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위에 우뚝 솟은 유일한 도시, 바벨 시티는 크게 세 층으로 나누어집니다. 순혈통의 인간인 1급인간만이 안드로이드 및 제조 인간 등을 거느리고 거주할 수 있는 최상층과, 방사능으로 인해 오염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2급 인간이 거주하는 중간층, 그리고 그 두 층으로부터 도망친 무법자들과 변형 형질이 발현되어 반쯤은 인간이 아닌 3급 인간들이 거주하는 최하층입니다. 위쪽으로의 이동은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어, 아래 층에서 태어난 자가 위 층으로 올라오려 하면 반드시 죽이게 되어 있습니다.
1급 인간들은 지구를 폐허로 만든 전쟁이 감정의 통제가 미흡해서 발생했다고 보며, 그리하여 그들은 인간의 폭력성과 욕망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문화를 폐각했습니다. 음악, 미술, 문학, 그 어떤 것이든. 성관계는 물론 가벼운 신체 접촉도 금지되어, 그들은 모두 복제를 통해 시험관에서 태어납니다. 문화를 즐기는 것, 그리고 '의도된' 신체 접촉 ─ 입맞춤을 비롯해 ─ 에의 처벌은 하층으로의 추방입니다.
중간층의 인구는 오염된 유전자로 인해 발현되는 초능력 때문에 언제나 1급 인간들에 의해 수탈당해왔고, '너무 많은 번식'을 막기 위해 1급 인간들은 이따금 이유 없이 중간층을 정벌하여 아이들을 살해합니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시와 노래를 향유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강요된 노동을 해야만 하는 그들은 늘 1급 인간들에 대한 반역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3급 인간들은 2급 인간들 사이에서, 그러니까 초능력을 발휘하는 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뒤틀려 있어, 복잡하게 발현되는 강한 초능력의 노예가 되어 이성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괴물이 되곤 합니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늘 위쪽으로의 공격을 감행하기에, 1급 인간들은 징집된 2급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동원한 폭력으로 그들을 길들여, 완전히 괴물이 되어버린 도시 밖의 생물들로 하여금 도시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끝이 없는 전투를 벌이게 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1급 인간으로, 지정된 부모와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안드로이드가 그들을 2급 인간이라고 말하며 부모를 죽였고, 소년은 간신히 도망쳐 중간층으로 들어섭니다.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소년은 저항군에 가담하여, 최상층을 향한 반역의 기치를 들어올립니다. 그들은 온갖 모습의 안드로이드 ─ 사람 크기의 전투기로 변신하거나, 전차로 변신하는 그런 ─ 로 변장하고 침투하여 테러를 감행하고 요인을 암살하길 거듭하였습니다. 반드시 노래를 부르면서. 평범한 사랑노래요.

많은 전우를 잃었지만 이상하게도 소년은 총알 하나 스친 적 없었습니다. 부상조차 남의 일이기만 했지요. 그러다 마침내 수세에 몰리고, 거대한 미로와도 같은 지하도에서 안드로이드의 추격을 피해 소년은 자신이 이끄는 부대를 중간층으로 탈출시키려 합니다. 안드로이드 패치워크(...알아듣는 사람들 위대해요)의 무기 '증오의 일격'은 2급 인간의 유전자를 감지하여 1.2초마다 사격하고, 발사되면 타겟을 따라가고 빗나감은 없기에 지형을 이용해 막아내지 않는 이상 반드시 한 명은 죽습니다. 소년은 분전했지만 마침내 부대는 전멸하고, 겨우 도망친 소년은 지치고 피로한 나머지 구석에 앉아, 2급 인간들에겐 성서와도 같은, 소설책을 펴 읽으며 잠을 쫒으려다 결국은 잠이 듭니다.
 
문득 노랫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유전자 감지기는 분명 1급이라고 가리키고 있는 나이 든 남자가 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춤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수상하게 생각한 소년은 그를 뒤따라가고, 마침내 그를 붙잡으려 하는 순간, 유령처럼 남자의 곁을 맴돌며 달라붙은 흐릿한 붉은 머리의 미소녀가, 남자의 등 뒤에 붙어 서서 남자의 목을 벱니다. 소년은 반사적으로 총을 쏘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턱 밑을 스치고 지나간 총알 흔적이 격심하게 아파옵니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건 노래부르는 남자가 아니라, 꿈에서 보았던 미소녀와 똑같은 그 붉은 머리의 미소녀 안드로이드였습니다. 자신이 쏘아 죽인. 부서진 머리 사이로 기계장치가 선명히 보입니다. 턱 밑을 슥 문지르다 소년은 금속성의 느낌에 퍼득 놀랍니다. 자신의 턱 밑으로 비어져 나온 것은 피가 아니라 금속 조각들이었습니다.

그 자신도 안드로이드였던 것입니다. 주인 없이 버려진 이상, 결코 1급 인간들과 함께 살 수 없는 그런 안드로이드. 주인에게 버려진 이상, 2급 인간보다도 못한 그 안드로이드.

웃음을 지으며 소년은 총탄의 열기로 인해 그을리고 일그러져버린 자신의 얼굴 가죽을 찢어버리고 기계로 된 맨 눈을 깨끗하게 씻어냅니다.

"이젠 깨끗한 눈으로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

소년은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오래전 보급품으로 소설을 받을 때 그 많은 낡은 문고판 중에서 유독 마음이 끌려 골랐던 소설책, <피노키오>를 읽어내려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