계 같은건 깔끔하게 무시한다. 이런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정말 무식한 여자다. 저런 식으로 살아오면서 아직까지 살아 있는게 더 신기하다.
"아, 아직 나에겐 무리에요."
고개를 숙이는 내게 다가온 그녀는 이내 한 무릎을 꿇고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이봐요. 검은 왜 배우지?"
이 힘든 수행을 시작한 뒤로 수없이 나 자신에게 되물은 질문. 대답은 늘 같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지켜? 네 주제에?"
여자는 피식 웃었다. 기분나쁘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모든 가치를 깔아뭉개는 저 웃음.
"지킬 수 있어요!"
"퍽이나."
그녀는 일어나더니 느닷없이 검을 들어 내 머리위로 바로 찔러들어왔다. 엄청난 속도다. 이제 검술을 막 시작한 내가 반응도 할 수 없는 그런 속도로, 하지만 찔린 건 내가 아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아직 살아남은 마수 하나가 내 목을 노리고 둥글게 휜 검을 치켜든 채 목이 꿰뚫려 있었다. 그녀가 검을 위로 쳐올리자, 마수는 저 멀리 날려가 쓰러져버렸다.
"지키는 건 말야. 대신 아파하는게 아냐."
내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그녀는 부드럽게 검을 휘둘러 묻은 피를 털어냈다.
"못 알아듣는구나. 츠메카린 츠뮤. 오늘 수업은 그만."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그녀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내려가다 멈추었다.
"니니언니! 무슨 짓한거야! 이런델 데려오면 어러케! 저 애는 우리 같은 무가의 여식들하곤 다르단 말야!"
"아니 그래도 저기..."
"언니 좀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르지 말래두!"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파피언니. 두 사람이 다투는 사이에, 나는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대신 아파하는게 아니라고."
검을 쥐었던 두 손바닥에 피물집이 잡힌다. 아프다.
하지만 그럼 지키는 건 뭐지.
계곡 사이로 보이는 좁은 회색 하늘이 나를 향해 히죽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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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골
골룸
반지 운반자
이실두르가 사우론의 손을 베고 반지를 손에 넣은 뒤로, 반지는 한동안 영영 그와 그의 가문에 속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북방으로 돌아가던 이실두르와 그의 가솔들은 글래든 평야 인근에서 오크의 기습으로 모두 피살당했고, 이실두르 자신은 반지를 끼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반지의 배신으로 오크의 화살에 목숨을 잃고 만다. 반지는 그대로 안두인 강 바닥에 묻혀 잊혀졌다. 2500년이나.
스미골은 강을 좋아하는 특이한 호빗 일파인 스투어족 - 그러니까 메리 혹은 피핀의 먼 친척 - 의 한 젊은이였다. 사물의 근원과 시초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늘 그의 눈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비슷한 친구도 있었다. 디골이라는 그 친구의 이름이 어째서 전해지고 있는지는 수수께끼지만, 그는 스미골의 생일날, 스미골과 함께 글래든 평야까지 배를 타고 내려가 낚시를 하던 중 큰 물고기에 이끌려 강 바닥까지 끌려내려갔다 겨우 강둑으로 헤엄쳐 나오게 된다. 그의 손에는, 결코 단순한 금 반지가 아닌 오래된 반지가 유혹적이고 치명적인 아름다운 금빛을 발하며 쥐어져 있었다.
스미골은 반지를 손에 넣기 위해 친구를 죽였다. 아니, 반지가 디골과 스미골 중 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법한 인물을 골라내었던 것일까. 반지는 그에게 보이지 않는 능력을 선사했고, 스미골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반지의 능력을 십분 활용했다.
그후로 그는 골룸이 되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라면 알 수가 없을 비밀을 알고 다니며 다른 이들에게 해가 될 만한 정보를 캐고 다니는 그를 일가 친척이나 이웃들이 고운 시선으로 보았을 리 만무하다. 원래도 많지 않았던 친구는 점차 사라지고, 혼자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며 목구멍에서 '골룸' 거리는 소리를 반복하는 그를, 이제 모두 '골룸'이라고 불렀다. 그는 족장이었던 자신의 할머니에 의해 일족에서 추방당했고, 외로이 방랑하다 마침내 안개산맥에까지 이르렀다. 산의 뿌리에 이르러 그 깊은 어둠속에서는 어떤 비밀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에 찬 그는 주저없이 산의 심장부로 기어들었고, 샤이어의 호빗 빌보 배긴스와 마주하는 날이 올 때까지 깊은 어둠 속에서 홀로 살았다. 아니, 반지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산의 뿌리에서 그가 발견한 비밀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과거를 회상하며 구역질나는 물고기나 산채로 씹으며 근근히 질긴 목숨을 이어갈 뿐. 그는 반지를 증오하면서도 사랑했다. 자기 자신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듯.
반지는 그를 버렸다. 세상에 나설 때가 온 것이다. 암흑탑의 군주가 돌아와 바랏두르를 다시 일으키고 아홉 나즈굴이 다시 미나스 모르굴에 모여들고, 자신의 주인이 다시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반지는 그를 버렸다. 그러나 반지를 집어든 것은 방랑하는 난쟁이 군주 참나무방패 소린도,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도 아닌, 너무 엉뚱해서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골룸은 그와 만났고, 수수께끼 놀이를 제안했다. 호빗들의 오랜 전통에 따라 진행된 이 시합은 마침내 골룸의 패배로 끝난다. 그의 패배였긴 할까. 호기심과 지식욕이 왕성했던 여족장의 손자와, 그저 부자집 외아들로 풍족하게 살아온 빌보와의 수수께끼 시합이란 애초부터 그가 질 리가 없었던 시합이다. 그는 아마 마법사와 시합을 붙여도 이길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 자신감이 도리어 그를 갉아먹었다.
