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와지의 숲/반지의 제왕 인물 리뷰
반지의 제왕 인물 리뷰 6. 레골라스
땅별
2006. 6. 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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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두일의 아들 레골라스
가운데땅에 처음 요정들이 나타났을 때는 달과 태양이 없었고, 세상을 밝히는 것은 별 뿐이었다. 그 때에 발리노르에는 빛을 내는 두 그루 신성한 나무가 있어 언제나 놀랍고 신성한 빛이 가득했고, 따라서 발라들은 요정들을 발리노르로 초대했었다.
이 초대에 응한 태도에 따라서 요정은 셋으로 나눠지는데, 제일 먼저 가장 빠른 길로 발리노르에 따라가서 그곳에 눌러앉아 두번다시 가운데땅에 돌아오지 않은 이들은 '바냐르' 라고 불렸으며, 온갖 기술에 능했던 '놀도르'라고 불린 일파는 발리노르에 갔지만 후에 모종의 원한과 맹세 등에 이끌려 가운데땅에 돌아온다. 그리고 '텔레리'라고 불린 요정들은 강과 바다, 항해를 사랑했고 가장 늦게 발리노르에 갔으며, 일부는 여행길의 중도에 아예 여행을 포기하고 그냥 가운데땅에 눌러앉고 말았다. 여기에 대한 아름답고 슬픈 방대한 이야기는 '실마릴리온'에 서술되어 있다. 이들은 인종적 특징도 조금씩 달라서, 텔레리는 보통 백금발에 밝은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놀도르는 아르웬이나 엘론드에게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검은 머리칼과 회색 눈동자가 특징이었다. 단 갈라드리엘 마님의 경우엔 모친 쪽이 텔레리였기 때문에 자신은 놀도르의 왕족이지만 아름다운 금발을 가지고 있다.
'텔레리' 요정 중에서 가운데땅에 그냥 눌러앉아버린 요정들은 '신다르' 라고 불리며, 이들은 주로 은둔 왕국 도리아스의 주민들이었다. 도리아스가 난쟁이와의 불화로 멸망한 뒤로 이들은 곳곳을 헤메이다가, 스란두일이 이끄는 일파가 당시에는 '초록 큰숲'이라고 불리던 어둠숲에 정착하게 되었다. 레골라스는 스란두일 왕의 아들이다.
여기서도 난쟁이와의 불화는 또 있어서, 이들의 궁전 또한 난쟁이들에게 하청을 주어 지은 동굴 형의 궁전이었고 많은 보물과 무기를 그들에게 의뢰해 제작했지만 난쟁이들의 그 철두철미한 '보수의 요구'로 인해 결국엔 그들과 전쟁까지 벌이게 되었다. 빌보와 함께 떠난 열두 난쟁이들은 두린의 후손인 난쟁이 왕족들로, 스란두일과 악연이 있던 난쟁이들과는 그다지 크게 관계가 없었지만 어쨌든 어둠숲의 요정들은 난쟁이를 매우 싫어했다.
사실 그들은 난쟁이 뿐 아니라 자신들과 다른 종족이라면 일단 의심하고 보았는데, 거미라든지 오르크의 침입이라든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어둠숲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겐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둠숲을 지나던 열두 난쟁이들을 체포한 것은(빌보는 그때 반지를 끼고 숨었었다) 요정들로서는 당연한 조치였으며, 따라서 글로인의 아들 김리와 레골라스는 본디 상당한 악연인 셈이다.
초록 큰숲에 어둠이 스며든 것은 원정이 있던 해에서 약 2000년 전으로, 레골라스는 이무렵부터 숲의 왕자로써 요정들을 이끌고 수많은 크고작은 전투를 치렀다. 원정대의 아홉 명 중에서 가운데땅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이는 바로 그였으며, 사우론에게 충성하는 그 어떠한 종류의 적과도 싸울 수 있는 무한에 가까운 경험치를 가진 그가 원정대에 합류한 것은 1만 대군과 함께 떠나는 것 보다도 더 든든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준 수많은 레골라스의 비기들 :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분명, 연습했을 것이다. 그에겐 남는게 시간이니), 방패 보딩과 연속 사격의 조합, 무마킬을 혼자 트리플 샷으로 처치하기 등등은 그의 경력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실 레골라스는 원정대의 아홉 명 중에서 가장 알려진 바가 적은 인물이다. <호빗> 에는 그가 출현하지 않고, <반지의 제왕> 에서도 원정대에 합류하기 전에 그가 했던 일은 간달프의 부탁을 받아 어둠숲의 감옥에 골룸을 잡아두었던 정도 뿐이다. 예전 열 두 난쟁이에게는 전혀 온정을 베풀지 않고 계속 가두어두었지만, 골룸에게는 어쩐 일인지 감옥에만 있으면 쇠약해질까봐 데리고 나가 바람도 쏘이곤 했다. 그러다 그만 골룸을 놓쳐버리고 말았고, 그는 이 안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둠숲의 다른 요정들과 함께 간달프를 찾아 리벤델로 왔다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 또한 중요한 임무를 다른 잘 알지 못하는 종족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책임감 등이 작용하여 원정대에 합류하게 된다.
오랜 세월 가운데땅에서 살아온 그는 숲에 대해서는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고 나무와 교감하기도 했다. 팡고른에 들어섰을 때 그는 자기보다도 더 오래된 나무들을 만나게 되어 감동의 물결에 잠겼고, 그들의 아련한 추억들과 분노를 읽고 공감했는데 아마도 숲과 함께 살아온 요정 왕자에게는 나무에 도끼질을 해 베어내고 뽑아내는 것은 자신의 다리를 도끼로 찍어 끊는 것만큼이나 끔찍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것보다도, 그에게는 물을 사랑하는 타고난 항해 민족인 '텔레리'의 피가 흘렀기에, 수천년간 바다를 한번도 본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나스티리스로 가는 길에 바다를 접하고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나 파도소리 등 온갖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해버렸다. 모든 임무가 끝나고 나서 결국 얼마 뒤에(인간의 기준으로는 꽤 긴 세월이 지난 후에) '친구 김리'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발리노르로 향한다. 이로써 가운데땅에서 반지로 맺어진 우정도 막을 내린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유연한 전사였으며, 오랜 삶에서 비롯하는 자신감과 용기는 어려운 시기에 위험한 임무를 맡은 원정대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발리노르에 도착해서는 먼저 떠난 프로도와 샘, 갈라드리엘과 간달프를 다시 만났을 것이고, 그는 아마도 오랜 삶의 끄트머리에 겪은 생애 최대의 모험 때문에 그곳에서 영원토록 자신의 먼 친척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고 영광을 누렸을 것이다.