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년 만에 돌아온 미소녀 예찬, 오늘은 Leaf 사의 고전 미연시, White Album의 히로인 오가타 리나 입니다.

White Album은, 물론 남자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성인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단순한 H씬(무슨뜻인지 모르시는 분은 주저없이 백스페이스를~)을 위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H씬은 그저 '미연시라는 장르의 어쩔 수 없는 한계' 일 뿐, 여느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더욱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스토리와 음악으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백색 마약이라고도 일컬어지며, 여러 히로인들을 모두 공략하고 CG 달성률 100%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게이머들이 몇날 며칠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만큼은, 수많은 분기점을 포함하는 이 게임의 진짜 스토리는 오가타 리나에 대한 스토리 그 하나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미연시와 달리 White Album에서의 주인공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모리가와 유키. 이제 싱글을 막 발표한 신인 아이돌, 하지만 주인공과는 고교시절부터 알아왔고 사귀어 온 사이였지요.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길을 걸어감에 따라, 주인공은 AD 아르바이트 등으로 방송국을 맴돌며 그녀 곁에 머무르려고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멀어져만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주치게 되는, 이미 정상의 아이돌이며 무한의 카리스마를 가진 무대위의 여신, 오가타 리나.



유키와는 같은 소속사이고, 오프닝 이벤트에서 우연히 자신의 프로듀서이자 친오빠인 오가타 에이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실수로 주인공의 얼굴에 강펀치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유키 때문에 AD 아르바이트로 방송국을 드나들던 주인공은, 그녀와 우연한 기회에 이런 저런 대화를 하게 되고, 점차 화려한 그녀의 무대 위 모습 뒤에 숨은 또 다른 모습들을 하나 하나 알아갑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돌보아주고 감싸줄 수밖에 없는 연약하고 외로운 소녀의 모습.




너무나 화려한 오빠의 배경에서, 그녀는 오빠를 사랑하면서도, 여동생이라기보다 마치 도구처럼 다루어지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그러나 일 만큼은 확실하게, 멋지게, 굉장하게, 훌륭하게 잘 해내는 그녀. 그 일의 최대의 적, '스캔들'이 오빠와 유키 사이에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유키의 연인인 주인공에게 접근하지만, 도리어 주인공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태도에 자신이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스캔들을 막겠다더니, 스캔들을 일으키다니.
주인공은 유키의 매니저에 의해 철저하게 유키와 격리당하고, 화려하지만 냉정한 연예계라는 얼음 낙원의 한 끝에서 고독에 떨던 중 리나의 솔직한 모습들에 조금씩 마음을 열수밖에 없게 됩니다. 일터에서 마주치는 그녀와의 아무것도 아닌 대화들. 가끔 예정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가벼워보이는 부탁 여러가지. 그런 것들이 그녀와 주인공의 거리를 하나 하나 좁혀가면서 동시에 두 사람 모두가 사랑해 마지 않던 유키와의 거리는 점차 멀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리나는 고백합니다. 사랑해버렸다고. 그러니까 유키에게 돌아가라고. 자신이 오빠를 잃었던 것처럼 유키를 슬프게 할 수는 없다고. 그러나 그건 결국 똑같은 희생. 지금까지 오빠에게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의 희생에 지나지 않기에, 주인공인 플레이어로서는 그녀를 결코 그렇게 돌려보내선 안되는 겁니다. (돌려보낸 당신에겐 저주를!)



"나, XXX와 잤어."
"짝!-"
씁쓸하지만, 정말 많이 씁쓸하지만.
음악제에서 리나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한 유키에겐 리나가 가졌던 정상의 아이돌이란 지위가 내려졌고,
음악제에서 1위를 차지하자마자 은퇴선언을 한 리나에게는 유키가 가졌던 남자친구가, 자신을 찬양하거나 혹은 이용하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순수하게 대해줄 남자친구(바로 플레이어 당신!)가 내려졌습니다.
결코 원하던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바라던 바를 얻었고, 이제 유키와 리나의 앨범, White Album이, 유키의 첫 앨범이자 리나의 마지막 앨범이 주인공의 손에 쥐어집니다.
연예계라는 낙원은 유키를 얻고, 주인공이라는 현실은 리나를 얻습니다. 정말로? 엔딩 이벤트인 음악제 이후로, 주인공은 리나를 만나지 못합니다.
유키는 정말 사랑했던 두 사람 모두 용서하지만, 리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예계에서 내려와 주인공 곁에 선 리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스캔들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방송과 잡지의 기자들을 피해가며, 몇달이나 지나서 홀연히, 하지만 힘겹게 주인공을 찾아온 리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공처럼 알바생이나 하며 사는 게 어떨까 하고 웃어봅니다.
그래봐야 아직은, 그 유명한 프로듀서 오가타 에이지의 동생이란건 변함없기에 주인공과의 사랑의 도피는 결국 호텔방과 해변을 오가게 되지만 말이지요.