"내 주머니에 있는게 뭐지?"
그런 수수께끼가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그는 그것조차 수수께끼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답할 수 없는 수수께끼란 없다고 믿었던 이 어둠 속의 지자는 결국 자신의 지식에 패배하고 말았다. 주머니 속에 뭐가 들었는지를 알아차린 다음엔 이미 늦었다. 빌보는 반지를 들고 굴 밖으로 사라져버렸고, 골룸은 그야말로 홀로 남겨지고 말았다.
반지에 대한 욕망은 그를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본래부터 반지의 제왕이었던 사우론이었고 그는 모진 고문으로 끔찍하게 찢긴 뒤에야 그의 손아귀에서 놓여났다. 샤이어의 배긴스를 찾아 그가 나선 모험이란 그것만으로도 한권의 책이 될 테지만, 홀로 끝없이 중얼거리며 네 발로 걷는, 거의 벌거벗은 모험자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바라는 이는 아마도 없다는게 애석할 따름이다. 그는 실날같은 반지의 기척에 의지해 안개산맥 기슭에서 로스로리엔의 외곽을 돌아 안두인 강을 넘어 에뮌 무일과 죽음의 늪을 건너 키리스 웅골을 지나 모르도르에까지 이르렀었고, 그 모든 길을 다시 거꾸로 거슬러 올라와 모리아에서부터 줄곧 거리를 두고 반지원정대를 쫒았던 것이다.
몇백년의 세월 동안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었던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면 '보물'과 대화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한동안은 프로도와 샘 앞에서도 늘 '보물'에게 말을 했다. 그러나 반지 운반자는 프로도였고, 그는 반지를 가진 프로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삶은 반지에 단단히 얽혀 있었고 그 반지가 프로도의 입을 빌려 명령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결코 반지를 떠날 수 없었고 내내 프로도와 샘의 주위를 맴돈 끝에, 마침내 이실두르의 재난은 스미골의 재난이 되었다.
반지를 결국 손에 넣은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에 그토록 염원하던 깊은 비밀이 녹아내린 용암 속으로 떨어져 내리며,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명의 호빗이 감당하기에는 지독하게 긴 생애 동안에 그의 머릿속엔 내내 두 인물이 대화를 했다. 그 둘은 늘 대립하는 것 같았지만 반지를 원하는 것만큼은 한결같았다. 그들의 마지막 대화는 무엇이었을까. 자신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반지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는 것은 그나마 가능했던 축복이었을까.
아무리 작은 존재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세상은 그 작은 존재에게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직링크는 여기.(다운 받아서 개인 계정에 넣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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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설경구라는 배우의 힘으로 완성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개의 '공공의 적' 시리즈입니다. 형사 강철중은 시종일관 약한 이들을 괴롭히고 범인 잡는데는 딱히 열성적이지 못한 불량 형사지만 자기 투자 이익을 지키려고 부모를 죽이는 반인륜적 범죄 앞에 분노하며 날뛰지요. 2편의 검사 강철중은 그렇게까지 불량하진 않지만 다들 등 뒤에선 한마디씩 할 정도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고교시절부터 악연을 맺은 부잣집 둘째아들이 역시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형을 해치려 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에 분노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체포에 나섭니다. 두 영화 모두, 좋게 끝나지요. 정의로운 주인공은 승리하고 공공의 적은 결국 잡히고 맙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외로운 싸움의 끝에 승리가 오는 그 카타르시스가 두 영화의 골조예요.
이제 '야수'를 보겠습니다.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두들겨 패는게 먼저인 폭력형사 장도영. 그리고 나쁜놈 잡아쳐넣기 위해 가정도 아내도 소홀히 한채 매달리는 검사 오진우. 마치 공공의 적 1, 2편에 나온 두 강철중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같은 이들의 회합은, 폭력조직의 우두머리 유강진을 잡아넣기 위한 연합이었죠. 그는 '공공의 적'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은 반인륜적 범죄 같은건 저지른 적이 없지요. 오히려 가정에 충실하고 종교활동도 하고, 겉보기에는 완전히 교화되어 사회 봉사활동까지 성실히 하는 기업의 회장님이십니다. 정계진출까지 노리고 계세요. 그는 우리 사회에서 행복의 지표로 여겨지는 것을 다 가졌습니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가족과 믿고 따르는 부하 직원들, 그들의 기업체. 사회적 선망까지.
반면 우리의 두 주인공은 어떨까요. 검사 오진우는 농촌에서 자라 간신히 출세했지만 일에 매달리는 사이 아내는 결별을 선언하고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지방으로 한참 뺑뺑이까지 돌았죠. 형사 장도영의 어머니는 몸져 누웠고, 자신이 직접 감방에 넣을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다른 동생은 어머니 수술비 때문에 유강진의 조직에 손을 벌리다가 '제껴' 지죠. '공공의 적'에서 두 강철중이 가졌던 믿고 따라주는 소수의 동료조차 그들에겐 없습니다. 오진우는 검찰의 위신을 생각하는 동료나 선배 검사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장도영은 폭력적인 체포 방식 때문에 정직처분 당합니다. 말 그대로 '야수', 버림받은 이들입니다.
"헤어져?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최소한 악화되지는 않아!"
"나도, 행복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주말에 갈비도 뜯고 말야."
유강진은 적이라기엔 너무나 강했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해 간신히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순간, 유강진의 하수인들은 손바닥 뒤집듯 그 것들을 박살내고 오히려 두 사람을 피의자 인권 유린의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만듭니다.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나본데, 그거 알아? 이기는게 정의야."
오진우는 모든 삶을 걸고 있던 검사 신분을 박탈당하고, 장도영은 오직 자신만 바라보고 살던 어머니를 잃고 맙니다. 그들에겐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죠.
