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상한 세르반도니가
투명드래곤 VS 귀여니
땅별
2006. 6. 12. 18:33
저는 투명드래곤과 귀여니님(이윤세)의 글을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투명드래곤에 대해서라면 저는 전편을 다 읽었으며, 굉장한 팬이었다고 미리 못박아두겠습니다. 여기저기 이런 것도 있다며 주소를 복사해서 올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녔을 정도니까 말입니다. 투명드래곤은 확실히 '대단한' 이슈가 될 만 합니다. 기존 판타지 문단(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도록 합시다)에 대한 하나의 반항일 수도 있고, 심지어 그들 모두를 신랄하게 까대는 강한 풍자일 수도 있습니다. "절라 짱이었다"와 "꼐속"을 아마도 다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생각만해도 즐겁습니다. 누가 드래곤에게 영속적인 인비저빌리티를 부여할 생각을 해보았던가요. 사실 아무도 이런 생각은 못해보았을 겁니다. 장난으로는 했더라도 하나의 글에 이런걸 표현할 생각은 못했을 거란 말입니다.
귀여니님의 글은 저는 엄하게도 '책으로' 읽었습니다.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책이 눈에 들어와서 열어봤는데, (물론 그 서가에는 다른 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주로 별로 심각하지 않게 즐기며 써 내려갔으나 조회수의 높음으로 인해 출판된 것들이지요.) 제 결론은 이것은 '소설'이 아니며, '글'도 아니고, 단순한 '시간보내기용 놀이기구'라는 것입니다. 즉, 예전에 많이 나오던 구비문학류(최불암씨리즈, 참새씨리즈등)를 책에 담은 것과 용도상으로 거의 같으며, 그것이 다만 한사람의 창작자가 있다는 점만 다르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 용도라면 이것은 상당한 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귀여니님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트렌디'함을 가득가득 품고 있으며, 요즘 시대를 사는 10대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과 이벤트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일단 책을 사면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구성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 책은 저를 판매 대상으로 예상하지 않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귀여니님과 취향과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저는 소외감마저 느꼈으며, 결국 3분의1 정도를 읽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다시 투명드래곤으로 돌아갑니다. 투명드래곤은 분명히 하나의 소설이며, 국어 파괴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글 자체의 내적인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낙서를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거기서 오히려 우리는 아이들의 눈으로만 보일 법한 진실을 발견할 수는 있습니다. 투명드래곤은 바로 그런 걸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제가 쓰고 있는 글 또한 투명드래곤보다 한치도 나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판타지 작가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단지 '절라 짱이었다'를 좀더 설득력 있고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강하고 멋지고 스펙터클하면서 환상적이고 웅대한 이미지를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사실 '절라짱이었다' 한마디로 충분합니다. 다만 그렇게 쓰는 것은 '문학적'이지가 못해서 다들 지양하는 표현일 뿐이지요. 투명드래곤에 덧글을 다시는 분들 중에는 계속해서 덧글을 다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그 분들은 횟수가 지속될수록 계속 욕만 하고 있습니다. 안좋다고 생각하면, 보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속마음을 들킨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인터넷 세대입니다. 게임 세대입니다. 영화 세대입니다. 뮤비 세대입니다. 멋지고 훌륭한 것을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본질에 무엇이 있건 멋져야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보다 멋진 것이 좋습니다. 얼짱. 몸짱. 단 한장의 지명수배 사진으로 강짱(강도얼짱)까페를 만들기까지. 게임에선 오직 지존 캐릭터만을 위해 끝없는 노가다를 달리죠. 과정의 즐거움따위 잊은지 오래. 뽀대와 강함을 챙기는게 바로 우리들입니다. 투명드래곤은 그런 우리들 자신의 모습입니다. 적어도 그 시류에 영합하는 귀여니님의 책보다 투명드래곤은 솔직하게 그 시류를 낙서해냄으로써 작가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우리들 모두에 대한 신랄한 풍자의 역할을 해 내고 있습니다.
조금 높은 어조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만, 투명드래곤은 적어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읽어주겠지. 팔 수도 있겠지 하는 의도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순수하게 '창작'된 글입니다. 비판을 받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소설'입니다. 그리고 제 관점에서는, 어떠한 비판을 받든 존재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귀여니님의 글은, 사람들이 읽어줄 만하고 읽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것만이 글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그 글은 소설이 아닙니다. 어떠한 이야기도 담고 있지 않은 귀여니님의 글은 비판을 받을 자격조차 없습니다. 귀여니님 자신이 바라는 호칭인 '트렌디 작가' 가 아닌 '트렌드에 영합하는 장사꾼'이라고 불러주고 싶군요. 물론 귀여니님이 단지 자기 만족을 위해 글을 썼다면 상관 없겠지만, 그걸 출판했고, 그로 인해 이윤을 얻고 있다면 충분히 그렇게 불릴 만한 자격은 갖춘 셈입니다. 그리고 가장 비판받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 출판사. 그런 글을 출판한, 그리고 그것을 소위 '인터넷 문학'이니 하는 표딱지까지 붙여서 자신들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양 행세하는 편집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장사꾼이며, 돈을 위해서라면 양심마저 뜯어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사람들입니다. 비판은 귀여니님에게보다 그들에게 먼저 해야 할 겁니다.
쾌락 위주 문화의 절정에 다다른 우리들의 모습과, 그것을 장사에 이용하는 출판사와 그에 '기꺼이' 이용당하는 귀여니님.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을 신랄하게 까대주었던 투명드래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우리들은 무엇인지. 우리가 대체 무슨 짓을 해 온 건지. 과연 우리가 누굴 비판해야 하고 , 비판할 자격은 있는지.
이 글은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저 자신과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반성문입니다.
꼐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