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이 발표된 이후로 아마 계속된 논쟁이, 이야기의 진행을 클래식 4,5,6 다음에 플래시백으로 1,2,3으로 봐야 하느냐, 아니면 순서대로 1,2,3,4,5,6으로 봐야하느냐 하는 논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를 발표한 순서대로라면 당연히 4, 5, 6, 1, 2, 3 순의 감상이 정공법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사실, 촬영 기법이라든지 액션이나 효과, 규모 면에서는 분명 저 순서대로 무한대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사실 말이지 클래식에선 제대로 된 광검 듀얼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각종 기계들이 출몰하는 전투신 또한 20년 전 기술이니 어딘가 화면에서 삐그덕거리는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20주년 기념으로 리마스터링을 하고, DVD 발매 기념으로 다시 세팅을 했는데도 베이스는 70년대 말 80년대 초의 그것이니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아나킨과 오비완의 광검 듀얼, 황제와 요다의 광검 듀얼같은 화려하고 웅장한 대결도 클래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코루스칸트의 웅대한 대도시도, 에피소드 3 초입의 대규모 함대전도 볼 수 없지요. 클론 전쟁 당시의 드로이드 군대와 클래식 시대의 반군 세력은 굉장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결국 이 재미있는 영화를 갈수록 더 재미있게 보려면 제작 년도 순으로 4, 5, 6, 1, 2, 3 순서로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에는 프리퀄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고풍스런 멋? 저 시대에 저걸 어떻게 찍었담? 그런 식의 결론이 아닙니다. 조지 루카스는, 프리퀄을 만들면서도 사실 스타워즈 최대의 매력은 클래식, 특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 담기도록 안배를 해 두었습니다.
자. 프리퀄에서는 놀라운 광검 듀얼이 넘칩니다. 에피소드 1의 다스 몰과 오비완의 결투. 에피소드 2의 제다이'들'과 드로이드 군대와의 대결. 그리고 에피소드 3에선 훨씬 더 많지요. 오직 광검 듀얼을 위한 영화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말이죠. 그에 비해 클래식에서는 3부작 내내 총 세번밖에 듀얼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듀얼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고 단순하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에피소드 4의 유일한 듀얼, 다스 베이더와 벤 케노비의 듀얼을 생각해봅시다.
한 사람은 사지 절단에 호흡기로 호흡하는 장애자입니다. (기계 팔다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다님 말씀대로 포스는 생명체와 연동하는 에너지장이며 그만큼 포스의 관점에서는 불구라고 봐야 합니다)
한 사람은 황야에서 20년 넘게 은거한 60이 넘은 노인이며, 상대방이 자기 옛 제자예요.
두 사람 다 20년 전엔 젊었고, 그 힘의 절정에 달해 있었으며, 자신의 신념에 취하다시피 열중해 있었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죠.
그들의 광검 듀얼은, 듀얼이라기보다 그저 서로 검을 툭툭 맞대며 대화를 하는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목숨을 빼앗을 의도는 둘다 처음부터 없었던 거지요. 다스 베이더는 다시 만난 옛 스승 앞에서 끝까지 '날 인정해줘' 라고 외치는 어린아이로 돌아갔을 뿐인데도, 그저 오비완은 끝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고 포스와 하나되어 가버렸습니다.
가련한 우리 아나킨. 결국 사랑하던 스승에게 완전히 버림받았어요.
두번째 듀얼, 에피소드 5의 루크와 다스베이더의 듀얼을 봅시다.
한 손으로 루크의 검을 척척 받아내고 동시에 포스로 물체를 던져 공격하는 다스 베이더의 모습. 그리고 멀리 떨어진 전함에 있는 부하를 포스만을 써서 죽이는 그의 위압감을 보면 아실 거예요.
애초에 다스 베이더는 루크를 가지고 노는 수준의 검기인 겁니다. 반면에 루크는, 겨우 제다이의 수련을 시작한 단계이고 그것도 너무 나이들어서 시작해서 항상 고정관념의 한계에 부딪히지요.
스타크래프트 경기 중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두 사람의 실력차이가 엄청나버리면 경기 재미없습니다. 비슷한 실력이어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런 과정에서 관전자들은 손에 땀을 쥐는 재미를 얻는 거지요.
그리고 마지막 듀얼, 에피소드 6의 다시 만난 루크와 다스 베이더의 듀얼에서, 루크는 많이 성장했지만, 그래도 다스 베이더의 위용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두 사람 다 서로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20년만에 만난 아들을 죽이고 싶어할 아버지가 어디 있을 것이며, 어릴 때부터 평생 그리워한 아버지를 죽이려 하는 아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프리퀄에서는 '볼거리'로서 광검 듀얼이 존재했지만, 클래식의 듀얼은 단지 드라마의 요소일 뿐이므로 그 대결 장면이 화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건 곤란합니다.
