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고생 시집가기>는 임은경과 은지원의 (이젠 그다지 높지는 않은) 네임밸류만으로 짜여진 어린이 - 청소년용 3류 명랑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고 일견 사실이기도 합니다만, 영화의 시작은 정말 의외입니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어린 울보 소녀에게 평강의 혼이 씌었고, 16세 생일 전에 온달을 만나 정을 통하지 못하면 죽게 될거라는 설정으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몰아갑니다. 성정 과격한 어머님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며 점집을 들어 엎지만, 예언되었던 16세의 생일이 다가오자 죽음은 계속해서 여전히 울보이지만 전교 일진인 막강한 소녀 평강을 스쳐지나가고, 마침내 눈앞에 온달이 나타나자 '살기 위해' 그의 사랑을 얻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온갖 장애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운명의 그날, 역사는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에 골인합니다.
그리고 운명을 완결짓는 두 사람의 아이는, 이제 다시 점집으로 돌아와 낙랑공주의 혼이 씌었다는 판정을 받고 북을 찢습니다. 뭘 믿고 이리 스케일이 큰건지. 참 재미있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합니다.

아쉬운점이야 물론 많지요. 단지 웃음을 위해서 집어넣은 듯한 칠수나 원어민교사 같은 캐릭터들은 정말 삭제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전교 1등이지만 비만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평강과 같은 반의 여학생은,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평강과 대비해 좋은 이야기구조가 되었을 텐데 도리어 필요 없었을 지도 모르는 다른 캐릭터들에 밀려 비중이 약화되어 버린 듯 합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예상 그대로이고, 액션도 특수효과도 엉성하지요.


하지만 죽어야 한다는 절실한 운명을 알고 있기에, 관객들은 한심한 장면들에는 실소하면서도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의 결말을 기다리는 듯한 심정으로 평강을 응원하게 됩니다. 예쁘지만 막강한 소녀가, 똑똑하고 잘생긴 소년을 만나 사랑에 골인한다는 너무 단순한 스토리는, 또한 우리가 늘상 접하던 "멍청한 고교 일진이 영리한 학교 수석 여학생과 사랑한다"는 소년만화의 정석을 반대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깊습니다.




한편  <제니주노>는, 똑같이 교복 입은 아이들의 결혼을 그리면서도 무척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전교 1등인 귀여운 여중생과, 프로게이머로 잘나가는 예쁜 남학생. 이건 정말 3류 소년만화나 순정만화의 공식일 뿐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요. <여고생 시집가기>에 비해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화면구성과 근사한 로맨스 장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니주노>는 애초에 영화이길 포기하고 멋대로 장면을 나열했을 뿐입니다. 지금 제가 스토리를 요약해서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죠. 거기에는 '운명'과 같은 일관성도, '사랑'과 같은 당위성도 보이질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면서 어째서 전혀 실현성이 없는 마무리를 보여주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박민지양이 임은경보다 별로안예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디 우리 은경이랑 비교를...)
영화는 영화 나름으로 이야기를 완결지을 줄 알아야 합니다. 웹에 연재된 만화나 실화, 혹은 인터넷 소설이라는 허무맹랑한 장르명으로 출판된 귀여니즘 출판물이 인기를 끄는 것과는 별도로, 그것에 기반하고 있는 영화라도 감독이나 배우들의 나름의 해석과 가치관이 담기지 않는다면, 단지 동어반복적 확대 재생산에 불과할 뿐입니다. 최소한의 구조도 갖지 못한다면 그건 아무리 예쁜 화면에 사랑스런 배우들을 담아낸다 하더라도 영화의 이름을 달고 극장에 걸릴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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