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별 2006. 7. 27. 01:01
나는 단지 최근에 들어서야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뿐이고, 브루클린에 정착하기로 한 내 결정에 완전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교외에서 보낸 뒤, 나는 도시가 내게 맞는다는 것을 알았고 이미 내 이웃에, 백인종과 황인종과 흑인종이 들고나며 뒤섞여 사는 것에, 가지각색으로 다른 외국의 억양이 합쳐진 소리에, 그곳의 아이들과 나무들에, 열심히 살아가는 중산층 가정에, 레즈비언 커플들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 길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를 하는 헐렁한 흰 옷을 걸친 인도인 성자들에게, 그곳의 난쟁이들과 불구자들에게, 보도를 따라 굼벵이 걸음을 걷는 늙은 연금 수령자들에게, 그곳의 교회 종소리와 수천 마리 개들에게, 지하 셋방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길거리를 따라 손수레를 밀고 돌아다니며 빈병과 폐품을 찾아 뒤지는 떠돌이 넝마주이들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