'야수'를 궁지에 내 몰면, 발악하며 사냥꾼을 무는 법. 그들은 주저없이 유강진을 향해 총을 쏩니다. 법이라는 무기도, 수갑이라는 무기도 이제 더 필요 없습니다. 그 무기는 더이상 그들에게 아무 힘도 되어주지 못하니까요.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을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두 야수는 그렇게 결말을 짓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로.
형사였던 장도영은 유강진을 향해 총을 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고, 검사였던 오진우는 국회의원 유강진 살해범이 된 채로 영화가 끝납니다.
그렇습니다. '공공의 적'과 같은 해피엔딩은 없습니다.
두 명의 강철중은 '공공의 적'에게 승리하여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적들은 '공공' 의 적이라는 점이에요. 누구라도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적들이었죠. '인물'이었습니다. 유강진은 이 영화에서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한 권력을 대변하는 하나의 운명이죠. 마치 고대 그리스비극의 영웅들처럼,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향해 두 야수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그리하여 파멸했습니다.
인간은 한 인간과 투쟁하여 이길 수는 있지만, 운명 앞에선 한없이 무력합니다. 하지만 운명과의 투쟁은, 그 것 자체로도 그 인간을 고귀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그 결과가 파멸이라 하더라도, 그 자신을 자신의 방법으로 존재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요. 다른 이들처럼 그저 세계가 그들에게 부여한 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거죠.
행복하지 않을 지 몰라도, 의미있다면 그것으로 그 삶은 충분합니다.
그것이 '공공의 적' 을 잡아 행복하게 자신의 존재를 지킨 두 강철중과, 야수처럼 표효하며 모든 것을 불사르고 사라져간 오진우, 장도영의 차이였습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 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 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 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묄러
모두들, 내 일이 아니라고 물러서는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하긴, 내 일이 참 바쁘죠. 게임도 해야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고 부모님께 효도도 해야 하고 정신없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도망가고 싶죠.
하지만 깨어 있지 않으면 그 '내 일' 조차 내일이 오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나는그네님 블로그에서 트랙백했습니다.→(-_-)
http://summerz.pe.kr/blog/index.php?pl=564
무기는 원거리 무기와 근접무기가 나뉘어지고, 근접무기는 절삭계와 관통계, 타격계가 또 다르겠지요.
절삭계 무기는 주로 도검류가 되는데, 서구와 중근동을 통털어서 고대로부터 항상 가장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길이와 크기, 날의 방향 또한 매우 다양하여 손안에 쏙 들어오는 단검류부터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든 거대한 도검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그것만으로 한권의 책이 되어버립니다.
도검류는 다루기가 힘들고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그 파괴력은 굉장한 위력이 있습니다.
서구의 군왕들이 왕권의 상징으로 검을 주로 사용했고, 또한 전장의 장수들 역시 검을 쥐고 있었습니다. '칼자루를 쥔 사람' 이라든지 하는 관용구도 수없이 많지요. 오늘날에도 검은 모든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통계 무기는 주로 창과 그 변형인데, 사용법이 매우 단순해서 손쉽게 익힐 수 있어 일반 보병들의 가장 주요한 무기였습니다. 2미터 안팍의 것부터 나중에는 5미터가 넘는 pike 까지도 만들어지지만, 원거리 무기의 개량 덕분에 적의 돌진을 막을 이유가 없어져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타격계 무기는 아마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돌멩이(이건 원거리무기이기도 한가요?)와 굵은 나뭇가지 시절부터 타격 무기는 이미 시작된 거니까요. 무거운 물체와 그 손잡이로 이루어지는 이무기 역시 사용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지만 개인의 솜씨와 체력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단점이지요. 모든 도구가 결국 타격계 무기가 될 수 있으니 오늘날의 소총 등도 총알이 떨어지면 이러한 무기가 되는 셈입니다.
원거리 무기는 돌팔매부터 슬링샷, 투창(javellin) 등 투척계와, 활, 석궁, 총포 등 발사계로 나뉩니다. 적이 나에게 오기 전에 제압한다는 의미에서 원거리 무기의 의미는 굉장히 크지만, 그만큼 사용법을 익히는 데는 시일이 많이 걸립니다.
투척계 역시 타격계 만큼 오래된 무기류지요. 돌멩이부터 시작된 투척계 무기는 발사계에 밀려 이미 중세 이전에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만, 올림픽 경기 등을 통해 여전히 남아있기도 합니다.
발사계 무기는 투척계까지 이르는 '인간의 힘을 이용하는 도구' 였던 무기의 개념을 벗어나, 이제 '도구 자신의 동력을 이용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활과 석궁은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고, 이는 그대로 투석기와 대포, 소총과 권총 기관총을 비롯한 모든 현대 무기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민족만큼은 유달리 이 발사계 무기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일본이나 중국, 혹은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엔 딱히 '신검의 전설'이랄 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검은 1대1 대결이라면 매우 효율적인 무기지만 전쟁에 있어서는 딱히 훌륭한 무기가 아닙니다. 내구도 약하고 오래 사용하기엔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하니까요. 하지만 활은 다릅니다. 그리고 단 한발로 전투의 흐름을 바꿔놓는데는 활만큼 두려운 것이 없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저격수들이 그 자리을 이어받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엔 유독 주몽을 비롯해 '신궁'이라 불리는 이들의 기록이 유난히 많이 전해집니다.
무기는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도구이기 때문에 가장 인간의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자나 법률보다도 무기에 들어간 노력이 훨씬 클 테니까요. 무기를 아는 것은 곧 그 무기를 사용하는 인간을 아는 것이기도 합니다.
숱한 환타지 소설에는 그저 전설의 신검만이 널리 이름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의 전투가 마법이 더 확실하게 위력이 발휘된다든지, 온갖 기계장치들이 동원된다면 신검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할 의미가 없어지지요. 어째서 마탄의 사수나 신궁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환타지 소설에서 쓰지 않는걸까요. 궁수는 치사하니까?