두번째. 드라마적 요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I'm, your father." 라는 유명한 베이더의 대사가, 이미 그가 아버지임을 알고 보게 되는 프리퀄 - 클래식 순의 감상에서는 전혀 그 충격과 느낌이 살지 않는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 충격이란 건 루크 쪽에서 감정이입한 채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철천지 원수가 아버지라니! 세상에 충격이죠.
그러나 클래식 자체도, 가만히 보면 주인공은 루크보다는 다스베이더입니다.
기억해보세요. 에피소드4에서 루크가 먼저나왔나요? 다스 베이더가 먼저 나왔죠.
에피소드 5에서는 루크가 먼저 나왔나요? 다스 베이더의 전함이 프로브를 뿌리는 장면이 먼저 나왔습니다.
에피소드 6에서도 다스 베이더가 먼저 나옵니다.
프리퀄 - 클래식 순의 감상이라면 이 여섯 편의 영화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 다스 베이더의 일생이 되고, 클래식 3부작 역시 다스 베이더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럼 에피소드 5에서 충격을 받게되는 부분은, I'm your father.가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루크의 비명과 뛰어내림이겠지요. '우리 함께 은하계를 지배하자'는 말에 사랑하는 파드메도 고개를 흔들며 물러났는데, 그 아이 또한 똑같이 그렇게 하다니.
요다는 루크를 보며 '지 애비랑 똑같애' 라고 혀를 찼지만, 베이더 - 아나킨은 루크를 보며 '에미랑 똑같이 하다니' 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보다도 가장 충격받은 장면은 에피소드 6의 아나킨의 마지막 대사였습니다.
"마스크를 벗겨다오. 아들아."
"그럼 죽게 되잖아요."
"누구도 죽음을 막을 순 없다."
절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절규하던 에피소드2와 3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이제는 담담하게 포스와 하나되어 죽음을 바라봅니다. 저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대사, 클래식만 보아서는 그저 슬플 뿐인 대사가 이렇게도 가슴을 치는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건 프리퀄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지요.
자아. 물론 프리퀄이 훨씬 예쁘고 멋지고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프리퀄의 주요 드라마는 전부 코루스칸트에서만 벌어졌다는 겁니다. 물론 코루스칸트 웅대하고 아름다운 도시지요. 그러나, 클래식에서는 타투인과 얼데란과 숲의 달, 얼음의 행성 호스와 방대한 운석지대, 그리고 구름의 행성 베스핀에서 숲의 행성 앤도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곳을 오가며 우주의 광대함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이렇게, 규모면에서는 사실 클래식이 훨씬 장대하단 말입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6에서 황제가 죽은 뒤에 수 많은 행성에서 축하퍼레이드를 벌이는 장면 또한, 에피소드 1부터 봐 와야 그 감흥이 살겠지요.
그리고 광검 듀얼이 적은 대신(당연하지 않습니까? 제다이가 다 죽고 없어진 마당에) 클래식에서는 화려하고 긴박한 공중전으로 그 빈자리를 메꿉니다. 웨지 안틸레스, 한 솔로, 랜도 카리지안, 그 외에 수많은 우주의 영웅들이 있는데 왜 그리도 볼 거리가 부족하다고들 생각하시는지. 볼때마다 손에 땀을 쥐는, 초를 다투는 데스스타 공략이, 에피소드 3의 그 '여유 만만' 공중전보다 재미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곤란하지요.
프리퀄을 보고 난 다음에 클래식을, 이렇게 보면, 예전에는 그저 절대악으로만 보이던 다스 베이더가, 그렇게도 불쌍하고 서글프게 보일 수가 없더라구요. 어머니도 연인도,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 갈구하다 결국 그 갈망 때문에 잃고 어둠의 노예가 된 불쌍한 소년을, 냉정한 스승은 20년만에 나타나서는 조금의 어리광도 받아주지 않고, 생사도 몰랐던 아들네미는 내가 아버지라니까 안믿고 도망가고.
그 슬픔 속에 아들마저 잃어야 하는 상황에 닥친 그에게, 선택은 오직 하나뿐이죠.
이 모든 악의 근원인 황제를, 죽일 수밖에.
그리하여 그는 포스 라이트닝에 온몸이 휩싸인 채로 황제를 던져버렸고, 마침내 예언대로 포스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클래식만 봐서는 단지, 아들 덕에 개과천선한 아버지의 당연한 희생처럼 보였을 지 모르는 그의 죽음이, 참 슬프고도 안타까운, 위대한 초즌 원의 결말로 보이는 거죠.
자, 오늘 밤, 스타워즈와 함께 지새보는 건 어떨까요.
1~6편을 순서대로 감상하며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다스 베이더의 죽음이 아닌 아나킨의 죽음에 눈물을 펑펑 흘려보는 건 어떨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