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이 심각해질대로 심각해진 2200년대의 어느날 고교생 민주의 집으로 배달 온 작은 금색의 램프. 알라딘의 마술램프와도 비슷한 모양의 그 등잔은 정말로 손으로 비비니 아름다운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예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축하드려요. 당신은 티르 나 노이에 초대된 184만 12번째 시민입니다."
우주 반대편으로 차원이동된 민주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반쯤 물에 잠긴 아름다운 섬에 있는 고혹적인 작은 도시. 이 곳의 사람들에겐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만 도시에서 너무 멀리 떠나지 말라는 권고들은 있지만 민주가 그곳에서 택한 자신의 역할은 바다의 모험가. 그는 어디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잠수복을 입고 깊은 바닷속을 내달리게 됩니다. 그 일을 하게 된 건, 순전히 먼저 와있던 사람중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었던 같은 학교 선배 때문인데요. 그는 꽤 오래전에 실종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이곳에 와 있었던 겁니다.
두 사람은 팀이 되어서 곧잘 아주 먼 곳에까지 나아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얻어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해구 속을 탐사하다가 발견한 잠수정은 어딘지 모르는 이상한, 하지만 익숙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온 것들이지요. NASA 마크가 찍힌 옷이라든지, 스팸 깡통이라든지. 선배는 비밀로 하자면서 나중에 다시 올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두고 나오지만 영 민주는 찝찝합니다. 그 후 선배와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신입 파트너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임무를 수행하다 두 세번의 실수를 하게 되고, 상사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들은 민주에게 선배의 연락이 옵니다. 혼자서 약속한 그곳으로 떠난 민주앞에 선배가 나타났고, 선배는 물 속인데도 잠수복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고백할게 두가지 있어. 하나는, 난 인간이 아니야."
물속에서 잠수복의 헬멧에 살짝 키스하는 선배.
"그리고 널 사랑했어."
선배는 사라지지만, 그 충격으로 민주는 잠수 일을 그만두고 대신 활공기를 타기로 합니다. 인력으로 비행하는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글라이더들은 정말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었는데요. 첫 임무로 거대한 편대에 속해 멀리까지 날아간 목적지는 넥스 라는 거대한 항구도시. 해질무렵 도착한 그곳엔 수많은 날으는 자동차들이 하늘을 오가고, 거대한 건물들이 눈부시게 빛을 냈습니다. 리더의 인솔에 따라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착륙한 그들이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들을 무시합니다.
"티르 나 노이에서 온 사자입니다."
마침 그 건물의 가장 높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나이든 회장과도 같은 남자가 리더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휙 돌렸습니다.
"이번에 책정한 물품 가격이 너무 높아서 그렇습니다. 조정을 요청합니다."
리더는 제법 정중하게 말을 했지만, 회장은 묵묵히 자신의 전용기에 오를 뿐. 비웃음을 보았다고 민주는 느꼈습니다.
"어이 시골뜨기들. 헛소리 하지 말고 돌아가. 너네들이 우리가 파는 물건들 하나라도 안사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제대로 비웃음을 흘리며 회장은 전용기 속으로 사라졌고, 리더는 민주에게 넌지시 귓말을 합니다.
"편대비행은 좀 알겠어?"
"네?"
"됐어."
그리고 다음 날 건물높이 불길이 치솟았고, 민주가 속한 편대는 감쪽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전쟁입니다.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문명을 유지하고 재화를 소모하며 살기로 한 이주자들과, 마법과 자연을 사랑하면서 살기로 한 티르 나 노이의 주민들간의 전쟁. 활공기를 타고 하늘을 누비며 또 다른 영광을 찾게 된 민주는 어느날 바다 한가운데서 적습을 받고 불시착해 물위에 떨어집니다. 활공기의 잔해도 물속으로 곧 가라앉고, 유일한 무기이자 신호기인 빛을 내는 마법의 완드도 잃어버린 민주는 그저 바다위에서 헤엄칠뿐. 오래전의 공포가 되살아나 물속이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습니다.민주를 구해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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