압도적인 카리스마 너머에 숨어있던 덜자란, 아니 자랄 수 없었던 여린 소녀의 모습들.
석양의 해변에서 웃음짓는 오가타 리나의 뒷모습은 영원히 우리모두의 아이돌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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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예찬!
그 여섯번째 시간은 츠다 마사미의 <그남자!그여자!>에 출연하는 시바히메 츠바사 양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잘나가는 종마 아리마 소이치로군을 짝사랑하던 자그마한 미소녀로 갑자기 나타난 그녀는, 유명 아동복 디자이너인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소녀였지요. 엄마는 츠바사를 낳고 세상을 떠났고, 엄마의 사랑을 겪어본 적이 없던 그녀는 '감정의 기본적인 부분들이 채워져 있지 않은' 불안정한 모습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누구나 한번쯤 돌아볼 만큼 굉장히 귀여운 소녀이지만, 사실 섣불리 손대기엔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가끔 기분 드러울땐 귀엽다고 내미는 손길도 앙 물어버릴 만큼 야수적인 면도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자신이 귀엽다는 사실을 자기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도 문제지요. 한번 귀엽다고 안아줘버릇하면 그것으로 모두를 자기 뜻대로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계속해서 폭 안겨드는 무서운 소녀이기도 합니다. 이런 짓들, 다른 사람이 하면 분명 화를 내겠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츠바사이기에 등장인물들은 물론 독자들도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는건 참 신기한 일.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세나, 사와다, 츠바사, 사쿠라. 중학시절부터의 친구들이고, 특히 사쿠라와는 유치원때부터 악연이지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양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리마는 츠바사의 아픔을 알고는 있었기에 동생처럼 친근하게 대해줘 왔지만, 츠바사는 아리마의 사랑은 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고 해서 쉽게 사랑이 될 만큼 아리마의 내면의 어둠이 옅은게 아니었는데다가, 고등학교에 와서는 유키노를 만나버렸지요.
그리고 아빠 또한, 재혼 상대를 만나 결혼해버립니다. 자기만을 사랑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남자들은 항상 다른 사람을 택하기에, 결국 그녀는 사랑 같은건 믿을 수 없게 되지요.




그러나 다행히도, 아빠가 재혼하면서 남매가 된 카즈마를 만나 츠바사는 남매의 정 속에서 마음을 다독이게 됩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카즈마에게 단번에 마음을 열어버리지만, 록 밴드 보컬로 활동하는 카즈마를 음악에 뺏겨버릴 까봐 전전긍긍하지요.
음악이 카즈마를 앗아가는게 아니라, 카즈마의 사랑이 곧 음악이 되어 츠바사의 곁에 오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기 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언제나 비어있던 츠바사의 마음은 비로소 가득차게 됩니다.

3층에서 훌쩍 뛰어내린다든지,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벽을 들이받아 무너진 담벽에 깔려 하루만에 발견된다든지, 그야말로 짐승같은 짓도 서슴지 않지만, 그러한 행동들 뒤에는 사랑받고 싶어하는, 적어도 사랑받으며 자라고 싶어하는 심정이 배어있는 것이지요. 온몸으로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지만, 그건 자신의 마음을 채워줄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한 한 여자로 자라날 수 없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카즈마가 없었다면 언제까지고 비어버린 마음을 꼭 쥔채 말없이 친구들에게 안기는 공허한 눈의 소녀로 남았을 거예요. 아주 아름답지만, 아주 슬픈 눈을 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공허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그 마음이 가득 채워진 뒤의 진심으로 웃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덧: 그림파일 찾느라 애먹었어요. 주연도 아닌데다 <그남자!그여자!> 자체가 꽤 오래된 애니메이션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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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미소녀 예찬의 주인공은 최종병기 그녀, 치세입니다.