검이 물론 매력적인 아이템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법입니다. 단지 우리 세계에서 검이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말하는 소설에 검을 높이는 행위는 그저 독자에 영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by 폴 아트레이드, 무앗딥 황제, <듄 : 메시아> 中
하지만 하나같이 듣는 말이 있어요. 그건 바로,
"아직은 리니지, 리니지2의 자리매김을 할 수 없다."
위 게임의 캐릭터들은 물론 상용화 근 10년째가 되어가는 게임 '리니지'의 캐릭터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컨셉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그 캐릭터로 모험해야 할 세계도 훨씬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합니다. 독특한 스킬과 재미난 조합과 더 편리하고 신선해진 인터페이스 등, 무척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여기서,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라프 코스터의 말을 한번 다시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쁜 캐릭터와 아름다운 세계는, 본질적으로는 눈길을 끌고자 하는 포장지에 다름아닙니다. 팩맨이 먹이를 먹고 귀신을 무서워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이 게임들 모두 게임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임 상의 '몬스터'를 학살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물론, 리니지도 마찬가지죠. 이 게임들은, 리니지까지 포함해서,
"장애물을 해체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법"
을 가르칩니다.
장애물이 얼마나 다양해지는지, 해체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해지는지, 목적지가 얼마나 다양해지는지는 그 게임을 독창적이게 하는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독창적이 되려면, 게임이 가르치는 것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필자가 하는 게임 '마비노기'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결국 이 게임이 가르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마비노기는 물론 위 목표처럼 장애물을 해체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법도 가르치지만, 그에 첨부되어 '좀더 독특하고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 법'을 가르칩니다.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외형이 거의 다 결정되어 있는 위 게임들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죠. 주어진 다양한 선택권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인형놀이'가 마비노기의 가장 큰 장점이 되는 거지요. 독창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고.
온라인 게임이야말로 제대로 장사가 되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패키지 게임은 한국에서는, 다들 워낙 재미있으면 받아본다는 사고방식이 굳어져서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그럼 말이죠, 컴퓨터 기반 게임이 없던 시절부터 오래도록 있어왔던, '장애물을 해체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법'을 가르치는 온라인게임보다는 이제, 좀더 다양한 온라인게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대상의 성격을 파악하여 대상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법' 이라든가*^^* '조직하고 지휘 통솔하는 법' 같은거 ㄱ-. 온라인 미연시라든가, 온라인 전략 게임 같은거 말입니다.
*
사실 같은 기준으로 보자면, 소설을 쓰는 저 자신도 여기에 대해서만큼은 잘난 것이 없습니다.
'에이린 이야기' 말이죠. 독창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계절이 뒤집힌 세계와, 갑옷대신 군복을 입고 머스킷을 쓰는 군대와, 하늘을 나는 동물들, 슬라임에서 드래곤에 이르는 전형적인 몬스터들이 아닌 판타지소설에서는 본 적도 없을 야생동물들과, 배워서 캐스팅하는 마법이 아닌 일종의 에스퍼처럼 타고나는 원소력을 발휘하는 마법사들, 그리고 과학자를 연상시키는 연금술사에 이르기까지 독특할 법한 설정을 수없이 하지만, 이건 다 그냥 설정이에요.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아닌거죠. 예쁜 캐릭터와 아름다운 세계처럼 그냥 포장입니다.
본질은, '고대의 아티팩트를 가지고 다양한 출신의 여러 멤버와 파티를 이루어 목적지에 도달하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상태로는 노력하고 도전해봐야, 결국 흔한 요즘판타지에 불과한 거죠.
이대로는 안됩니다. 무언가가 더 필요합니다.
아주 절실하게요.
새로 바톤을 넘겨드리는 분도 있으니, 찾아주시는 분들은 아마 끝까지 읽어보셔야 할 겁니다. 'ㅂ'
1) 바톤을 돌려 준 (분)편의 인상을 부탁합니다.
inil :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귀엽고 재미있는 '아가씨' 다운 성품을 가지셨어요. 좋게 말하자면 순수하다고 할 수 있겠고, 나쁘게 말하자면 잘 속는 성격? 덕분에 주위 사람들의 보호본능과 장난기를 동시에 발동시키는 듯. ^0^
혹 남자친구분이 계신다면, 아마 매일 한번씩 긴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절대 남자친구분이 심심하거나 외로운 날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츠뮤 :
재능과 센스가 있는, 하지만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발휘하는 창조자.
소심하지만 단호할땐 단호해서 적으로 돌리면 안될 것 같은 공주님 타입.
주관이 뚜렷하지만 때론 그 때문에 미움도 곧잘 사고 자신도 미워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상대하기 어렵기도 해요.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미움 살거 같아요 ;ㅁ;
Rukxer :
높고 검은 남자. The Man in Black(?)
냉정하지만 소심한 사람.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론을 구축하고 있어서 굉장히 성숙해보이다가도, 여러가지 일에 지나친 자신감을 보일 때는 아이처럼 순진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대체로 믿음이 가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가 힘이 없어 보일땐 정말 걱정돼요.
OmegaBass :
명랑 쾌활하고 발랄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책임감도 강한 소년. 글을 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스스로를 독려하지만, 그 독려가 실망과 좌절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습니다.
가족들과 충돌하는 문제가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포스팅의 행간에서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느껴져서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2) 주위로부터 본 자신은 어떤 아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까? 5개 이상 말해 주세요.(어디까지나 예상)
실제로는 :
inil - 뭔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깊이있어보인달까나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게있고(무게잡는다의 무게 말고, 진중하다라고나 할까요? 진실된 그런거!) 역시 사고가 넓으세요. 대화를 하다보면 어른이다!! 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답니다. 이렇게 진지한 면도 있으시면서 재밌으시기도 하시고, 매력적이신 분이에요.
