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이라고 불리던 종족들은 먼 옛날에 '악마'를 소환한 적이 있다. 마치 운석처럼 검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온 그것은, 사람보다 열몇배나 키가 크고 몸은 타오르는 돌로 되어 있으며, 불을 뿜는 채찍과 거대한 금속 방패로 무장한 악마들은, 그것을 불러낸 자들에게도 공포였다.
더한 공포는, 그것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소환자를 잡아먹고 불을 토해 둘이 되었다. 둘은 또 다른 이들을 불살라 잡아먹고 넷이 되었다. 그들은 늘어나서 마침내 만의 영토를 벗어나 세상으로 기어나왔다.

모두가 파멸을 말하며 공포에 질렸을때 단 한명 아티아의 성녀만이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우리 남편과 아들들에게 저들을 물리칠 힘을 내려달라고. 우리 여식들을 지키게 해달라고. 그녀는 마침내 목숨과 맞바꿔 신의 응답을 들었다.

커다란 운석이 만의 영토 한 가운데 떨어졌다. 그 운석은 검게 타버린 하늘을 향해 수십가닥 푸른 빛을 내어쏘았고, 빛은 곧 그 아래에 있던 남자들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그들 중에는 아주 어린 아이도 있었고, 노인들도 있었다.

그것들의 불길에도 타지 않는 강건한 몸과, 그것의 돌처럼 단단한 살갗을 깨부술 무기를 얻게된 아티아의 남편과 아들들은 악마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아이라도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단 한방에 그 것들을 돌조각으로 흩어버리곤 했다. 성기사라 불리던, 신에게 받은 힘을 휘두르는 그들의 위용에, 두려운 것이 없어보이던 악마들은 방패를 들어 몸을 가리며 서로 뭉쳐서 만의 영토로 물러났고, 두번 다시 거기서 나오지 못했다.

여자들은 신의 이름을 높이 부르짖으며 악마를 물리친 남자들에게 뜨거운 포옹과 입맞춤을 선사했다. 그것이 신에게 바치는 최대의 감사였다.

아티아의 남자들은 그 후로 누구나 모든 여자들의 주인이 되었다.

좋은 주인이었을 수도 있지만, 주인은 언제나 포악한 법.



긴 세월이 흐른 뒤.

만은 또 다시 악마를 소환했다. 뱀처럼 구불텅거리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한입에 몇 사람을 집어 삼키고 물속에 녹아 사라지는 것들. 잡아 먹힌 사람들은 아무 변화 없이 여전히 대지를 걷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흐리고 걸음은 흔들렸다. 그리고 곧, 다른 이들 앞에 서면 먹은 것을 토하듯 그 커다란 것들을 토해내며 제자리에서 녹아내리고 만다.
 
그 것들이 긴 날개를 펴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제 아티아에는,

그들의 주인에 불과한 남자들, 성기사들을 위해 기도해줄 성녀는 없다.




.....에서 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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