치세는 귀엽다.
하지만 느리다.
키도 작고 체력도 약하다.거기다 그다지 똑똑하지도 못해 성적도 중간 정도이다. 다만 세계사만은 성적이 좋은데, 그건 치세가 살아가는데 그다지 플러스가 되지 못함을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입버릇은 "미안해." 좌우명은 "강해지고 싶다."

이야기의 시작, 지옥 언덕에서 슈지가 읊은 치세의 신상명세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여자아이임에도 그다지 칠칠치가 못해서, 곧잘 넘어져서 무릎을 깨기도 하고, 먹을 걸 흘려서 블라우스를 더럽혀서 어릴때부터의 친구 아케미에게 늘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속옷부터 유아틱하다며 친구들에게 놀림받을 만큼 행동도 외모도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지만, 그런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남자친구 슈지'앞에 병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미안해. 나 이런 몸이 되고 말았어."




사람을 죽여야하는 병기가 되어, 어느날부턴가 아무도 모르게 벌어져버린 전쟁에 뛰어들고, 남자친구의 첫사랑을 알게 되어 마음아파하기도 합니다. 힘으로는 세상 그 누구 아니 무엇보다도 강한 최종병기가 되었으니 "강해지고 싶다"는 좌우명대로는 되었지만, 그녀 자신은 의식을 잃은 채 적도 아군도 수많은 사람이 살았던 도시도 멋대로 파괴해버리는 자신의 행위에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한없이 '미안해'라고 되뇌이곤 하지요.



연약한 소녀의 마음으로, 힘든 사랑과 힘든 전쟁을 함께 한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서도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끝까지 이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갑니다. 세상은 점점 파괴되어가고, 마침내는 모든 것이 사라지지만, 그녀만은 오직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그녀의 '슈'를 위해서 살아갑니다.

"난, 슈지의 여자친구인걸."



작은 입으로 더듬더듬 어린아이 말투로 나오는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마다,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드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녀가 아름다운 것은 그 아픔을 딛고도 계속해서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이 끝나버리더라도, 사랑은 사랑이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작고 약한 소녀에 불과한 치세가, 좋아하는 세계사의 연표를 하나하나 거쳐온 세상을 통째로 잃으며 깨달은 단 하나의 진실입니다.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가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구. 단지 내가 알고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우연에 의해 같은 나라에 태어난... 내 나라의, 왠지 정이 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대신... 이 별에서 내가 죽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대신 죽는다. 그차이 뿐이잖아?
내게 있어선 둘다 별 차이 없어. 다 같아! 한쪽이 더 슬프고 괴롭다는 거 빼곤...
다 똑같다구!!
...이제 가게.. 해주세요. 남자친구가..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 적어도 오늘만큼은... 부탁이에요.. 이 거리에서만큼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기억나? 저기 옛날엔... 어느날 몇시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 사람들이 있었잖아. 그거... 나 어렸을 때, 진짜로 믿었었다-
친구들한테서 듣고서... 나 10대에 죽는구나 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혼자서 울었어.
나... 그시절의 내게 말해주고 싶어.
지구는 무사하다...
는...


거짓말을...
이제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고 거짓말을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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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미소녀 예찬의 주인공은 무적의 나오과장입니다.



넥슨에서 운영하는 온라인게임 '마비노기'를 시작하면 캐릭터를 만들고 처음 만나는 NPC입니다. 소울스트림의 인도자로서, 그녀는 처음 에린에 가는 이들을 비롯해, 환생으로 새 삶을 살고자 하는 밀레시안들 모두 친절한 충실한 안내자입니다.

