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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랜드의 주인
고관 메리아독
마크의 홀드위네
브랜디벅 가문은 대대로 버클랜드에 살아왔는데, 호비턴에서 브랜디와인 강을 건너가야 있는 그 땅은 샤이어의 동쪽 끝으로, 평온한 샤이어의 다른 지방과는 달리 주위의 위험에 조금은 노출되어 있는 편이다. 해가 떨어지면 문을 잠그는 일은 샤이어에서는 오직 버클랜드에서만 볼 수 있다.
브랜디벅 가문은 대체로 학구적인 경향이 있었는데, 메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당히 많은 옛 이야기나 전설 등을 배워 알고 있었지만 그 중에도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가운데땅의 지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원정대가 향하는 길들을 대부분 지도상으로나마 알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나무수염의 팡고른 숲이 버클랜드 근처의 숲과 갖는 연관성도 잘 기억하고 있다.
버클랜드 근교의 '묵은 숲'은 아득한 옛날에는 팡고른 숲까지 계속 이어지는 고대의 대삼림지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분이고, 이곳의 나무들도 살아서 움직이곤 한다. 또한 숲 너머의 고분산에는 오랜 옛날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에 의해 멸망했던 아르노르의 왕들이 묻혀있는 고분이 있는데, 그 곳에는 잠들지 못한 유령들이 항상 떠돌고 있다는, 호비턴에서라면 믿겨지지 않을 일들을 메리는 항상 듣고 자라났다.
영화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네명의 호빗은 나즈굴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바로 이 길, 묵은 숲을 지나 고분산 앞을 통과해 동로로 내려서는 위험한 행로로 샤이어를 빠져나온다. 메리가 얻게 된 검은 고분산에서 나온 보물 중의 하나로, 아르노르 왕국이 앙그마르의 마술사왕과 대치중이던 시절에 요정 대장장이들이 만든 검이다. 아마도 그 검의 제작자가 자신이 만든 검이 한 호빗의 손에 들려 마술사왕의 다리를 찌름으로써 멸망한 왕국의 복수를 해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무척이나 기뻤을 것이다. 이때 에오윈을 구한 공로로, 에오메르 왕으로부터 그는 '마크의 홀드위네'라는 로한 어 이름을 받게 되었다.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를 몰 줄도 안다는 점만 제외하면, 메리는 샘이나 프로도와는 달리 일반적인 호빗 청년에 가까운 면이 더 많다. 고분산의 유령이나 묵은 숲의 살아 움직이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듣긴 했지만' 딱히 철썩같이 믿지도 않았고, 그에게는 감자 서리와 청룡장 여관의 맥주, 그리고 롱버텀 연초가 더 믿을만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영리하고 상황파악도 빠른 메리는, 나이도 어린데다 눈치없고 호기심만 가득한 사촌 피핀과 항상 함께 했다. 호빗들은 10단위 촌수도 일일이 따지는데, 이들은 정말로 사촌간이고, 따라서 인간의 입장에서라면 형제나 다름없는 가까운 사이다. 물론 먹을 것과 맥주를 무지하게 즐기는 전형적인 호빗이라는 점도 둘은 꼭 같다. 어린시절부터 잠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이 두 친구가 하나는 로한에, 하나는 곤도르에 멀찌감치 떨어지게 되었을 때의 그 상실감이란 몸의 한 부분이 잘려나간 것만큼이나 아픈 것이었을 것이다.
원정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메리와 피핀은 샤이어에 들이닥친 악당들을 몰아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우게 된다. 마크의 기사 작위까지 가진 데다 마술사왕을 죽이는데 일조하기까지 했던 메리에게 몽둥이나 쇠스랑을 휘두르는게 고작인 깡패 일당들은 이제 웃기지도 않은 상대로 보였을 것이고, 곤도르의 기사 피핀과 함께 가뿐하게 처리해 낸다. 악당들을 몰아낸 공으로 메리는 뭇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꽤나 예쁜 아가씨 에스텔라 볼져와 결혼도 하고, 결국에는 브랜디벅 가문의 대를 잇는 족장이 된다.
나이가 들어 '고관 메리아독'으로 불리며 존경을 한몸에 받던 그는 혼블도어 노인으로부터 시작된 연초 재배의 역사를 적은 "샤이어의 연초지"와 같은 책을 내기도 하고, 호빗을 홀뷔틀라 라고도 하며 전설속에 반인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전해내려오는 로한인들과 호빗 간의 언어의 연관성에 대해서 연구하기도 했다. 사실 로한인들은 본디 북방에 살다 이주한 이들이기에, 마크의 땅에 왕국을 세우기 전에는 아마도 호빗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서 묵은숲과 호빗 등에 대한 지식은 마침내 전설이 되고, 해묵은 옛 이야기가 되어 난롯가에서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들려주는 정도로나 남게 되었지만, 그들은 분명 엔트와 호빗이라는 존재와 함께 살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버클랜드에 살면서도 세오덴 왕에 대한 기억과 마크의 기사 신분을 잊지 않고 있던 그는, 노년이 되자 친구 피핀과 함께 모든 샤이어에서의 지위를 내놓고는 로한으로 향한다. 이제는 노인이 된 에오메르 왕의 환대를 받고, 또한 곤도르의 영지를 다스리고 있는 파라미르와 에오윈을 만나기 위해 다시 곤도르로 향했던 두 친구는 그 곳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엘레사르 왕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메리와 피핀은 죽은 뒤에 왕의 친구 자격으로 평생토록 우정을 유지했던 그 왕의 곁에 나란히 안치되게 된다. 젊은 시절에 그토록 위대한 모험을 겪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자신이 하고 싶던 바를 많이 이루어냈으며, 죽은 뒤에도 신성한 곤도르 왕가의 묘역에 안치되어 모든 이들의 기억에 남은 메리는 분명 가장 행복한 삶을 살다 간 호빗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