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와지의 숲/반지의 제왕 인물 리뷰

반지의 제왕 인물 리뷰 16. 세오덴

땅별 2006. 6. 9. 21:30


마크의 제17대 왕
셍겔의 아들 세오덴
"부활한 세오덴"

마크의 제1 왕조는 철권 헬름 왕의 대에 이르러 끊기게 되고 그의 조카가 뒤를 잇는데, 그 8대손이 세오덴이다. 헬름은 정치 지도자라기보다 패할 줄 모르는 무인이었으며, '긴 겨울'의 시기 던랜드인과의 전쟁에서 두 아들을 잃고, 혼버그 요새에 적은 수의 병사들과 갇혔다가 단신으로, 맨손으로, 적진에 들어가 수많은 적을 패죽이고 선채로 숨을 거두었다. 그를 기리며 로한인들은 혼버그 요새가 있는 협곡을 '헬름 협곡'이라 칭했다. 그러나 던랜드인은 마치 트롤처럼 인육을 먹고 무기로 찔러도 상처가 나지 않는 공포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언급했다고 한다.

세오덴은 곤도르에서 태어나 자랐고 그의 모국어는 마크의 언어가 아니라 곤도르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내를 따라 모든 것을 곤도르 식으로 하려고 했던 부왕과 달리, 마크의 전통에 철저한, 왕좌에 앉은 왕이 아닌 말 위에 앉은 왕이 되었다. 곤도르에서 태어난 누나 둘과 로한에서 태어난 여동생 둘에게 사랑받으며 자라난 외아들이고, 그의 삶에서 아마 유일한 그늘은 왕비 엘프힐드가 출산 중에 세상을 떠난 일 정도였을 것이다. 그는 왕비가 죽은 후로 재혼하지 않았고, 사랑하던 막내동생이 남편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 젊은 나이에 죽자 막내동생의 아이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함께 살았다. 외아들 세오드레드와 조카 에오메르, 에오윈 셋은 친남매처럼 함께 자랐고, 이 세 아이에게 세오덴은 누구에게 더하고 덜할 것도 없이 사랑을 주었다고 한다. 그가 자라며 받아온 사랑을 고스란히 나누어주었던 셈이다.
그러나 장수의 축복을 받은 누메노르 혈통의 인간이 아닌 까닭에 그의 노년은 급격하게 찾아왔고, 믿을만한 부하라고 생각했던 '뱀혓바닥' 그리마는 사루만에게 매수되어 그를 점점 사루만의 꼭두각시로 물들여간다. 덧붙여서 황금궁전 또한 그리마의 부하들에게 장악되고, 늦게 얻은 외아들과 어려서 부모를 잃은 어린 조카들은 권력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난다.

"어둠이 머릿속을 지배했었소."

어둠은, 어린 시절 보았던 전설의 용사 소롱길이 흰색의 마법사 간달프를 데려오면서 끝났고,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검을 쥔 그는 비록 사랑하던 외아들을 잃었지만, 혼버그 요새에서 그 '소롱길' 아라곤과 함께 수많은 우루크하이들과 맞서 싸워 승리했다. 철권 헬름의 전설이 그대로 되살아난 셈이다.

전투 지휘관이나 왕으로서의 그의 능력은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았던 듯 싶다. 전성기의 로한에서는 한번 징집하면 기마병 일만 쯤은 하루 아침에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반지전쟁의 시대에 로한은 북으로는 변절자 사루만, 서로는 던랜드인, 동으로는 고블린과 오크 떼, 남으로는 산맥의 야인과 거친 들짐승으로 인해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왕의 소집령에도, 각 영지에서는 쉬이 군사를 뺄 수 없었을 것이다. 겨우 수천의 군사만을 모아서, 세오덴은 너무 늦기 전에 곤도르를 지키고 서부의 자유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말을 달린다. 5일을 달려 아침과 함께 미나스 티리스의 성벽 앞에 도착한 그는,

세상이 아직 젊었을 때 발라르 전투에 나선 위대한 오로메와도 같이, 고대의 신(神)과도 같이 스노메인을 몰고 질주했다. 그의 황금 방패가 드러났다. 그것은 흡사 태양처럼 반짝이고 그가 탄 말의 하얀 말발굽 아래 풀잎들은 녹색 화염으로 타올랐다.
- 소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中(한기찬 옮김, 황금가지)


Forth, and fear no darkness!
Arise, arise, riders of Theoden!
Spears shall be broken, shields shall be splintered!
A sword day, a red day, ere the sun rises!
Ride now, ride now! Ride for ruin and the world's ending!
Forth, Eorlingas!
돌격! 어둠을 두려워 말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세오덴의 기마대여!
창은 부러질 것이고 방패는 박살날 것이다.
칼의 날, 피의 날, 해가 떠오르기 전에!
돌격 준비! 돌격 준비! 잔해와 세상 끝까지!
에오를의 후예들이여 돌격!


그러나 이 전쟁을 지휘한 적장은 던랜드 깡패두목도 아니었고, 오크나 다른 어떤 적이 아니었다. 어둠의 하수인이며 어둠 그 자신이나 다름없는 마술사왕이었다. 결국, 세오덴은 마술사왕에게 쓰러졌지만, 그로 인해 에오를과 헬름과 같은 위대한 선조의 영 앞에서 결코 부끄러움 없을, 아니 그들보다 몇배는 더 자랑스러운 위업을 이루어냈다.

그의 군대는 그를 전투 지휘관으로 여기기보다, 자랑스러운 왕이며 아버지와 같은 이로 여겼다. 지휘관은 높은 곳, 등 뒤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지시한다. 지휘관은 나의 생명과 죽음, 그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한다. 따르고 싶어 따르기보다 따라야 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다. 아버지는 내 앞에 서서 나를 이끄는 사람이다. 내게 등을 보이고 앞으로 가는 사람이다. 뒤쳐지면 안된다. 모든 이에 앞서 달려나가는 그 등은 꼭 붙어서 따라오라는 무언의 사랑이다. 펠렌노르 평원을 가로지른 로한인들은, 명령에 따라 맡은 일을 하는 군인이라기보다는 아버지와 함께 하려는 자식들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사랑받으며 자라났으나 불운한 시대에 노년을 맞았지만, 깊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여전히 넘치는 사랑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지극히 아버지다운 이 왕은, 로한 땅에서 태어나 걸음마보다 먼저 말에 오르는 아이들에게는 에오를과 헬름의 이름과 나란히 '부활한 세오덴'의 전설이 되어 전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