나오, 로나와 판. 마비노기 초창기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전투로 피에 젖으러 가는 여행자들의 모습이라기엔 너무 밝고 명랑해 보이지 않느냐는 말도 있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에린엔 전투만 하러 가는게 아니랍니다. 옷도 만들어보고, 노래도 부를 수 있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즐겁게 거기서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무서운 모리안여신님보다는 친절한 나오가 훨씬 좋은 안내자겠지요.
그리고 혹시라도 전투중에 쓰러졌다 해도, 소울스트림의 인도자인 나오는 특별한 아이템의 도움 없이도 우리를 다시 그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주곤 합니다. 다만 3번 까지만. 피시방에선 5번까지인가요. 생일 선물도 주고, 20세 생일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그러나,
결재해라!


이처럼, 무료 이용하는 여행자들에겐, 2시간이 지나면 칼같이 질질 끌고 에린 밖으로 데리고 가버리는 무서운 나오과장님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은 나오의 외모를 간단히 '아이돌얼굴에 에로바디'라고 일축하면서 남자들을 타겟으로 한 공식에 입각해 만든 NPC에 불과하다면서 매우 싫어하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곁에서 도와주며 나의 길을 언제나 함께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건 부인할 수 없지요. 가슴이 큰 건 사실이긴 합니다.

그녀는 본래 오래전, 전설속의 이상향 '티르 나 노이'를 찾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세 전사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이름은 마리. 그녀의 아버지는 대 마법사였지만, 마족들의 마신 키홀의 꾐에 빠져 가족도 잃고 마족의 수하에 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만은 무사히 탈출하여 티르 코네일이란 변방 마을에서 지난 기억을 잃고 촌장의 딸로서 성장해, 씩씩하게 위험한 던전으로 뛰어들었다가 강한 전사와 대마법사의 제자, 그렇게 두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왈가닥이었던 나오가 이렇게 정중하게 편지를 쓰다니.."

티르 나 노이를 찾아 위험한 여행을 하던 그들은 마침내 키홀의 계략에 말려들어 마족의 수하에 들어버린 마리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리고 한 명을 제외하고는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지만, 마리는 다행히 키홀에게 잡혀있던 모리안 여신의 힘으로 환생하여 소울 스트림의 인도자로서 새 삶을 살게 됩니다.

아름답지만 일면 한없이 위험한 에린의 세계를 충실히 경험했던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처음 에린으로 떠나는 여행자에겐 무척 소중합니다. 오늘 밤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홀려아름다운 에린을 향해 소울스트림에서 나오의 소개 편지를 받아들고 에린으로 떠나가고 있습니다.

G1까지의 공식 일러스트.
G2 이후의 나오의 공식 일러스트. 이 모습 그대로 피규어도 발매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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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소녀 예찬의 주인공은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주연(?)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입니다. 지난 회의 아스카와는 갈색 머리와 영리한 두뇌가 무척 닮았네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마법을 쓰지 못하는 평범한 머글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누구보다도 영리하고 용감하며 당찬 소녀마법사. 전설적인 해리 포터와 그 친구 론 위즐리와는 1학년때 화장실에서 같이 오거와 맞닥뜨린 후로 최고의 친구가 되었으며, 교칙을 위반하는 은밀한 일까지 같이 도모하기도 했을 정도.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실제로도 해리 포터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군과 연인사이라고도 하네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중에서. 귀신 나오는 여자 화장실에서 폴리쥬스 제조중.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잡종'이란 천한 용어를 굉장히 싫어하여 슬리데린 반의 얼짱이자 일진인 말포이와는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둘이 친해진다면 상당히 그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중에서.
그녀는 이 에피소드의 진정한 주역이었습니다.



분명 지나치게 열정적인 학생임에도,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점술 과목에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수업을 뛰쳐나올 정도로 논리와 지성을 옹호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는 분명 자신도 지각하지 못하고 있는 깊은 열정과 직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없이 냉정하고 논리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정과 용기의 불을 깊이 간직한, 그녀의 양면성엔 대단한 매력이 있습니다.




헤르미온느가 어떠한 모습으로 자라나게 될 지, 그리고 어떠한 매력을 보여주게 될지는 잘 모르지만, 당차고 똑똑하며 이지적인 소녀에서 열정과 용기가 넘치는 여학생으로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또 어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하게 되는 바입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중에서.
성숙한 모습으로 두 친구 앞에 선 그녀는 이제 친구가 아니라 여인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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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회의 아우크소에 이어서, 이번회에는 필자의 고교생활을 온통 불살랐던 그녀들 중 하나인 아스카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아우크소처럼 붉은 이미지의 미소녀지만, 그녀와는 달리 무척이나 당당하고 활기찬 소녀.





