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의한 사회의 발전은 우리의 상식 속에 자리잡은 유력한 가설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사실은 기술에 의해서 사회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에 의해 기술이 발명되고 선택된다. 설령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되었다 해도 그것을 수용할 사회의 요구와 가치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 때 그 기술은 사장된다.

유럽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된 것은 고대희랍시대였지만 발명자였던 헤론의 아이디어는 기껏 장난감을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 당시의 노예제사회에서 증기기관이 도입된다는 것은 10명의 노예대신 한명의 노예만이 일하면 되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노예제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불경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기 부르조아사회의 요구는 중세장인들의 특권을 해체하고 대량생산체제를 완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정신과 사회적 요구에 증기기관은 정확히 부합한 기술이었다. 결국 유럽은 1800년이 지나서 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지고서야 증기기관을 받아들인 것이다.

- 이시우, <한강 하구 숲의 역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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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론의 증기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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