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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룡' 역의 이창훈


이창훈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90년대 초반, 목욕탕 때밀이 달룡이와 봉숭아학당의 맹구로 우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는, 사실은 전문 코미디언이 아니라 연극배우였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심형래나 故김형곤이나 혹은 다른 당시의 다른 재기 넘치는 코미디언들처럼 독특한 유행어를 많이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두가지 정도죠. 책상을 뒤집어 엎으며 뛰어올라가 손을 치켜들고 외쳐대던 "저요~! 저요!" 그리고, 달룡이의 "난 짬~뽕!" 이창훈 특유의 뒤틀리고 꼬인 얼굴표정으로 깊게 발음되어야만 그 임팩트가 전해질텐데, 텍스트로는 어려운 일이군요.

당시 저는 어린 아이였고, 왜 저 대사에 웃음이 터지는 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짬뽕이 먹고 싶다면 짬뽕 시키면 되는 것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이야 짜장면이 먹고 싶었나보죠.

네, 솔직해지겠습니다. 지금도 이해 못하겠습니다.


자자, 다들 짜장면으로 통일할 거지? 모두 대동 단결! 시킨다. 전화를 겁니다. 저기요, 짜장면 다섯그릇이요. 격하게 달려가 얼른 수화기를 뺏습니다. 나,나나나 난 짬~뽕!
그리고, 목욕탕 집 주인은 다른 모두와 합세해 그를 밀어냅니다.

어쩌면 그건 뼈저린 풍자였는지도 모릅니다. 연극 배우 이창훈의 삶에서 우러나온 지독한 풍자였는지도 몰라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하라는 대로만 따라해야 하는 80년대를 관통하며 연극판을 전전했던 그에게, 그건 눈물이 금방 솟아나올 것만 같은 비극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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