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실제 배경 ←리라쨩님 이글루스에서 트랙백

얼마전 인기리에 방송된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의 배경이 된 키타 고교는 니시노미야 시에 실재하는 학교입니다. 니시노미야기타 고등학교는 원작자인 타니가와 나가루씨의 모교이기도 하대요. 교토 애니메이션의 제작진에서는 이 애니의 제작을 위해 학교측에 연락하여 수백장의 사진을 찍어갔다고 하는데 그 중 몇 가지가 아래 부분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야기에 있어서 완전한 허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존재한 적도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대상을 지칭하는 언어가 없을 테니까요. 상상속의 존재라 해도 그 일면들은 실재하는 대상들의 다양한 기의와 기표들을 재조립할때 비로소 하나의 존재가 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허구의 이야기도 그럴진대,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저도 이야기를 쓴다고 하는 녀석이라, 한 장면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됩니다. 등장인물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동물인 '와이번'의 행동이나 습성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와이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만든 하늘을 나는 탈것인 1,2차대전 당시의 1인~2인승 전투기와 더불어 실제로 그정도 크기에 하늘을 날았던 생물인 익룡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야 했지요.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보르네오, 수마트라, 아마존에 대한 책을 구해 봐야 했고, 민중 항쟁에 대한 자료조사가 선행되지 않고는 시가전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3권 분량을 써 내려간 '에이린 이야기'를 위해 읽은 책은 대략 30권 정도, 영상물도 족히 40시간 분량은 되네요. 하지만 14화짜리 애니메이션을 위해 수백장의 사진을 '구도를 맞추어' 찍어간 교토애니메이션 제작팀의 노력에 비하면 이것도 결국 취미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무성의한 전개라면, 제게 있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겠지요.

정말 아쉬운 것은, 글쓰신다는 많은 분들이, 특히 아직 중고생인 분들이 이런 점을 망각한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일본의 어느 원로 작가분이 '요즘 젊은 작가들은 만화만 읽고서는 만화를 그린다.' 고 하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수십~수백권의 판타지 소설과 만화와 수십편의 영화가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기에 부족한 자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2차 자료의 단점은, 패스트푸드처럼 섭취는 쉬운데 균형적이지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가공되어버린 소재를 가지고는 원래의 더 많은 매력을 끌어낼 방법이 없기 마련이지요.

'하루히'의 경우처럼, 세상은 그 자체로 위대한 자료 수집의 장입니다. 항상 다이제스트판에 가까운 책과 DVD서플 등 '다른 사람이 수집해 놓은 자료'에 의존하던 저도, 조금 더 적극적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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