가이낙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작품으로, 온갖 대형 로봇물의 특징이란 것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엄청 무지막지스런 스토리 꼬임과 막가는 엔딩으로 살인적인 욕을 얻어먹기도 했던 작품이지요. (특,히, 아스카의 최후 때문에 대박으로...(쿨럭)) 이 작품에서 제시되는 철학적으로 보이는 문제의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것들은 단지 이야기를 떠돌 뿐이지 핵심을 관통하며 관객들의 깊은 마음을 흔드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관객들의 마음을 지른 것은 결국 "니들 아직도 미소녀에 취해서 로봇만화 보냐!" 라는 상당히 건방진 문제의식이랄까.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14세. 일본계와 독일계 혼혈의 천재소녀.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본에 와서는 뻔뻔하게도 같은 나이의 중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세컨드 칠드런. 입버릇은 "바보". 최대의 매력포인트는 하늘을 치솟는 자존심. 그녀의 시각에선 보통의 아이들은 사실 다 "바보" 겠지요.



나이와 맞지 않는 지나친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녀의 첫사랑은 20세 이상 연상의 카지 료지였습니다. 아저씨를 좋아하는 미소녀의 이미지란 '오지콘'이란 이름으로 일종의 전형으로 굳어져버린지 오래지요. 또래의 남자애들 따윈 눈에 차지도 않는다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꽤나 우리의 주인공 신지에게 맘을 두고 있습니다.

그녀가 타는 에바는 2호기로, 프로토 타입인 레이의 0호기와 테스트 타입인 신지의 1호기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실전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덕션 모델입니다. 수많은 장갑판과 AT필드로 무장하고 막대한 운동량을 발휘하는 에바의 힘은 워낙 강해서, 전선을 뽑으면 4분 30초라는 기간밖에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 시간을 길게 남겨먹으며 확실하게,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사도를 처리하곤 합니다. 언제나 힘이 넘치는 모습은 일상에서도 드러나지만, 내면에는 항상 거절당할 까봐 두려워하는 어린 시절부터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외강 내유형.





당당하고 활기찬 그녀는 후에 제15사도의 정신 공격으로 폐인이 되고 말지만, 모친에 대한 기억을 자각하면서 최후의 순간에 여러대의 양산형 에바를 대상으로 엄청난 선전을 벌이다가 그만... (갑자기 나타난 롱기누스의 창에 의해 쓰러지고, 결국 에바 2호기와 함께 산산조각나고 맙니다. 흑흑.)


에바의 등장인물은 인간관계나 성격 면에서 무언가 심각하게 결여된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공수정되어 태어나 아버지를 모르는 그녀에게는, 오직 자신만이 진정 소중했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도, 에바도 모두 사실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나를 알아달라고.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나를 봐달라고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는 수도 없이 외쳤지만, 아무도 그녀의 당찬 외면에 가려진 그 외침을 들어주진 못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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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예찬. 첫 순서는 제 닉네임 중 하나이기도 했던, 아우크소입니다.

단행본 4권에서 처음 발표된 이미지.(벌써 10년전)
이때만해도 나선생 참 순수했다.




나가노 마모루의 작품 "The Five Star Stories"에 등장하는 인공생명체.
최강의 검성의 파트너로, 오직 그만을 위해 만들어진 슬픈 생명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알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파티마'의 존재를 알아야 합니다. 성단에는 강한 힘을 타고나는 특수한 신분인 '기사'가 존재하는데, 맨손으로 전차를 부수고 시속 180km로 달리는 그들이 사용하는 전쟁의 도구는 거대한 인형 병기 모터헤드입니다. 이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컴퓨터로는 불가능하고, 그리하여 리튬 발란셰라는 천재적인 과학자는 인간형의 생체 컴퓨터를 만들어냅니다. 그 최초의 모터헤드용 연산기는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바늘처럼 긴 다리와 자라지도 늙지도 않는 신체 등, 인간과는 다른 특징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최초의 파티마인 그녀의 이름은 포커스라이트.

