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별 2006. 6. 12. 18:51
‘다르다’는 말을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천연덕스럽게) ‘틀리다’라고 발음하는 최근의 언어유행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자신의 속성을 반성조차 하기 싫어하는 한국사회의 무의식을 반영하는 무서운 언어습관일 것이다.
-이종도의 카바레볼테르, 다르다는 건 틀리다는 것이다-< 히든 >과 < 크래쉬 >


정말, 너무 천연덕스럽고 한결같이, 모두가 '다르다'는 말을 하기 위해 '틀리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요. 대학 교수와 주유소 직원과 레스토랑 지배인과 미용사 선생님을 가리지 않습니다. 언어 생활의 표준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 기자와 아나운서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틀리다'라는 단어를 '다르다'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의미가 다릅니다.
'다르다'는 의미로 '틀리다'를 쓰면 틀립니다.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은 본질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그 경기 룰도 모르면서 모두 몰려나와 환호하고 외치지요. 그러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은 '틀려먹은' 겁니다.

....무섭지 않아요?

자연의 본질은 다양성이고, 다양성을 담지한 생물이야말로 훌륭하게 적응 방산하여 번성하는 생물이지요. 모두 같은 종류의 먹이만 찾아먹는 동물이라든지, 항상 일정한 조건 하에서만 꽃을 피우는 식물은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멸종해버립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건, 멸종 위기를 스스로 자처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