츠뮤 - 속 깊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모습이 언제나 보기 좋은...
kazz - 오빠-지만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 뭔가 진중하긴 하지만 어이없게 맥빠지게도 하는 사람. 자신만의 세계가 깊어, 감히 어떻게 휘저어보기도 힘든 사람. 종종 타인들의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 하지만 또 그 짜증을 다 받아주는 사람. 편한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소심한사람. 가끔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내색하면 안되는 사람. 자긴 멋지고 기발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닌사람. 그 외 기타 등등
Omegabass - 비슷한 목표를 가져서인지 여러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분. 몇몇 문제와 관련해서는 약간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고도 느끼지만 대개의 관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많고 여러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분. 특히 그 꾸준한 집필 능력은 꼭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동경하는 분.
랑이 - 영원한 피터팬 증후군의 철학돌이 외곬수기질이 다분한, 영원한 소년.
리리아 - 외유내강형에 외곬수, 노력파라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믿고 생각하는 것에 확신이 있으신 분. 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분 :3
3)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성에 대해 5개(이상) 말해 주세요.
본성이 선한 사람 :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
아름다움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 : 단지 외면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면적인 성숙도나 부드러움, 인자함, 우아함 등을 귀히 여기고 실천하려 애쓰는 사람.
솔직한 사람 : 대놓고 욕을 할 지언정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해하지 않는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 설령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대화하고 의견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즐겁고 밝은 사람 : 쾌활함, 유쾌함, 명랑함, 발랄함 등의 성품을 간직하고 유지하는 사람.
4) 에서는 반대로 싫은 타입은?(싫다고 할까 서투른 타입)
진지함이 결여된 사람 : 뭐든 사람이 말을 하면 받아들일 줄을 모르고 '그게 뭐.' '내가 알게뭐야' 하는 식으로 넘기는 사람.
매사 집중하는 일이 없는 사람 : 공부든 게임이든 운동이든 조금 손대봤다가 금방 그만두고 그 일천한 경험으로 아는체 하는 사람.
권위'만' 내세우는 사람 : 나이, 직위, 성별, 친척관계 기타 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기득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압하거나 사생활과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 대! 한민국! 등을 외치며 대오에 참여하길 강권하고 물러서 있거나 비판의 시각을 보내면 당장 비난부터 하는 사람들.
욕쟁이 : 한마디 한마디마다 욕이 빠지지 않는 사람들(의외로 많음). '쓰벌' 등은 기본적인 추임말이고, 건전 지향(...설마)의 이 블로그에선 감히 언급할 수 없는 당혹스런 욕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
5) 자신이 이렇게 되고싶다고 생각하는 이상상이라든지 있습니까?
한다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나 자신의 욕구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나의 존재와 미래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6) 자신의 일을 그리워해 주는(의역 : 자신을 그리워해주는) 사람에게 외쳐 주세요.
가끔씩
그리울 때면
그대가 보낸 편지를 읽었죠
그대가 담긴 사진들을 봤죠
가끔씩
외로울 때면
그대 전화를 기다렸죠
기다림도 내겐 행복했죠
영원토록 그대만을, 사랑해
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내 소중한
그대만을
영원토록 그대만을
사랑해
- by TOY, "그럴때마다 part2" 전문
7) 배턴을 돌리는 15명(덧붙여서 인상 첨부로)
OmegaBass : 꿈의 잔해를 주워모으는 환상의 여행자. 자세한 건 위에도 썼기에 (상호 바톤터치) 패스 'ㅂ'
kazz : 귀엽고 깜찍하고 재미있는 그녀.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무어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만큼 도움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텐데, 타인의 일에 단호하게 충고해주는 만큼 자신의 일에는 단호하지 못한 점이 걱정이네요.
세이트 : 찬찬하고 조신(?)한 모든 것의 전망자. 아름드리 거목처럼, 세상에 자신이 드리우고 있는 그늘이 얼마나 넓은지 슬슬 자각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해요. 함께 호흡하고 먼 길을 같이 달려나가는 인간이라기보다 한발짝 물러나 등 뒤에서 지켜보며 뒤따르는, 톨킨의 엘다르나 '마비노기' 게임의 투아하 데 다난 등 이종족, 이계인의 느낌이 더 강한 분.
Min : 안개의 성에 스스로 갇힌 수줍은 왕자님(?). 아는 것도 많고 관찰력도 뛰어나고 뭐든 빨리 배우고 적응하고, 장점 참 많아요. 자기 주위의 벽을 단단히 쌓아올리고 그 안에 침범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그 벽 자체를 명확하게 규정짓질 않아서 대할 때 가끔 불안한 기분이 드는 친구.
랑이 : Lonely Blue Lady. 사실 푸른 머리칼을 보여준 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 때의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단단하게 스스로를 지키려 하기에 여간한 관계로는 눈물도 흘리지 않을 것 같은, 당당하지만 늘 어딘지 외로워 보이는 친구.
리리아 : 밝게 웃으면 아주 예쁠 것 같은 맑은 눈의 소녀.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항상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이분 그림이 늘 그런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음. 그림은 원래 그리는 사람을 따라간다고 하니까요. 특히 눈은 더욱. 관계와 세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꿋꿋하게 밝음을 유지하는 모습이 제일 부러움.
... 여기까지만.
이 블로그 방문객이 15명이 안되는데 15명에게 돌리라니, 무리예요 ;ㅁ;
에이린 대륙은 우리들이 알고있는 세계와는 기후와 식생이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이전에 본 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볼 수 없기도 했던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 생물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모든 이미지 파일은 네이버 이미지 검색으로 불펌(-__-)했습니다.
