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다룬 책이 5년 묵었다면 그건 역사책이다.

- 강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1999년) 서문 中




*. 15년인가, 근 20년 전쯤에 '유머 일번지' 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주일과 엄용수, 배추머리 김병조와 꽃피는 봄이 오면 좋은 세상이 오겠거니 꿈꿨지만 얼마전에 러닝머신에서 요절하신 위대한 김형곤의 시대였습니다.

졸면서 TV를 보던 어느날, 짤막한 꽁트가 두 명의 이름을 잊은 코미디언에 의해 연기되고 있었습니다. 한 무인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백년간 칼을 갈아, 마침내 전설의 신검에서 천마의 울음소리가 들리게 되었습니다. 그 간의 정성이 깃들어 전설대로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이 되었다는 증거지요. 노인이 그는 역시 노인이 된 원수를 찾아 그 칼을 들고 나서지만, 칼을 치켜들자마자 그 원수는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쏘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대가 변했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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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인디아나 존스 3부작을 다시 다 봤습니다. 시리즈 첫편인 <레이더스>의 한 장면에도 위와 같은 재미있는 씬이 들어있습니다. 대검을 치켜들고 씩 웃으며 우리의 고고학자 인디를 노려보는 거한의 무사를 향해, 인디는 아주 귀찮다는 듯 총을 들어 쏘아 일격에 쓰러뜨리고는 갈 길을 서둘러 갑니다. 하지만 어째 전처럼 재미가 없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데 절대로 주변 사람을 잃지 않는 고고학자보다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속이다 절대로 주변 사람을 다 잃어버리는 해적이 이젠 더 제 취향, 그리고 전세계 영화 팬의 취향이 되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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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어떤 소설을 써내려고 마음 먹었으면 당장 쓰라고요 나님아. 또 이렇게 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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