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먹계의 대부 밑에서 잔심부름 등을 해주고 밤에는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의 주점에서 춤을 추는 주인공 나(소녀)는 어느날 적대 조직의 피라미 하나를 심문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심하게 얻어맞은 뒤에 결국 조직의 아지트를 발설해버린 그는 울면서 내게 치료를 받았다.
그는 계속 울면서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날 저녁 '파이널 판타지'에 습격이 있게 되고 그는 그림자처럼 빠져나가 사라진다. 습격이야 우리 대부의 놀라운 대활약으로 처리되지만, 그 습격은 며칠을 두고 간헐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나는 조직의 큰형들로부터 여러가지 싸움의 기술이나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배우며 빠르게 성장해 갔다. 이상할만큼 나는 여자인데도 강했다. 나중에는 수십명이 나 하나를 향해 각목을 들고 휘둘러오는 데도 그 각목을 내가 춤을 출때 쓰는 날카로운 부채로 모두 베어버리고 그 사내들을 다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러다 습격이 뜸해진 어느날 대부는 우리들 중 최고의 인원을 이끌고 적성 조직의 아지트를 급습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건물 지하에서 이어지는 지하 감옥 가장 깊은 곳에서 놀라운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불길이 일렁이는 무시무시한 악마의 형상이었고, 금색의 사슬에 묶여 발버둥치고 있었다.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그 악마의 이름은 디아블로라고 했다.(;;) 몸을 돌려 나가려던 찰나, 적 조직의 우두머리가 우리가 들어온 입구에 웃으면서 서 있었다.
"비밀을 봐버렸군. 죽어 사라져라."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악마의 몸에 걸려있던 사슬이 튕겨져 날아가고, 디아블로는 풀려나 우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날카로운 부채를 펼쳐 악마의 몸 이곳 저곳을 베어내며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국 부채를 놓치고 그에게 목덜미를 잡힌다. 이상한 것은, 디아블로는 나를 바로 죽이지 않고 계속 바라보다가, 이내 용암같이 주황색으로 빛나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뭐하는게야! 어서 죽여! 계약자가 명한다!"
디아블로는 눈을 꽉감고 고개를 흔들며 나를 벽으로 집어던졌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때 내 곁에는 머리만 남아 무선조종 자동차같은 기계장치로 이동하는 남자와, 벌레들을 몸에 휘감고 있는 나이든 여자 사이에 있었다. 그들은 디아블로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수천년을 살아온 예언자들로, 동료는 아니었지만 지금 같은 목적을 위해 내 곁에 뭉친 것이었다. 디아블로의 몸은 인간과 같은 성분의 육체이며 그것은 바로 나를 알고 좋아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몸에서 비롯했다는 그들의 설명에 나는 내게 치료를 받다가 도망쳐버린 적 조직의 피라미를 떠올렸다. 커다랗고 징그러운 어머니 벌레의 등에 올라탄 여자는 나를 안아올려 아주 빠른 속도로 수많은 벌레들과 함께 도시를 질주해 목적지로 가는데, 도시는 온통 파괴되어 있었고 불길에 쌓인 곳도 많았다. 마침내 도착했을 때 내가 본것은, 훨씬 거대해져버린 디아블로와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붉은 눈의 남자였다. 적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계약자부터 죽여."
여자가 내게 속삭였고, 나는 그를 베기 위해 불길에 쌓인 밤거리를 달려 그에게 다가갔지만 문득 그의 얼굴이 우리 조직의 대부처럼 변하는 것을 봐버렸다. 두 사람은 결국 한 사람이었다. 차마 베지 못하는 나를 보며 그는 디아블로를 향해 손을 들고 나를 죽이라고 손짓했다. 디아블로는 또 손을 쳐들었고, 나는 그가 망설이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우리 대부의 목을 부채로 그어버렸다. 그냥 목만 베려고 했는데, 완전히 동강나버렸다. 그래도 나를 키워준 사람인데, 평생 알고 지낸 남자인데 그어버려야 했다.

그의 피가 얼굴에 확 튀었고, 다음 순간 디아블로의 몸이 하얗게 빛나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다시 정신이 들자 내가 춤을 출때 배경으로 많이 쓰던, '얼마나 좋을까' 라는 제목의 서정적인 노랫소리가 들렸고, 작은 소년이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소년은 울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악마의 계약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간거야. 그도 너처럼 어렸을 때부터 길러졌었지."
무엇을 위해 내가 태어났고 그가 태어났을까. 우린 왜 싸워야 했을까. 슬픔에 눈물만 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