와이번
에이린 대륙의 와이번은 가축화의 역사가 매우 길어 육식성이긴 하지만 사냥꾼으로서의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본래의 야생종도 초원 지대에 서식하며 죽은 동물의 시체를 주식으로 하는 스캐빈져였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조리된 식사를 공급받는 매우 의존적인 동물입니다. 야생종은 오래전에 멸종되고 없습니다.
주로 라피르트 반도를 포함하여 대 사막과 대삼림 남쪽의 타우리 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고대의 가운데땅에 서식하던 와이번의 아종으로, 에이린 대륙의 와이번은 이보다 훨씬 덜 호전적이고 덜 공격적이며 탑승자의 명령에 절대 순종합니다. 입이나 등의 골판 등의 조직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좀더 작고 순하며 아름다운 쪽에 가까운 동물이라고 볼 수 있죠.
에뮤
같은 이름의 생물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에이린 대륙의 에뮤는 이보다 조금 크며, 굵고 단단한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가축화가 진행되었지만 야생종도 종종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 탈것보다는 주로 짐을 끌거나 싣는 용도로 많이 사육됩니다.
타우리가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볼 수 있지만,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방의 항구도시 국가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문조
같은 종은 지구에도 있습니다. 애완용으로 주로 사육되는, 손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작고 말을 잘 따르는 (정말?) 새입니다. (가만히 있어. 라든지 코 주무세요 등은 정말 잘 따릅니다 OTL) 온난한 기후에서 살기 때문에 주로 라피르트 반도 북쪽의 소 삼국 - 안달루시아, 미텔하르니스, 게르니카 - 지방에서 자주 보입니다.
모아
에뮤와 유사하지만 약 3m 정도의 키를 가진 커다란 동물로, 갑주를 걸친 전사를 비롯한 무거운 물체를 등에 지고도 빠르게 달릴 수 있어 태곳적부터 줄곧 탈 것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에뮤와 모아는 모두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육중한 신체를 공중에 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라피르트 반도 내에 가장 많으며, 라피르트 왕국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지역에서만 보입니다.
지구에서도 뉴질랜드 지방에 서식했지만 천여년 전 이주민이 도착한 뒤로 모두 사냥당해 멸종되었습니다. 아래는 그 상상도.
코아틀
날개를 펼치면 그 총 길이가 20m까지 이르는 거대한 동물로, 절벽이 많은 해안지대에 서식하며 기류를 받아 이륙하고 높은 지대에만 착륙합니다. 무거운 물체나 20여명의 인원을 태우고도 무리없이 장시간 비행할 수 있어서 길들여 가축으로 쓰지만, 이륙 장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래 서식지인 라피르트 반도 서해안의 일부 - 내로하벤에서 프리겔린에 이르는 해안 단구 지대 - 에서 그들의 항속거리에 닿는 곳 이내에서만 보입니다.
본래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동물이고, 라피르트 반도는 여름 번식기에 방문하는 곳입니다. 현재도 일부 야생종은 수십일에 이르는 거리에 있는 북방의 섬들을 향해 매년 가을마다 비행하는데, 그들은 이 이동을 위해 거의 두달이 넘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공중에서 잠을 자며 날아간다고 합니다.
지구에도 약 7000만년 전인 백악기에 지금의 북아메리카 지역에 서식하였으며, 정식 학명은 '케찰코아틀루스 노스로피'입니다. 아즈텍의 신화에 등장하는 추방된 신 '케찰코아틀'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네요. 아래는 그 상상도.
모스맨
위에 언급한 동물들이 자연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생태와 성정이 잘 알려진 동물이라면, 이 동물은 모든 것이 수수께끼인 신비의 동물로, 실재하는 동물인지 아니면 어떤 마법이나 연금술에 의한 창조물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항상 어둠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므로 아무도 명확한 신체적 특징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타우리 성인과 비슷한 크기에 커다란 날개와 빨갛고 둥글고 큰 두 개의 눈까풀 없는 눈동자에 대해서는 모든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합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로 이어지는 고대의 유적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페이루스 지방이나 혹은 라피르트 왕국의 유서깊은 도시 교외에서 이따금 발견됩니다.
지구에서는 1960년대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자주 목격되었으며, 재난이 있는 현장에 미리 나타나 재난을 예고한다고 합니다. 가축이나 인명을 낚아채어 날아가버리기도 하는 걸 보면, 이들이 재난을 일으키는 주축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그림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상상도.
티라노사우러스
몸길이 15미터에 달하는,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육식동물. 그러나 기본적으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주식으로 하는 스캐빈저이며, 따라서 살아있는 동물을 일부러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대삼림의 기슭 열대 우림에서 주로 출몰하며, 번식기에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온 동물은 타우리건 오크건 오거건 가리지 않고 거칠게 공격합니다. 일부 일처제이며 부부는 평생을 함께 사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6500만년전 백악기 말에 멸종했으며 일부는 해골섬이라 불리는 독특한 지리적 환경 아래서 살아남아 공격적인 사냥동물로 진화를 계속해서 1933년, 몇몇 모험심이 강한 미국 영화인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들의 기록을 재연한 것입니다. (정말?)
