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체험보다 소중한 경험은 없다. 오랜 시간 MMORPG를 체험하다가 현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종종 범하는 우를 본다. '한때는 미쳐서 했지만' '돌이켜보니 뭐했나 싶고' '남은 사람들도 정신차리기를 바라면서' 떠나는 거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 한때는 이 직장에 충성했지만' '돌이켜보니 뭐했나 싶을 거고' '또 다른 직장을 찾아가서 또 실패할 거다' '한때는 이 여자(남자)에게 미쳤지만' '돌이켜보니 다 헛짓이었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또 실패할 거다'

진짜 바보들은 자기가 사랑한 것, 시간을 투자한 것에 대해 돌아서서 침을 뱉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번도 제대로 그걸 아껴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러기 힘들 거다. 어지간한 행운을 만나지 않고서는 말이다.

- by 진산, <공격대 이야기> 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딘가의 스샷과 비교하면 지는 겁니다(...)


(경어 생략)

나는 게임을 접으면서 그 게임을 즐겼던 시간, 그 게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 게임을 만든 사람들에게 욕질을 해대며, '너도 어서 게임 접어. 게임보다 소중한 게 인생에는 많다.' 라고 권하는 이들을 존중하고 싶지 않다. 물론 세상에는 게임보다 소중한 것이 넘쳐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짧게는 몇달, 길게는 몇년씩 매일 매일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눈물흘리고 기뻐하던 그 게임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이 사랑을 다해 매달렸던 일을 '헛짓거리'로 치부하는 것은 곧 그 일에 매달린 자기 자신을 쓸데없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며,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그렇게 취급해버리면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내가 가장 감동받았던 장면은 해일이 뉴욕을 쓸어버리는 장면도, 아버지가 아들을 만나던 장면도 아니다. 연료도 식량도 떨어진 채 고립된 기상관측소에 있던 기상학자들이 마지막 남은 술을 꺼내어 잔을 든다. 영국을 위해. 인류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멘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하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군가에게는 코토노하, 누군가에게는 마스터 오비완, 또 누군가에게는 할리 데이비슨,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드를 위하여!"겠지만, 나 또한, 죽음의 순간까지 내가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믿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