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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
두네다인 족장,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2세, 두나단
이방인 소롱길
순찰자 스트라이더(성큰걸음)
곤도르 국왕 엘레사르 텔콘타르(요정의 돌, 성큰걸음)
엘렌딜과 그의 두 아들 이실두르 아나리온이 가운데땅으로 망명해 와서 세운 나라는 둘인데, 엘렌딜이 통치한 곳은 북방의 아르노르 왕국이었고, 이실두르와 아나리온이 나란히 통치한 왕국이 바로 곤도르이다.
사우론과의 전투로 인해 엘렌딜과 아나리온이 죽은 후, 이실두르는 엘렌딜의 장자 자격으로 왕권을 이어받기 위해 아르노르 왕국으로 향하다 반지의 배신으로 죽고 만다. 그의 가솔들은 리벤델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어린 아들이 왕위를 이어갔다. 아르노르 왕국은 이렇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다가, 앙그마르의 마술사 왕과의 전쟁으로 인해 마침내 완전히 몰락하게 된다. 아르노르 왕들은 곤도르의 왕이 사라진 뒤 그 왕위를 주장했었지만 섭정들은 이를 거절했다. 그때만해도 에아르누르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르노르까지 몰락하자 왕위를 이어나갈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두네다인이라 불리운 북방 왕족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그 족장들의 인도 하에 조상들이 통치했던 북방 왕국의 옛 영토 안을 떠돌며 사악한 것들로부터 선량한 자유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순찰자가 되었다. 리벤델은 이들이 머물고 쉬며,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훌륭한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아라곤이 처음 출생했을 때는 에스텔이란 가명으로 불리웠으며, 그의 혈통 역시 철저히 감춰졌는데, 이 당시에 어둠숲 남쪽 돌 굴두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발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아라손2세는 순찰자로 황야를 떠돌다 그가 어린 시절에 죽고 말았다.
20세가 되기까지, 소년 에스텔은 요정들 사이에서 자라나며 풍부한 학식을 쌓고 또한 엘론드의 아들들에게서 무예를 연마하며 지냈다. 갓 20세가 되었을때는 엘론드의 아들들과 함께 순찰자가 되어 길을 나서 훌륭한 전공을 세웠으며, 그 때에 이르러 그는 비로소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혈통을 어머니로부터 듣고 가보인 부러진 나르실을 받게 된다. 나르실은, 절대반지가 다시 나타나고 사우론이 힘을 발할때까지 다시 벼려지지 않을 것이란 엘론드의 예언대로 항상 부러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무렵까지 아르웬은 외가인 로스로리엔에서 지내다 리벤델로 돌아오는데, 아라곤은 우연히 리벤델에서 아르웬을 만나게 되고, 마치 옛 이야기의 베렌과 루시엔이 그랬던 것처럼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로 아라곤은 아르웬에게는 언제나 아명인 '에스텔'이라 불리웠으며, 심지어는 임종의 순간까지도 그러했다. 훌륭한 스승이자 보호자였고 그를 무척 사랑했던 엘론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아라곤은 사랑과 운명 사이에서 번민하다 마침내 순찰자로서 먼 수행을 떠난다.
소롱길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남쪽으로 떠나간 그는 세오덴의 부친 셍겔 왕이 다스리는 로한에 가서 던랜드인의 습격 등에 함께 대항하기도 한다.
"세오덴이 통치하는 로한과는 친구 사이요."
다시 길을 떠나 곤도르에 온 이방인 소롱길은 엑셀리온 2세 섭정의 총애를 받았고, 당시 젊은이였던 데네소르를 제치고 다음 섭정이 될지도 모른다는 여론까지 조성되었다. 소롱길과 데네소르는 항상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장에 나서, 모르도르의 끄나풀들을 수없이 해치웠지만, 데네소르보다는 소롱길에게 모든 이의 마음이 모아진 것이다. 그러나 소롱길 자신은 언제나 한 사람의 대장 이상의 처신은 하지 않았으며, 데네소르에게도 주군의 예로 대했다. 그러나 아마 예지가 뛰어난 데네소르는 어느정도 그의 정체를 깨달았을 지도 모른다.
"나도 백색 탑을 본 적이 있지. 보로미르."
곤도르가 그렇게 또한번 위기를 넘기자, 소롱길은 이제 떠나겠노라고 엑셀리온 섭정에게 말한다. 미나스 티리스의 모든 백성이 그를 아쉬워 했지만 그는 홀연히 떠났고,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본 그의 행로는 어둠산맥을 향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정면으로 싸워야 할 적을 탐색하며 이렇게 수행을 쌓던 아라곤은, 북방으로 다시 향하다 로스로리엔에서 쉬어가게 되고, 이때 이곳에 와있던 아르웬을 다시 만난다. 두 연인은 여기서 미래를 다짐하고, 아라곤은 다시 길을 떠나 북방의 순찰자로써 두네다인 족을 이끈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외로운 산의 드래곤 스마우그가 호수 도시에서의 전투로 죽고, 다섯 군대의 전투가 일어나고, 빌보는 반지를 얻어 샤이어에 돌아왔다. 그리고 빌보의 생일 잔치가 벌어지고, 간달프는 반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함께 황야를 떠돌며 돌굴두르 공략을 비롯해 많은 전투를 같이 치른 아라곤과 간달프는 상의 끝에 둘이 함께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반지가 나타났으므로 부러진 검은 다시 벼려진다.
