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와이즈 시장나리
햄퍼스트의 아들 샘와이즈
용감한 샘와이즈(Samwise the Brave)

햄퍼스트 감지는 백엔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백쇼트 거리에 사는 평범한 정원사였는데 젊은 시절 배긴스가에 정원사로 발탁된 후로 줄곧 백엔드의 정원을 관리해 오다 나이가 들자 막내아들 샘와이즈에게 그 자리를 넘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빌보와 프로도에 대해서는 거의 우상숭배에 가까운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남들 입에서 그 둘에 대한 험담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꼭 정정해줘야만 하는 충실한 하인의 전형이다.
샘은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백엔드에 드나들면서 원예 수업을 쌓았고, 동시에 빌보로부터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라났다. 특히 샘이 주목하여 들은 것은 요정 이야기와 요정어로 된 노래를 빌보가 번역해서 불러주는 여러 노래들이었다.
샤이어는 본래 외따로 떨어진 지방이라기보다는, 요정들의 항구인 회색항구로 향하는 제2시대부터 있던 구 도로가 관통하는 지방이다. 샤이어의 서쪽 끝에는 세개의 탑이 서 있는 탑언덕이 있는데, 이 탑들은 북왕조 아르노르가 강성하던 시절 바다를 바라보기 위해 세워진 곳으로, 제법 무너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 위로 올라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호빗들은 물을 무서워하고, 동시에 높은 곳도 무서워하는 고로 아무도 이곳에 올라가는 대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았으며 바라보는 것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리벤델이나 로스로리엔, 어둠숲에 사는 요정들이 항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샤이어를 지나가야 했고, 그래서 간혹 가운데땅을 떠나려 하는 요정들이 샤이어의 숲지대에 출몰하기도 했다. 샘은 언뜻언뜻 보이지만 만나보기는 힘든 그런 요정들에 대한 동경을 마음 가득히 품고 살아오다가, 옛날이야기에 대한 그 호기심을 못견뎌 간달프와 프로도의 반지 이야기를 엿듣고는 그 벌로 주인을 모시고 모르도르까지 다녀오게 된다.

온갖 것을 다 걱정하는 그의 성격은 모험 중에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특히 그의 커다란 등짐을 보면 모포와 각종 야전 취식물(?), 취사도구에 로스로리엔에서 받아온 요정의 밧줄까지 챙겨 넣고 있는 등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원사로서는 매우 적합한 자질이겠고, 또한 힘겨운 짐을 운반하는 프로도를 위해서도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당신네 땅에서는 모두가 높이 대접받을 만큼 훌륭하게 살고 있을 거 같구려. 정원사도 크게 존경받는 직업일 것이구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원사가 존경받는 직업인 것은 맞지요."


샘의 충성심은 곧잘 용기로도 이어지는데, '숲의 여주인'이라 불리며 난쟁이나 인간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갈라드리엘 마님 앞에서도 겁먹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고 서 있을 수 있던 그 힘은 단지 그의 순수한 신의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배를 타고 안두인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내내 겁을 먹었던, 물을 무서워하는 보통의 샤이어 호빗이면서도 주인을 따라가기 위해 당당히 안두인 대하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또한 곤도르의 대장이라는 파라미르 앞에서도 당당히 그의 형에 대한 험담을 할 수 있고, 사우론만큼이나 오래되고 케케묵은 악의 존재, 실롭을 상대로 저 고시대의 요정 전사들처럼 빛나는 검을 들고 싸울 수 있었던 것도, 무지에서 오는 용기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순수한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힘이었을 것이다. 용감한 샘와이즈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인을 되찾기 위해 모르도르 안의 요새 하나를 향해 단신으로 공략해 들어가고, 자신도 거의 다 죽어가는 몸으로도 주인을 들쳐업고 불의 산을 오른다. 무지와 순수의 결합은 놀라운 용기를 낳는다는 것은 어쩌면 소위 '요즘 판타지'의 공식일지도 모르겠지만, 샘의 경우는 결코 천박하거나 한심하지 않고 오히려 고결해보이기까지 하다.

정원사 샘은 숲 중의 숲, 가운데 땅에서 가장 훌륭하고 근사한 정원 로스로리엔에서 나쁘고 좋은 일을 하나씩 겪게 된다. 하나는 갈라드리엘의 거울을 통해 엉망이 된 샤이어를 보게 된 것이고, 두번째는 갈라드리엘 마님으로부터 작은 상자안에 들은 선물을 받은 것이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샤이어는 정말로 엉망이 된다. 몰락한 사루만과 그리마는 던랜드 출신 깡패들을 이끌고 샤이어로 가서 그곳의 주인인양 물자를 전부 빼돌리고 나무를 베어내고 주점을 모두 닫게 하고 말 안듣는 주민들을 가두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메리와 피핀이 아이센가드에서 찾아낸 연초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는 샤이어에 미리 보냈던 첩자들이 빼돌린 것이었다!)

그들은 물론 우리의 네 호빗들이 잘 해치우지만, 엉망이 된 호비턴 거리는 무엇으로 메꿀 수 있었을까. 갈라드리엘 마님의 선물은 아름다운 은색 호두알과 갈색의 자잘한 가루들이었는데, 이는 모두 영생의 땅 발리노르에서 온 것들이었고 샘이 원예 지식을 총동원해서 가꾸어낸 새로운 호비턴은 발리노르에서나 볼 수 있을 아름다운 나무들( 특히 호두알이 자란 말로른 나무는 가운데땅에서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로 가득찬 마을이 된다.

프로도에게 백엔드와 여행의 기록을 물려받고, 훗날 호비턴의 시장이 되고, 많은 자녀들을 낳은 샘은 큰아들 프로도가 '가드너'라고 성을 바꾸고 독립하여 샤이어의 명사 집안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가드너 집안의 시조'로 기억되게 된다. 어째서 '기억'되느냐면, 샘도 나이가 들면서 프로도에게 받은 기록들을 큰딸 엘라노르에게 넘기고 회색 항구로 가 발리노르로 떠나기 때문이다. 잠깐이지만 반지운반자로써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했던 공로였다. 엘라노르는 아르웬 왕비의 명예 시녀가 되고, 숱한 기록들을 남편과 함께 정리하여 그 "레드북" 선집을 완결해내는데 이것을 영어로 번역한 책들이 바로 우리가 볼 수 있는 '호빗'과 '반지의 제왕' 인 것이다.

샤이어에서의 그의 삶도 충분히 충실하고 훌륭했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그의 주인을 그 영생의 땅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때 그는 비로소 행복했을 것이다. 샘은 거기서도 프로도의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아침이면 프로도의 침실에 들어와 커튼을 걷으며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라고 프로도를 깨우는 행복한 일상을 계속 이어나갔을 것이고, 어쩌면 그로 인해 프로도에게도 간신히 진정한 안식과, 반지 운반자라는 힘든 임무에 대해서 작으나마 보상이 되었을 것이니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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