케찰
엘프의 대삼림 깊은 곳에서 이따금 발견되는 매우 희귀한 새로, 포획된 기록은 전무합니다. 지능이 매우 높으며 수컷의 아름다운 꽁지깃은 때로 몸길이의 몇배까지 자라나기도 합니다. 과일 혹은 작은 동물, 곤충을 주식으로 삼으며 일생동안 결코 땅을 밟는 일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세계에서는 중앙 아메리카 저산 지대의 우림에서 발견되고 있는 조류로서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수컷은 에머랄드빛 깃털의 복부와 아래로 늘어뜨린 흰 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몸길이는 40여 cm 남짓. 마야 문명 등의 중앙 아메리카 문명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으며 부와 자유를 상징였는데 그 이유는 포획되어 감금되면 곧 죽어 버리고, 자유로이 이동하는 모습이 상업에 종사한 마야 문명인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과테말라 국기에 그려져 있고 그 이름은 화폐의 단위로 쓰입니다.(-Newton 과학용어사전에서)
랩터
주로 안달루시아 남부 삼림지방에 서식하며, 현지에서는 보통 도적이라는 의미의 '랍토르' 라고 불립니다. 몸길이는 2m 정도인데 그 대부분은 길고 뻣뻣한 꼬리가 차지하며 타우리보다도 체구가 작지만, 와이번의 비행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고, 커다란 엄지발톱은 선원들의 잭나이프처럼 휘어 있어 굉장히 위험한 육식동물입니다. 지능이 높고 사회생활을 하며, 서식지 인근 마을의 어린아이나 가축을 사냥하곤 하여 현지 타우리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6500만년 전에 멸종했으며, 아래 기록 사진은 생물공학 기업 '인젠' 사가 건설한 고생물학 자연공원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이 동물들은 도저히 통제할 수 없어 결국 모두 도축되었습니다.(정말?) 정식 학명은 벨로키 랩토르.
그리핀
대사막 변두리에 서식하는 동물로, 날개가 달려 있어 오랜 시간 공중에 머물며 사냥감을 물색하다가 적절한 먹이감이 보이면 급강하해 네 개의 발로 덮칩니다. 타우리의 전설속의 동물 '키리스'는 바로 이 동물을 보고 상상한 것일 지도 모릅니다. 깃털로 꽉 짜여진 몸은 무척 가볍고 탄력이 있지만 와이번처럼 누군가를 태우고 날 정도로 강력한 근육은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나니아'에 살고 있는 지능이 매우 높은 같은 종의 동물입니다.
무막
키가 15m~20m에 이르는 이 거대한 초식동물들은 사막을 항해하는 배처럼 긴 다리로 모래를 헤치며 대사막의 중심을 가로질러 여행합니다. 작게는 열 마리에서 많게는 40~50마리에 이르는 무리는 보통 부부와 자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길고 근육으로 가득차 부드럽게 움직이는 코는 이들의 사회 생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코를 마주하고 악수하듯 붙잡는 등의 행동은 타우리나 오크 등이 손으로 행하는 제스처와 거의 같은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이들은 보통 칙칙한 갈색인 사막의 다른 동물과는 달리 아무런 보호색도 갖지 않는데, 오크와 타우리를 제외한 그 어떤 생물도 이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네 발을 딛고 서는 이들은 죽을때까지 결코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수명을 다한 무막은 조상 대대로 자리했던 무덤에 홀로 찾아가 죽는다고 합니다. 오크들은 이 동물을 아루크의 신수로 생각해 굉장히 존중하며, 무막을 해치는 것은 카푸 중의 카푸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구의 유명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 작품입니다.
모래벌레
대사막 가장 깊은 곳에 서식하는 거대한 절지동물로, 몸길이는 수십에서 수백m에 달합니다. 유일한 천적은 코로 물을 뿜기도 하는 무막 뿐입니다. 액체 상태의 물은 이 동물에게는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막에 비가 내리는 우기가 되면 모두 깊은 모래속으로 파고들어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건기에는 모래 사막을 헤엄치듯 이동하며 진동을 감지해 모래 위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잡아먹습니다.
아래 그림은 사막만으로 뒤덮인 행성 '아라키스'에 서식하는 모래벌레의 그림인데 에이린 대륙에서 발견되는 종과 외견은 흡사하지만 수십배 이상 거대합니다.
"제다이라, 그거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
"요정의 시대는 끝났고 우린 이제 이 땅을 떠날 겁니다."
템플에서 강도높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공화국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온 은하계를 헤집고 다녔던 제다이들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은 제국의 20년 철권 통치에 의해 깨끗하게 잊혀져 버렸고, 그 걸 되돌리는 건 정식 입문도 못한 한 젊은이의 서툰 광검 솜씨와 진실한 마음 하나 뿐이었지요. 위대한 요정들의 빛나는 검은 오래전에 부러져버렸고, 요정의 피가 흐르는 순혈의 누메노르 왕도 오래전에 잃어버린 시대에, 절대 반지를 파괴하는 것은 요정의 선물인 에아렌딜의 별빛이 담긴 병 하나를 고이 품고 있는, 연약한 두 젊은 호빗이었습니다.
마비노기는 넥슨에서 퍼블리싱하는 DevCAT 팀의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입니다.
게임이지만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비노기 Generation 1 여신 강림, Generation 2 팔라딘, Generation 3 다크나이트의 제목과 이야기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메인스트림'이란 이름으로, 모든 캐릭터가 한번은 거쳐가게 되는, 에린의 이야기들이지요.
그리고 제너레이션이란 구분처럼, 이야기의 업데이트 일자에 따라 그 것을 겪어나간 유저의 캐릭터들 또한 세대가 갈리게 됩니다. 이유는 하나지요. 다음 패치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힘들고 어려웠던 메인스트림은 하향되거나, 혹은 넘어갈 수 있도록 바뀌니까요. 그리고 유저들도 쉬운 길을 찾아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 바쁘구요.
G2 팔라딘 2시즌때 마비노기를 시작한 저와 저의 길드 멤버 다수는, 길마님을 제외하면 이미 하향된 G1과 G2를 클리어했습니다. 길마님도 G1은 하향이었지요. 그런 우리가 보기에, 하향 전의 극악의 G1과 G2를 클리어해낸 기존 유저캐릭터들은 그야말로 전설처럼 보였습니다.
G3이 하향되었습니다.
