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상한 세르반도니가

미녀는 괴로워 VS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땅별 2006. 12. 26. 23:49

강한나가 아닌 Jenny의 첫 콘서트

김아중의 도전적인 연기가 눈길을 끈 <미녀는 괴로워>는 여러가지 의미로 기네스 펠트로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와 대칭점에 서 있습니다. 극중 강한나는 비만이었다가 날씬한 모습의 Jenny로 거듭나고, 로즈마리는 처음엔 날씬하게 보였지만 알고보니 몸무게가 100kg을 넘어갔지요. 강한나는 성형수술과 운동을 통해 1년이나 걸려서 진짜로 '미녀'로 거듭났지만, 로즈마리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유명한 심리상담사 로빈슨에 의해 최면이 걸린 '홀(잭 블랙)'의 눈에만 '미녀'로 보였던 거지요. 네, <미녀는 괴로워>는 변신하는 본인 강한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로즈마리의 전혀 다른 두 모습을 바라보는 연인 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최면에 걸린 홀의 눈에 비친 로즈마리는 더없이 아름답지만...


기네스 펠트로가 그랬듯 김아중도 몸무게가 두배도 넘을 것 같은, 전혀 같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의 특수분장을 하고 직접 열연을 펼쳤습니다. 무대 뒤에 숨은 대창가수와 성형수술을 통한 변신, 그리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미녀 신인가수 같은 매력적인 소재들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단순하게 NGO 활동 정도로 제시되는 '마음씨 아름다운 여자'에 비해 훨씬 구체적으로 매력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최면에 걸린 홀과 같은 특정한 인물이 아닌, 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지요. 변신이 끝나고 처음 거리를 나서면 보는 사람마다 Beautiful Girl! 우리들도 김아중의 모든 매력을 담아내려 애쓴 그 화면을 바라보며 똑같이 공감하게 되고, 콘서트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직접 콘서트장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들죠. 네.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우리들이 바로 '홀'이에요. 어쩌면 우리도 최면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라는 최면에요.

하지만 두 영화의 가장 큰 대칭점은 역시 결말이겠죠. 로즈마리는 원래의 삶 그대로를 살아갑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날씬한 모습이었던 적이 없었고, 그런 모습을 동경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의 존재 그 자체에 의문을 품은 적도 없습니다. 다만 홀과의 관계만이 그녀가 의심하고 고뇌했던 문제였지요. 그러나 강한나는 다릅니다. 그녀는 이름마저 바꾸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강아지도 아버지도 친구도, 오직 아름다운 '자연 미인' 제니이기 위해 전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제니'는 첫 라이브 콘서트에서 결국 울어버립니다.

한나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관객인 우리는, 로즈마리의 본 모습을 알고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고백한 홀처럼, 그녀에게 '괜찮아' 라고 외치게 되지요.
 
네 괜찮아요. 한나의 노래는 처음부터 계속 괜찮았어요. 영화라는 최면 때문이 아니라도요. 그리고 영화는 처음부터 충격요법 등으로 면밀하게 계산되었던 그 감동을 향해 달려갑니다. 계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구려는 아닌 그 감동을 향해서. 결국 로즈마리처럼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했어야 하는 거였다는 그 결말을 향해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자, 감동하세요!' 가 강하게 느껴졌던 클라이맥스도 별로 없었지만, 그 감동에 정말로 취해 울어버린 경우도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홀의 말대로, 영화란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내 눈에만 미인이면 그걸로 족한' 거죠. 그런 최면에 걸리기 위해 우리는 현실의 벽을 넘어 티켓을 끊고 영화관이라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서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