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도시 인천. 밤마다 거리를 배회하는 검은 옷의 음침한 남자가 추적하는 적은 과연 누구일까. 주인공 여고생은 언제나 야간 자율학습과 피아노 레슨을 끝내고 돌아가는 늦은 밤길에 자신을 살피는 눈길에 몸을 떨며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 앞을 막아선 피아노 선생은, 순식간에 3미터도 넘는 키에 크고 긴 머리를 가진 날카로운 이빨의 생물체로 변해 자신의 두 손을 쥐고, 천천히 물어뜯으려 한다. 비명을 지르려 하던 찰나 나타난 음침한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괴물의 몸을 단검 하나로 산산조각내고, 그 장면이 인상깊었던 여고생은 남자를 따라나서지만 금방 잃어버린다.

며칠이 지난 후, 다른 누군가가 역시 그 괴물에게 발목을 뜯어먹히는 장면을 발견하고는 경악하며 두 발을 잃은 그 남자를 구하는데, 남자는 유명한 마라톤 선수였다. 갈수록 폐인이 되어가는 남자를 보다 못한 여고생은 마라톤 선수를 구한 자신에게 들이닥치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간신히 피해 달아나지만, 음침한 병원 복도에서 다시금 자신을 덮쳐온 것은 그 괴물이었다.

어쩐 일인지 이번에 나타난 남자는 괴물을 한번에 죽이지 않고, 슬금슬금 몸을 부수어가며 협박을 해댄다. 괴물의 이름은 ORGE. 햇볕이 닿으면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버리지만 빛이 없는 곳에선 인간의 모습. 그들이 먹고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심장을 빼앗고, 영리한 과학자의 뇌를 파먹는 것처럼,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여고생의 손을 물어뜯으려 한 것이다.

문제는 이제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 만이 아닌, 좀더 거대한 음모라는 것. ORGE들 중에는 시장의 측근도, 시 의원도 있었고, 대기업의 총수도 ORGE였다. 점점 기업도시가 되어가는 인천에서 그들의 권력은 막강했고, 그래서 그들은 시민들의 가장 소중한 것, 자유를 빼앗아 먹어치우고자 했다. 그 시작이 될 사건은 언론의 조작과 가장 반발이 심할 학생들의 제어를 위한 학교 폐쇄.

이제 여고생과 낯모를 음침한 남자라는 묘한 페어의 엄청난 모험이 시작된다. 밝혀지는 남자의 과거. 한쪽을 쓸어내린 머리카락 속에 숨은 붉은 눈은 과연 어떠한 과거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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