G2에서 시작한 우리 '세대'는 G3에 얽힌 추억들이 가장 많습니다. 루아가 나오길 기다리며 베안루아에 모여 보낸 시간들, 겁없이 뛰어들어갔다 공포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이지페카. 영혼의 포션을 만들고 항마의 로브를 만들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생산을 하려고 온 사방 뛰어다닌 기억들. 그리고,
잠입.
3층 30개의 구슬방을 통과해야 하는, 그 치열했던 순간들. 타고다닐 말도 없던 시절, 날아오는 가고일, 뛰어오는 헬하운드를 피해 죽어라 두 다리로 달렸던 그 시간들. 몹렉을 유도하기 위해 수십명이 모여 함께 통행증을 던질 때의 기묘한 쾌감. 그리고 마침내 클리어했을 때 보게 된 동영상의 허무함과, 그동안 지겨웠으면서도 결국 정이 들어버린, 지정 염약으로 염색까지 해서 입고다녔던 항마의 로브와의 싸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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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31일. 지독했던 잠입의 추억. |
끝으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된' 최종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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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0일경, 이세느의 최종 던전 서포터를 갈 무렵. 당시의 닌니는 스매시를 제외한 모든 전투스킬 9랭이었다. 지금은... |
그러나 이지페카는 사라졌고, 루아가 출몰하는 시각표가 마비노기 웹진에 퍼져 알려졌고, 온갖 퀘스트 아이템의 생산은 NPC가 대신 해주고, 잠입은 1층 10개로 줄었으며, 최종 던전을 둘이서도 가뿐히 클리어할 수 있는 대괴수들이 돈을 받고 관광버스마냥 클리어해줍니다.
마비노기 챕터 2가 진행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고, 좋아지고 있고, 편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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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일. 지금은 뚫려있는 길. |
우리들은 초보자 퀘스트에 있던 거대 흰늑대를 잡기 위해 그렇게도 노력했지만, 요즘 시작하는 뉴비들에게 거대 흰늑대란 생소한 이름일 뿐입니다.
우리들은 프라이스의 '어이쿠, 다리가 부러졌네' 를 말하며 낄낄 웃고 에스라스의 윈드밀을 기억하며 이를 갈지만, G2를 스킵하고 그냥 팔라딘이 된 뉴비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요.
에린의 2세대인 우리들은 이제 스타워즈 에피소드4의 오비완 케노비가 된 걸지도 모릅니다.
"메인스트림이라. 그거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
A New Hope는 있을까요.
프로도 배긴스는, 있을까요.
마비노기 Chapter 2에 온 지금, 우리들은 요다와 메이스 윈두(베타테스터와 하향전 G1클리어 캐릭터)의 무용담을 전설처럼 전하며, 우리들 스스로도 그 전설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만 같아 슬픕니다.
슬픈데, 좋아요.
전설의 주인공이 됐으니까요.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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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8일. 근접공격스킬 전1랭 달성. 어느새 닌니도 전설속의 그 사람들처럼 되었다. |
그런 이야기들 많이 듣습니다. 특히 오래 하신 분들은요. 마비노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는 이야기.
제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는 끝났고, 우린 이제 이 땅을 떠날 겁니다."
그래서 많이들 떠났지요. 베타 때부터 하시던 분들은 특히나 많이들 가버렸어요.
전설은 전설답게. 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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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30일. 현존 최강 던전 페카 하급 클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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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절에 게임기는 게임팩을 꽂아서 플레이했었습니다.
가격도 지금에 비하면 참 저렴한 쪽이었지요.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사주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만 하는 게임기가 아니었지요.
어쩌면 지금도 PS2를 사달라고 아이들이 부모를 조를 때는 '이걸로 영어 학습용 DVD도 틀 수 있어요' 라는 식으로 조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2D그래픽 위에서 움직이는 전자음의 물체들. 그건 '게임'이라서 의미가 있었는데.
지금 게임들은 너무 영화 아니면 만화같아요.
게임의 게임다움은 어디로 갔을까요.
음악 웹진 [weiv]에 실린 글.
아랫글과 관련해서 생각나, 옮겨봅니다.
고교 시절 카세트테이프에 나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던 그 시간은, 참으로 느리고 갑갑하며 엉성한 작업이었지만 나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엄밀함이라는 가치를 주입시켰던 작업이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공CD로, MP3 플레이 리스트로 간편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바보같은 아날로그식 노가다의 시간낭비와 땀냄새 만큼 뿌듯하지는 않다. 카세트 테이프에 자신만의 애청곡을 세심하게 녹음하던 살떨림과 희열 대신 이제 남은 것은 P2P 사이트를 찾아 헤매는 퀭한 눈과 한 번도 제대로 듣지 않은 곡들로 가득 채워진 묵직한 하드 디스크일지도 모른다. 서두에 그 시절이 그립지는 않다고 했지만 소중한 기억인 것만은 확실하다. 음악이 그렇게 값어치 있고 절박하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본문 중에서
그렇습니다.
음악이 그렇게 값어치 있고 절박하지 않은,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있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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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이란 건 말이죠. 늘 상대의 피를 뒤집어쓰고, 온몸을 붉게 물들이고... 길에 한 다리로 서서 커다란 입을 쩍~하고 버리고 있다구요. 정해진 시간이 되면 뱃속의 내장을 우체부에게 쏟아내지요. 우체통은 편지를 꺼내러 오는 자를 시험하는 파수꾼... 만일 약해빠진 사람이 꺼내러 오면...
크아아아!
.. 하고 머리무터 통째로 우적우적 먹어버린대요~♡"
-스이세이세키, 로젠메이든 4권 中
위의 우체통은 물론 입이 두갭니다.(더무섭지요)
한쪽은 빠른우편, 다른쪽은 보통우편을 넣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언젠가 집배원이 꺼낼때 보니 입구만 다를 뿐 안은 한 통이더군요.
편지를 마지막으로 써본 건 정말 오래된 일.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건 더 오래된 일이군요.
기다림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