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웹진 [weiv]에 실린 글.
아랫글과 관련해서 생각나, 옮겨봅니다.
고교 시절 카세트테이프에 나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던 그 시간은, 참으로 느리고 갑갑하며 엉성한 작업이었지만 나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엄밀함이라는 가치를 주입시켰던 작업이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공CD로, MP3 플레이 리스트로 간편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바보같은 아날로그식 노가다의 시간낭비와 땀냄새 만큼 뿌듯하지는 않다. 카세트 테이프에 자신만의 애청곡을 세심하게 녹음하던 살떨림과 희열 대신 이제 남은 것은 P2P 사이트를 찾아 헤매는 퀭한 눈과 한 번도 제대로 듣지 않은 곡들로 가득 채워진 묵직한 하드 디스크일지도 모른다. 서두에 그 시절이 그립지는 않다고 했지만 소중한 기억인 것만은 확실하다. 음악이 그렇게 값어치 있고 절박하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본문 중에서
그렇습니다.
음악이 그렇게 값어치 있고 절박하지 않은,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있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