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역시, 인간이 없이 오직 변신하는 로봇들만의 이야기였던 G1과 극장판, G2와는 별도로, 인간과 만나 함께 행동하거나 혹은 인간을 돕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으며, 차량이나 기계류가 아닌 공룡이나 동물로 변하게 되는 이야기 '비스트 워즈'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극장판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은 죽고 메가트론은 갈바트론으로 변형당하기도 합니다. 장난감을 팔아야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이본들이 있으나, 언제나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시청하고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팬들에게 이 이야기는 영원히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이클 베이는 임권택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이야기가 바뀌어도 끝까지 변하지 않는 커플링,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을 아무 메시지도 담아내지 않은 지극히 탐미적인 시각으로 잡아냅니다.
물론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 영화를 '한 소년과 그의 첫 차에 대한 영화' 로 만들었다고 DVD 서플먼트와 언론사 인터뷰에서 항변하지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이 영화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입니다. 카메라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피터빌트 트럭으로 형상화된 그의 모습을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각도에서 잡아내며, 트랜스폼하는 그의 모습을 항상 발끝에서부터 머리위까지 감아올리며 비추고 있습니다. 아무리 권총에서 성간전투기로 바뀌는 등 완전히 새로 디자인되었어도 20년된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이집트의 파라오 혹은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키는 메가트론의 피라미드같은 머리모양은 여전히 남아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아내며, 냉동이 풀리며 제정신을 찾고 처음 내뱉는 대사부터가 "나는 메가트론이다." 일 정도로 강렬한 자의식을 보여줍니다.
그럼 소년과 그의 첫 차는 도대체 뭐였을까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뜻밖에도 '학교에서 시켜서 별로 흥미는 없지만 억지로 판소리를 감상하러 극장을 찾은 학생들'로 시작합니다.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결국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니죠. 그러나 지금 우리들에게도 바짝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그래서 우리들 세계에 속한 안내자라는 의미로, 점차 판소리에 동화되어가는 학생들과 다른 관객, 그리고 그들 모두를 춘향과 몽룡의 남원으로 안내하는 소리꾼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샘과 미카엘라와 범블비, 그리고 블랙아웃과 특전대 군인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들'을 20년이나 된 낡은 과거의 이야기로 안내하는 역할이죠. 지금의 우리들은 대부분 판소리를 즐겨듣지도,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도 않으니까 이러한 안내자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맡아야 했던 겁니다.
임권택은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잡아내는 감독이며, 따라서 그가 지극히 한국적 정서를 자아내는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를 탐미적으로 다룬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마이클 베이는 자동차와 비행기 등 움직이는 인공물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잡아내는 감독이며, 따라서 그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피터빌트 트럭과 성간 전투기의 이야기를 탐미적으로 다룬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옵티머스 프라임의 아름다움, 그리고 메가트론의 강함에 대한 찬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