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서성거리기/잊혀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 : 이메일

땅별 2007. 10. 14. 11:41
 




*. 그 시절에는 이메일을 참 많이 주고 받았습니다. 현실의 우편함에서 편지가 사라지고 청구서와 통지서, 그리고 광고만 가득찼듯이, 이메일 역시 어느때부터인가 사람의 온기를 담은 이야기는 사라지고 온통 청구서와 통지서, 그리고 광고 뿐이죠.
그때 받은 메일 중 일부입니다.

저는 저 꿈 이야기를 마지막 장면으로 하는 글을 쓰겠노라고 말했고, 저 분은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덕분에 그 프로토타입인 기도를 쓰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메일로요.

그리고 꼬박 6년이 지난 2007년 9월 2일에, 비로소 완결했습니다. 공주는 그를 찔렀습니다. 나는 왜 공주가 그를 찔러 죽여야 했는지, 솔직히 말할게요. 쓸때는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래야만 했지요. 그 이야기는 결국 여기서 시작했으니까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저분과의 메일 교환은 끊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메신저와 온라인 게임,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메꿨습니다. 저 분은 이따금 k라는 한 글자의 이름으로 제 주변 아는 분의 이글루스 등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만, 그게 끝이었지요.
 
자. 그때 그 이야기, 완결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6년에서 2일이 모자라니, 5년걸렸다고 우겨보고 싶습니다. ^^; 그때 항상 그랬듯이 메일을 보내어 투정도 부려보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습니다. 칭찬도 받고 싶고 우정어린 충고도 듣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아마도 의사가 되어 계실 저 분은 그 오래된 메일함을 확인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