파티마들은 기사와 마찬가지로 보통 인간을 뛰어넘는 강한 힘, 반사신경 등과 함께 놀라운 지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능, 용모, 체력. 모든 면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생명의 창조. 금단의 연구입니다."
금단의 과실을 따버린 인간은,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금제를 파티마에게 걸어댑니다. 네가 죽든 범해지든 사람을 해치지 말라. 주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라. 등등.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전혀 없는 파티마이지만 자신이 섬길 주인을 고르는 것만은 스스로 할 수 있게 허락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모터헤드를 모는 기사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파티마는 오히로메(피로연)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 참석한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자신의 '마스터'를 고르게 되면, 그 파티마는 그 기사의 '소유물'이 됩니다.
"파티마는 인형, 어차피 인간이 아닙니다. 마음이 있는 인간이 보자면, 개에도 못미치는 가축입니다."

세월이 흘러 파티마는 수도없이 많이 만들어지고, 리튬 발란셰의 후손인 크롬 발란셰는 천재적이면서도 악마적인 연구를 계속하여 그만의 유별난 파티마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아우크소는 그의 서른 여덟번째 작품으로, 최강의 검성 더글라스 카이엔의 파트너가 됩니다. 그는 끔찍스런 탄생의 비밀이 있었고, 그 때문에 비뚤어져버린 아까운 인물이기도 합니다.(어떤 비밀인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전 성단을 돌며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던 그를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아우크소는, 어느날 그를 구하기 위해 지뢰 앞에 몸을 던져 거의 죽음에 이릅니다.

가까스로 발란셰의 제자를 만나 소생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기억을 모두 잃게 될 거라는 말에 카이엔은 실의에 빠집니다. 그러나 마침내 소생한 날 아우크소를 데리러 갔을 때, 카이엔은 놀랍게도 자신을 기억해내는 그녀의 한마디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지요.

일러스트집 '플라스틱스타일'에 발표된, 세상에 처음 공개된 플라스틱 스타일 파티마 수트를 입은 아우크소


그런데 나가노 마모루는 그렇게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해놓곤, 이렇게 뒤통수를 날려버립니다. 그녀에겐 애초에 발란셰 특제 '복수의 정보체'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세포 하나만 남더라도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기억까지 모두 살아나는 내구도 최강의 파티마였던 것입니다. 카이엔은, 괜한 걱정을 한 거지요. 더욱이 그녀를 만드는 재료가 된 것은 최초의 파티마 포커스라이트. 도대체 우린 왜 걱정한 겁니까 제길;;


"성단 최강이란건, 자기보다 강한 상대랑은 싸우지 않는다는 거야."
최강이면서도 항상 한심한 행동을 하는 마스터를 끝까지 열심히 따라다니던 인내력 No.1의 파티마 아우크소는, 마침내 대 전투를 앞둔 어느 날, 길고 힘든 생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자 했던 마스터에 의해

"다음 주인을 찾아라. Seek and Find your Next."

봉인이 해제됩니다.
그녀는 본디 오직 카이엔만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그 주인이 그녀를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충격을 받은 그녀는 모든 기능이 망가진 채 쓰러지고 맙니다.

먼 훗날, 그녀는 델타벨룬 이라는 이름의 파티마로 다시 만들어지게 됩니다. 기억이나 추억 같은건 전부 없이. 그저 모터헤드의 컨트롤에만 전념하는 연산기에 불과한 존재로.

수천년의 삶 동안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재구성되고 그 잠시의 백여년을 그만을 위해 살아왔지만, 그것에 결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답받을 수는 없었던 슬픈 운명.

모터헤드의 콕피트에 앉아 눈을 빛내는 파티마는 더없이 철두철미하고 냉혹한 연산기일 뿐이지만, 거기서 내려서서 주인 곁에 서 있을때 파티마에게는, 인격이 없는 파티마에게는, 몰지각한 일반인들에게 만만한 여자애 인형에 불과한 파티마에게는, 오직 주인만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입니다.
그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이가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없었던 아우크소의 운명은 너무나 가혹하지 않습니까. 붉은 아이 컨택트 속에 들어있는 눈동자에는 언제나 하나가득 슬픔만 읽히는 건 저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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