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상한 세르반도니가

무기에 대하여

땅별 2006. 6. 29. 07:59
무기란 사람 혹은 동물을 살상하는 도구류를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무기는 원거리 무기와 근접무기가 나뉘어지고, 근접무기는 절삭계와 관통계, 타격계가 또 다르겠지요.
절삭계 무기는 주로 도검류가 되는데, 서구와 중근동을 통털어서 고대로부터 항상 가장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길이와 크기, 날의 방향 또한 매우 다양하여 손안에 쏙 들어오는 단검류부터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든 거대한 도검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그것만으로 한권의 책이 되어버립니다.
도검류는 다루기가 힘들고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그 파괴력은 굉장한 위력이 있습니다.
서구의 군왕들이 왕권의 상징으로 검을 주로 사용했고, 또한 전장의 장수들 역시 검을 쥐고 있었습니다. '칼자루를 쥔 사람' 이라든지 하는 관용구도 수없이 많지요. 오늘날에도 검은 모든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통계 무기는 주로 창과 그 변형인데, 사용법이 매우 단순해서 손쉽게 익힐 수 있어 일반 보병들의 가장 주요한 무기였습니다. 2미터 안팍의 것부터 나중에는 5미터가 넘는 pike 까지도 만들어지지만, 원거리 무기의 개량 덕분에 적의 돌진을 막을 이유가 없어져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타격계 무기는 아마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돌멩이(이건 원거리무기이기도 한가요?)와 굵은 나뭇가지 시절부터 타격 무기는 이미 시작된 거니까요. 무거운 물체와 그 손잡이로 이루어지는 이무기 역시 사용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지만 개인의 솜씨와 체력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단점이지요. 모든 도구가 결국 타격계 무기가 될 수 있으니 오늘날의 소총 등도 총알이 떨어지면 이러한 무기가 되는 셈입니다.

원거리 무기는 돌팔매부터 슬링샷, 투창(javellin) 등 투척계와, 활, 석궁, 총포 등 발사계로 나뉩니다. 적이 나에게 오기 전에 제압한다는 의미에서 원거리 무기의 의미는 굉장히 크지만, 그만큼 사용법을 익히는 데는 시일이 많이 걸립니다.
투척계 역시 타격계 만큼 오래된 무기류지요. 돌멩이부터 시작된 투척계 무기는 발사계에 밀려 이미 중세 이전에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만, 올림픽 경기 등을 통해 여전히 남아있기도 합니다.
발사계 무기는 투척계까지 이르는 '인간의 힘을 이용하는 도구' 였던 무기의 개념을 벗어나, 이제 '도구 자신의 동력을 이용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활과 석궁은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고, 이는 그대로 투석기와 대포, 소총과 권총 기관총을 비롯한 모든 현대 무기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민족만큼은 유달리 이 발사계 무기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일본이나 중국, 혹은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엔 딱히 '신검의 전설'이랄 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검은 1대1 대결이라면 매우 효율적인 무기지만 전쟁에 있어서는 딱히 훌륭한 무기가 아닙니다. 내구도 약하고 오래 사용하기엔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하니까요. 하지만 활은 다릅니다. 그리고 단 한발로 전투의 흐름을 바꿔놓는데는 활만큼 두려운 것이 없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저격수들이 그 자리을 이어받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엔 유독 주몽을 비롯해 '신궁'이라 불리는 이들의 기록이 유난히 많이 전해집니다.

무기는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도구이기 때문에 가장 인간의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자나 법률보다도 무기에 들어간 노력이 훨씬 클 테니까요. 무기를 아는 것은 곧 그 무기를 사용하는 인간을 아는 것이기도 합니다.

숱한 환타지 소설에는 그저 전설의 신검만이 널리 이름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의 전투가 마법이 더 확실하게 위력이 발휘된다든지, 온갖 기계장치들이 동원된다면 신검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할 의미가 없어지지요. 어째서 마탄의 사수나 신궁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환타지 소설에서 쓰지 않는걸까요. 궁수는 치사하니까?
검이 물론 매력적인 아이템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법입니다. 단지 우리 세계에서 검이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말하는 소설에 검을 높이는 행위는 그저 독자에 영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