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키님의 츠메카린 이야기 팬픽입니다. 뮤키님의 위 일러스트에서 보시다시피, 누나였던 츠뮤가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경우를 상정하고 쓰는 팬픽입니다. 4~6편 정도 이어질 거 같아요. 어째서 이런 글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링크를 타고 가보시면 자세하게 알 수 있고요 ^^;
누나와 남동생 만큼이나, 청년과 로리 역시 각별히 애틋한 관계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상반되면서도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모습들을 어떻게 그릴수 있을까 참 여러가지로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제 버릇인 '쓸데없이 씨리어스해지기'를 날려버리는 연습으로도 좋을 것 같아 가볍고 발랄하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 일은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실내화에 발을 내리는 순간 공주님은 실내화에 발이 안닿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겁니다. 거울 앞에 달려가 자신을 보니 세상에, 피처럼 붉은 머리칼 사이로 새침한 금안을 반짝이는 무시무시한 얼음공주님은 어디로 가고, 황망한 시선으로 커다란 눈만 깜빡이는 조그만 소녀가 서 있는 거예요. "이거, 꿈이지?" 목소리마저도 아주 높은 아이의 목소리. 공주님은 있는 힘껏 볼을 꼬집어보았습니다. 아야야. 어쩌면 좋아요. 이건 진짜예요. 어젯 밤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녀만의 아름다운 왕자님과 둘이서 오늘 함께 피크닉을 가기로 했었잖아요. 밤새 쿠키를 구우며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누님. 아직 안 일어나셨어요?"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왕자님의 낮은 목소리. 공주님은 화들짝 놀라 문을 돌아보았습니다. 커다란 슬립스커트가 줄줄 흘러내리는 작은 아이의 몸으로 저 문을 열어줄 순 없어요! 공주님은 후다닥 침대 밑으로 달려들어가 숨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어요. 왕자님은 벌써 깨끗하게 차려입고는 햇살처럼 환한 웃음과 함께 한 손으로 긴 흑발을 쓸어올리며 들어서는 겁니다. "누님?" 츠키. 누나 여기 없어. 없다고! "츠뮤 누님!" 빈 침대를 바라보는 왕자님의 목소리가 금세 근심에 차 오릅니다. 후다닥 창문을 열어보려다 안에서 잠긴걸 깨닫고는 확 돌아서서는 옷장 문을 열어보고, 발코니로 나가봤다가 다시 들어와서 안절부절 못하며 한 손으로 입가를 매만집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누님답지 않게 늦잠 자서 부끄러운 나머지 침대 밑으로 숨거나 그런건 아니죠?" 으악! 공주님은 츠키에테가 몸을 숙여 침대 아래쪽을 살짝 들여다보자마자 후다닥 침대 밑을 빠져나와 조그만 고양이처럼 침대를 기어올라서 이불 속으로 파고듭니다. 풍성한 깃털 이불 속에 작은 몸이니까 안보일거야. 안보일거라고. 제발 그냥 가 줘. 츠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순 없잖아. "정말 어디 가버린 거예요, 약속했잖아요. 그 여자가 왕궁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그랬었잖아요. 누나." 누나. 츠뮤는 눈을 꽉 감아봅니다. 열 여섯살의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누나가 어쩌면 그리 가슴을 울리는지. 아홉살 조그만 츠키에테의 누나라는 애절한 부름을 떠올리고는 공주님의 눈에선 괜히 눈물이 찔끔 떨어집니다. '지금은 내가 아홉살이 되어버렸어.' 왕자님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성큼성큼 열린 문으로 빠져나갑니다. 긴 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모습을 이불 사이로 바라보며 츠뮤는 또 한번 눈물을 찔끔 짜냅니다. '어찌 된 건지, 알아낼게. 그래서, 꼭 다시 제대로 된 모습으로 네 앞에 나타나 줄게. 지금 얼른, 파피엘 언니를 찾아서!' 츠뮤는 문이 닫히자마자 이불속에서 튀어나와 옷장을 열고 예전 옷을 뒤집니다. 어릴때 입던 작은 드레스들이 아직도 곱게 손질되어 남아있는데, 하나 하나 츠키에테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담겨있는 옷들. 뭘 입을지 고민할 시간 같은 것도 없습니다. 종종 꺼내보곤 하던, 다섯 살 츠키에테가 안겨오길 좋아했던 분홍빛 드레스를 바로 꺼내 입고,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온 힘을 다해 밀어 열고는 아무도 없는지 확인조차 안하고 급히 맨 발로 복도를 달음박질치려다가 퍽, 누군가와 부딪혔습니다. "아얏, 괜찮아요?" 이 목소리는, 으아아아아아악! 검은 흑발이 눈 앞에 흘러내렸습니다. 츠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습니다. "괘,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럼," 정신없이 돌아서서 달리려는데 덥썩. 옷깃을 잡아올리는 커다란 손. 작은 몸을 안아돌리는 따뜻한 팔. "누,나?" 두 손의 손가락 사이로 조심스레 금색 눈동자를 뜨고 바라봅니다. 똑같은 금색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봅니다. "누나." "아, 아니, 저기," "어찌 된 거예요?" 네 왕자님. 누님이 줄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