서부의 불꽃 안두릴을 들고 아라곤은 간달프와 함께 원정대를 이끌어 남향을 하지만, 아몬 헨에 이르러 보로미르가 죽은 뒤에는 미나스티리스로 돌아가 왕위를 주장하고 싶은 욕구와 프로도를 운명의 산까지 지켜주고 싶은 의무감 속에서 수없이 번민하게 된다. 그는 보로미르 이상으로 자신의 적을 잘 알고 있었고, 그리하여 어떠한 방법도 희망이 희박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희망은 언제나 희박했지." - 간달프
어느 길도 위험한 그 선택의 기로에서, 그가 택한 것은 결국 친구와의 우정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신념이었다. 두 호빗을 구한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절망적인 추격이었지만 그는 결국 해냈다.
"우린 친구를 구하기로 했소. 말이 없다면 걸어서라도 쫒을 것이고, 또 적의 수가 얼마나 되는 지는 칼로 세어보면 될 것이오."
그리하여 그는 친구 뿐 아니라, 사루만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한 로한 왕국까지도 구해낸다.
그리고 마침내 곤도르로 향하고, 맹세를 어겨 죽은 뒤에도 떠나지 못하는 산속의 배신자들까지 제3시대 최대의 전투에 끌어모은다. 이실두르의 저주는 그에 의해 풀렸고, 마침내 죽은 자들도 3000년의 기다림 끝에 충성을 받아줄 왕을 만나 명예를 되찾고 영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라곤은 이제 프로도와 샘을 돕기 위해, 펠렌노르 전투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검은문을 치기 위해 나선다. 확실하지 않지만, 사실, 아주 작은 가능성밖에 없지만, 그는 원정대의 우정을 저버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건 정말 대단한 웃음거리군요. 전성기의 곤도르였다면 선발대도 안되는 병력으로 모르도르를 치러 간다니. 그 자는 코웃음을 치며 문밖을 내다보지도 않을 겁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곤도르의 영주들 중 하나였던 돌 암로스의 임라힐 왕자가 한 말이다.
"도망치지 마라.
도망치면 안된다.
그대들의 눈 속에서, 나와 똑같은 공포를 보았다.
오르크가 승리하고, 인간이 패배하는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은 아니다.
인간의 용기가 땅에 떨어지고, 우리의 동맹이 깨어지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은 아니다.
지금 이날! 우린 싸운다!
그대들이 이땅에서 향유할 그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우기를 명한다. 서부의 인간들이여!"
영화에만 나온 대사로, 소설에는 이 명연설이 없다. 하지만, 분명 아라곤이라면 그 절대 절명의 순간에 이러한 말을 했을 것이다.
죽음보다 지독했던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 반지는 파괴되고, 아라곤은 왕으로서 미나스 티리스에 귀환한다. 제3시대 말기에 "왕이 귀환하면" 이라는 말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과 동의어라는 얘기는 아마 이제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해는 서쪽에서 떠올랐다. 곤도르의 왕위가 이어졌고, 그 혈통은 본디 엘렌딜과 이실두르의 직계 후손이었으며, 이들은 탐욕과 오만으로 멸망한 서쪽 섬나라 누메노레 왕족의 후손이자 요정을 따르던 충직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엘로스 타르미냐투스의 직계 후손이며, 엘로스는 엘론드의 동생으로, 같은 반요정(페레딜)이었지만 요정의 삶을 택한 엘론드와 달리 인간의 왕이 되기로 한 자였다.
엘론드와 엘로스는 에아렌딜과 엘윙의 아들들이며, 에아렌딜은 위대한 보석 실마릴을 가지고 분리의 대해를 항해하여 영생의 땅 발리노르에 닿았다. 그의 도착으로 인하여 마침내 발리노르는 사우론의 주인이었던 모르고스에 의해 멸망하기 직전이던 가운데땅의 요정들을 돕기 위해 군대를 일으켜, 대 전투가 벌어졌고 모르고스는 세상 밖으로 쫒겨나 고 시대가 끝났다. 에아렌딜의 별 실마릴의 빛은 갈라드리엘이 프로도에게 준 유리병에도 담겨 있다.
이렇게 해서, 인간의 계보로도 수천년, 요정의 계보로는 3만년에 이르는 고귀한 혈통은 다시 자신의 권리를 되찾았고, 아르웬 왕비를 맞이한 그에게서 요정의 피가 흐르는 인간 왕의 계보가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그의 핏줄에 흐르는 힘은 인간들을 하나로 모았고, 그의 신념은 거대한 사우론의 힘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으며, 항상 실날같던 희망마저도 그의 도전 앞에 당당히 하나의 가능성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금준미주와 옥반가효로 호사를 누릴 수 있고 마땅히 그럴 권리가 있는 곤도르의 왕임에도 불구하고 순찰자 시절과 다름없이 "깡총거리는 망아지" 여관의 맥주를 칭송하며 샤이어에서 온 '롱버텀' 상표 연초를 피웠다. 평생토록 그는 메리와 피핀을 비롯해 사우론과의 전투에서 함께 했던 숱한 친구들 - 김리, 레골라스, 에오메르... - 과 각자의 방식으로 우정을 이어나갔고, 메리와 피핀은 죽은 뒤에도 왕의 곁에 나란히 안치되었다.
지금도 미나스티리스의 왕가의 묘역에 들어서면,(그 전에는 누메노르 왕국의 전통이었던)곤도르 왕가의 전통에 따라 영원히 썩지 않도록 처리되어 아름답게 안치된 위대한 왕과, 그 두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