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미소녀 예찬의 주인공은 최종병기 그녀, 치세입니다.



치세는 귀엽다.
하지만 느리다.
키도 작고 체력도 약하다.거기다 그다지 똑똑하지도 못해 성적도 중간 정도이다. 다만 세계사만은 성적이 좋은데, 그건 치세가 살아가는데 그다지 플러스가 되지 못함을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입버릇은 "미안해." 좌우명은 "강해지고 싶다."

이야기의 시작, 지옥 언덕에서 슈지가 읊은 치세의 신상명세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여자아이임에도 그다지 칠칠치가 못해서, 곧잘 넘어져서 무릎을 깨기도 하고, 먹을 걸 흘려서 블라우스를 더럽혀서 어릴때부터의 친구 아케미에게 늘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속옷부터 유아틱하다며 친구들에게 놀림받을 만큼 행동도 외모도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지만, 그런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남자친구 슈지'앞에 병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미안해. 나 이런 몸이 되고 말았어."




사람을 죽여야하는 병기가 되어, 어느날부턴가 아무도 모르게 벌어져버린 전쟁에 뛰어들고, 남자친구의 첫사랑을 알게 되어 마음아파하기도 합니다. 힘으로는 세상 그 누구 아니 무엇보다도 강한 최종병기가 되었으니 "강해지고 싶다"는 좌우명대로는 되었지만, 그녀 자신은 의식을 잃은 채 적도 아군도 수많은 사람이 살았던 도시도 멋대로 파괴해버리는 자신의 행위에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한없이 '미안해'라고 되뇌이곤 하지요.



연약한 소녀의 마음으로, 힘든 사랑과 힘든 전쟁을 함께 한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서도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끝까지 이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갑니다. 세상은 점점 파괴되어가고, 마침내는 모든 것이 사라지지만, 그녀만은 오직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그녀의 '슈'를 위해서 살아갑니다.

"난, 슈지의 여자친구인걸."



작은 입으로 더듬더듬 어린아이 말투로 나오는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마다,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드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녀가 아름다운 것은 그 아픔을 딛고도 계속해서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이 끝나버리더라도, 사랑은 사랑이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작고 약한 소녀에 불과한 치세가, 좋아하는 세계사의 연표를 하나하나 거쳐온 세상을 통째로 잃으며 깨달은 단 하나의 진실입니다.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가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구. 단지 내가 알고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우연에 의해 같은 나라에 태어난... 내 나라의, 왠지 정이 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대신... 이 별에서 내가 죽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대신 죽는다. 그차이 뿐이잖아?
내게 있어선 둘다 별 차이 없어. 다 같아! 한쪽이 더 슬프고 괴롭다는 거 빼곤...
다 똑같다구!!
...이제 가게.. 해주세요. 남자친구가..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 적어도 오늘만큼은... 부탁이에요.. 이 거리에서만큼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기억나? 저기 옛날엔... 어느날 몇시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 사람들이 있었잖아. 그거... 나 어렸을 때, 진짜로 믿었었다-
친구들한테서 듣고서... 나 10대에 죽는구나 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혼자서 울었어.
나... 그시절의 내게 말해주고 싶어.
지구는 무사하다...
는...


거짓말을...
이제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고 거짓말을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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